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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국고보조] 국고보조금 67억 거부한 이유있는 반기

by 자작나무숲 2014. 4. 3.


 시원한 바람에 햇살 따뜻한 예당저수지에서 31일 만난 박중수 충남 예산군 상하수도사업소장은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감사원 직원들에게 감사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국고보조금 67억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왜 거부했느냐고 물읍디다. 지방비 부담 70%에 수자원공사 위탁을 받아들여야 국고보조를 해준다는 건데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거 아니냐고 대답해줬지요.”


 인구 7만여명에 불과한 농촌지역인 충남 예산군은 지난해 정부가 총사업비 7833억원(국비 2768억원, 지방비 506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거부하고 기존에 받은 국비에 이자까지 반납했다. 재정 상황도 좋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든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흔치 않은 사례다.


 예산군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환경부에 반기를 들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2012년 여름 이미 상수도 위탁을 결정한 지역을 방문해 경험을 청취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들 위탁 시작한 걸 후회하면서 손사래를 칩디다.” 결국 상하수도사업소는 상수관망 사업이 지자체 재정만 악화시키고 수공 인력 인건비까지 군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박 소장과 함께 작업을 했던 백승용 주무관은 “자료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밤새워가면서 원가 계산부터 다시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박 소장이 보이지 않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귀띔했다. 수자원공사에선 2010년부터 3년 가량 직원까지 상주시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역 실정을 바탕으로 한 분석은 국고보조가 아니라 자체예산을 통한 노후 상수관 보수가 더 주민들에게 이롭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예당저수지에 선 박중수 소장.


 예산군은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한테서 톤당 90원에, 그것도 갈수기에만 구입한 뒤 자체적으로 정수한다. 문제는 20년 이상 된 상수관로가 많아 유수율이 50.1%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착안해 예산군은 2018년까지 자체예산 190억원을 투입해 노후 상수관망을 교체해 유수율을 높이기로 했다. 지금도 연간 10억원 가량을 노후 상수관 유지보수에 쓰지만 유수율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유수율을 10% 포인트 높이면 1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상하수도사업소에선 위탁을 하게 되면 계약기간 20년 동안 인건비를 포함한 총 예상비용은 1069억원(불변가격 기준)인 반면, 직영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을 하면 919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엔 부담스럽지만 자립하는게 더 좋다는 판단이 선 셈이다. 


 박 소장은 “예산군도 하수처리는 국고보조를 받아 위탁으로 하는데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차이가 뭘까. 박 소장은 “하수처리는 지방비 부담이 30%인데다 환경부가 관리감독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덧붙였다. 


함정에 빠진 환경부 상수관망 사업

 정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노후 상수관을 개량하고 이를 통합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유수율이 극히 저조함에도 지방재정이 열악해 상수관망 정비 및 유지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지자체의 수도시설 운영 효율을 증대하고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정부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우선 문제는 사업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지방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47개 지자체를 골라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통합운영 양해각서(MOU)를 환경부와 교환하지도 않은 채 사업대상이 됐던 32개 지자체는 모두 사업을 포기하거나 보류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부담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보령시 등 11개 지자체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 보류했으나, 환경부가 사업비 1260억원(국비 339억원, 지방비 921억원)을 중기사업계획에 편성해 임의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국고보조율을 ‘30%±20%’로 설정한 것은 문제였다. 예산군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에 국고보조율 30%, 즉 전체 사업비의 70%를 지방에서 부담하라는 건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황석태 환경부 수도정책과장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국고보조율이라는 비판에는 공감한다”며 수긍했다. 그는 “우리도 기획재정부에 국고보조율을 50%로 높여 노후 상수관망 교체를 지원하자고 요구를 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을 사업추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은 “근본 취지가 정말로 주민들에게 좋은 물을 마시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어느 지방공무원의 말처럼 정당성 자체를 의심받게 만들었다. 수자원공사가 예산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예산군농민회, 예산참여자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상수도 민영화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군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수자원공사 배나 불리는 상수도 민영화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읍내 곳곳에 내걸렸다.


