정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행정정보 원문공개 제도가 시행 1년을 맞는 28일부터는 대상기관을 모든 시군구와 교육(지원)청, 초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한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원문공개율은 시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주요 국정목표 중 하나인 ‘정부3.0’이 집권3년차가 되도록 구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 중앙부처는 원문공개율이 10%도 되지 않는 등 사실상 제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22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원문 정보공개는 국장급 이상 결재문서는 원문을 공개하고, 공개로 분류하는 모든 공문서는 청구절차 없이 사전에 공개하도록 한 제도다. 현재 원문공개 대상기관은 중앙행정기관 47곳, 17개 시도, 69개 시군구 등 133곳이다. 행자부는 오는 28일부터는 157개 시군구, 193개 교육(지원청), 1만 1658개 초중고까지 확대한다. 내년 3월에는 117개 공공기관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여기)
원문공개율은 지난해 3월 당시 40.2%에서 지난해 말에는 51.5%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문정보를 내려받은 건수는 일평균 814건에서 2354건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부 시군구에선 대전 유성구 91.2%, 경남 하동군 86.2%, 전남 장성군 73.2%, 경남 함안군 72.5% 등으로 원문공개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서울과 충남 등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정보공개 확대 정책과 함께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다. 원문공개율이 광역지자체는 62.5%인 반면 중앙행정기관은 32.6%에 불과하다. 광역지자체 중 원문공개율이 가장 낮은 울산(47.4%)조차도 중앙행정기관에 비하면 상위권다. 심지어 외교부나 국방부는 원문공개율이 5%도 안되는 것은 사실상 모든 공문서를 비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 기록관리 전문가는 “대상기관 확대보다 태업에 대처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할 정도다.
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비공개 사유는 대부분 내부검토과정중이거나 개인정보 때문이었다. 행자부 관계자는 “내부검토과정에 해당하지 않는 문서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비공개를 적용하거나, 문서를 작성할때 개인정보를 관행적으로 포함시켜 비공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원문 대부분이 사업개요나 요청·행사 등 단순문서이고 핵심정보에 대한 공개가 미흡해 개선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기록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육청과 초중고로 원문 정보공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별도 인력충원 없는 상태에서 원문 정보공개를 할 경우 현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고 개인정보 등 비공개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걱정한다. 특히 인력부족은 기존에 원문공개를 하는 곳에서도 고통을 호소하는 수준이다. 한 중앙행정기관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지 점검할 인력조차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전진한(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원문공개는 세계에 내놓을만큼 자랑스러운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서 협조가 잘 안되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가 이미 2012년에 원문정보 공개 정책을 시행했고 현재 고도화 작업을 고민하고, 충남은 ‘제로 100’이란 이름으로 행정정보 100% 공개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서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