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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총파업' 글을 읽고

雜說

by betulo 2014. 10. 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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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실린 바나나 총파업과 신성동맹을 읽고 나서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다. 


한겨레에 실린 글을 읽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쳐다봤다. 아! 이런 역사적 경로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 김종필과도 단일화했는데 1987년에는 왜 단일화를 못했을까, 그때 단일화가 됐다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념에 젖었다. 이내 당시 금과옥조로 여겼던 '대통령 직선제'가 최선이었을까 하는 망상까지 하게 됐다.


 내각제 개헌은 여당 일부에서도 주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각제 방식이라면 당시 민주당과 평민당이 연립정부 구성하는, 그런 방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좀 더 숙의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 경로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전두환 일당이 '호헌'을 외치는 상황에서 내각제 개헌이란 무척이나 개량주의적인 모습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좀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지지했던 '대통령'이란 결국 연산군같은 폭군이 아니라 세종대왕 같은 성군을 원하는, 그런 성군만 청와대에 앉히면 선진국되고 민주주의된다는, 일견 민주주의와 상충되는 그런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 의식이 있기에 우리는 항상 대통령 선거만 이기면 모든게 다 될 것 같은 열광에 휩싸였다가 성군으로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실망해서 냉소에 빠지는 도돌이표를 반복하는건 아닐까?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서도 친근한 대통령보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통령을 선호하고, 전통시장 방문해 서민들을 따뜻하게 격려해줄때마다 지지율 상승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닐까? 


1930년대 코스타리카에서 배울 교훈에 생각이 미친다. '모 아니면 도'라는 고집을 버리는 포용력, 내부 반대파와 토론해서 설득하는 정치력과 소신, 선명성만 앞세우기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求同存異' 혹은 '和而不同' 사고방식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쓴 글이 떠올랐다. '보수는 100가지 중에 두세가지만 같아도 '우리가 남이가' 하며 함께 할 생각을 한다. 진보는 100가지 중에 한두가지만 달라도 비판하기 바쁘다.' 뭐 그런 얘기였다. 한편으론 복지담론을 중화시켜버린 새누리당에 적절한 후속 대항담론을 내놓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아쉽고, 다른 한편으론 선명성만 강조하다 아군 뒷통수에 화염병 날리는 '자족적 투쟁'이 안타깝다. 

바나나 얘기가 여기까지 이어졌다. 민주주의가 금기어가 되고 역린이 되는 시대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게 참 답답하다. 코스타리카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진한 감동과 짙은 씁쓸함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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