충남 예산군 상수도 정수장 전경


 예산군이라는 조용한 농촌 마을이 국고보조사업 때문에 재정의 허리가 휘는 모순이 드러났다. 지자체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29개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956개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했다. 예산 규모는 1991년 2조원에서 올해는 57조원을 바라본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국고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8.0%에서 지난해 36.7%까지 늘었다. 지방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4.3%였고 지난 7년 동안 국고보조사업 전체 증가율은 8.7%인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지방비 부담은 12.5%나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한때 대대적인 국고보조사업 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당시 국고보조사업 급증으로 인한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기준 533개(총 사업액 12조 6548억원)였던 국고보조사업을 2005년부터 233개(7조 9485억원)로 축소했다. 하지만 그 이후 국고보조사업은 다시 늘어났고 지자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양상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거기다 ‘분권교부세’를 실제 수요보다 적게 책정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지역별 복지수준 격차가 심각해지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은 대체로 일맥상통했다. 국고보조사업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기준보조율을 정하고, 그나마도 일부 보조사업에 대해서만 기준보조율을 정할 뿐 나머지는 예산편성 지침 등으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실정이라 ‘자의성 문제’가 제기될 뿐만 아니라 국회를 통한 ‘공적 통제’가 취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사 성격의 사업에 대해서도 기준보조율이 다양하고 정률보조와 정액보조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원칙 없는 대상사업 선정, 합리성을 결여한 기준보조율, 불합리한 차등보조방식, 중앙·지방 협의시스템 부재”등을 지목했다.


 환경부의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관련 예산 334억이었던 이 사업은 올해도 규모가 342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이 사업에 대해 ‘지자체 간 이해관계의 첨예화와 상수도시설개선을 위한 국고지원 비율이 낮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료될 전망이다’라면서 “정책적 실패”라고 못 박았다. 


  결국 2012년 정부의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에서 ‘우수사업’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 사업은 지난해 감사원에서 지적한 국고보조사업 낭비사례 대표주자라는 불명예만 남긴 채 올해를 끝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릴 예정이다.


전문가 진단: 김성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


 “국고보조사업은 이제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김성주 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고보조사업이 국고보조사업을 전반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중앙-지방간 협의체 가동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복지에 대한 지방 역할은 커졌지만 중앙과 지방의 재원분담 구조는 1986년 이후 달라진 게 없다”면서 “지자체 정책사업 중 보조사업의 규모는 2008년 42.6%에서 2012년 52%로 급증한 반면, 자체 사업 규모는 같은 기간 57.4%에서 48%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고보조사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꾸준히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김 위원은 “현재 지방재정조정제도에서는 국고보조사업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단체장대로, 정부부처는 부처대로 자기 존재감을 위해 뭔가 사업을 벌이려 하고 그걸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보이려 한다”면서 “각 부처마다 국고보조사업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국고보조사업을 따내려 목을 매게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국고보조율 자체가 1986년에 정해진 이후 거의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김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제도와 현실 사이에 갈수록 괴리가 심해지고, 재정상황이 나빠지면서 중앙정부에서도 국고보조율을 슬그머니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방만한 예산낭비 때문에 지방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며 지자체를 닦달하는 중앙정부가 정작 지자체 재정악화를 부추기는 셈이다.


 국고보조사업 전체 규모가 60조원을 바라보는데도 제대로 된 실태파악조차 안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국고보조사업의 전체 추이를 알 수 있는 정부 통계자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면서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가 각자 보유한 기초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것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일각에서 대안으로 주장하는 지방세 증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방세를 늘리는 건 말처럼 간단하지도 않고 의도대로 될지도 회의적이다”면서 “결국 세출 효율화가 더 시급하고 효과도 좋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김 위원은 중앙-지방간 협의 활성화를 강조한 김 위원은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고보조사업을 특정 부처에서 총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재정부담심의원회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의를 활발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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