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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3.0 보고서(하): 분통만 터지는 정보공개시스템

취재뒷얘기/기록관리.정보공개

by betulo 2014. 2. 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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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3.0’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대선공약집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선언했다. 정보공개는 박근혜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정부3.0’을 위한 첫 단추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해 본 2년 차 정부3.0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심층 분석한다. 이 글은 나를 포함한 서울신문 기자들의 취재를 바탕으로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경험과 노하우에 크게 빚졌다. (필자 주)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김은주 씨는 논문을 쓰기 위한 정부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서 ‘모바일 정보공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가 10분도 안 돼 삭제해 버렸다.

정보공개 앱. 개발에 2억 4천만 원 넘게 들었지만, 앱 전문가는 “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정보공개 앱 10분 만에 삭제한 이유

로그인 자체가 안되는 바람에 정보공개청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정보공개’ 앱을 이용하려 했지만 역시 로그인부터 벽에 부딪혔다. 궁여지책으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했지만 역시 김 씨가 원하는 정보를 청구할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앱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면 정보목록 검색부터 거쳐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검색되는 정보목록으로만 청구할 수 있었다. 첨부파일을 열어볼 수 없으므로 예전에 정보공개청구했던 자료를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수수료 납부도 되지 않았다. 수수료 납부를 하지 않으면 답변자료를 받을 수가 없는데도 수수료 납부조차 할 수가 없었다. 김 씨는 “앱을 실행하면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어딜 봐도 쉽고 편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보공개 앱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도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안전행정부가 2012년 공개했다. 정보공개제도 안내와 더불어 사전에 공개된 정보목록 검색, 정보공개 청구, 청구처리 과정 등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김 씨 사례에서 보듯 이용자들의 화만 돋우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청구할 수도 없고 답변받은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


아이폰에서 정보공개앱을 쓰려고 하면 시시때때로 이런 오류화면이 뜬다.


안드로이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로그인을 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계속 이어진다.

애물단지 앱에 2억 4천만 원 쓴 안전행정부

이런 애물단지를 위해 안행부는 개발업체인 핸디소프트 컨소시엄에 2억 4,892만 6,000원이나 지급했다. 정보기술(IT) 관련 개발자인 김상인 씨는 “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를 모바일용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솔직히 ‘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검사확인서’를 보면 안행부는 정보공개 앱 개발이 끝난 뒤 “모든 세부사업의 검사 판정결과가 합격임을 확인”해줬다. 안행부가 요구한 세부사업 가운데 청구신청, 처리상태 확인, 정보공개 실시, 회원관리 등은 지금도 구현이 안 된다는 점에서 안행부가 얼마나 부실하게 사업을 집행했고 졸속으로 심사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안행부는 앞서 열거한 정보공개 앱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약 3천 만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3.0 첫 단추 공공정보 공개…… 작동 오류 여전

‘정부3.0’은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으로 채택됐다. 정부3.0의 첫 단추가 공공정보의 공개이다. 그런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온라인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시스템은 기능 개선은 뒷전인 채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만 최근 바꾸고, 작동 오류는 여전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예 접속이 안 된다고 사과하는 문구가 든 창이 뜨거나 접속을 한 뒤에도 진행이 너무 느리거나 오류로 인해 인터넷 창이 닫히기 일쑤였다.



“공공정보를 적극 공개하겠습니다.”라는 말이 과연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캡처: 정부3.0)

정보공개시스템을 접속하면 상단에 정보공개도우미라는 배너에 이어 ‘열린마당’이 나온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시민들이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씩 성인광고가 쌓인다. 열린마당에는 지난해 2013년 10월 10일까지는 일반적인 질의응답이 올라왔다. 성인광고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12월 31일부터다. 자연스럽게 문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올린 글은 사라져 버렸다. 확인 결과 안행부는 기존 질의에 대해서도 2009년 4월 17일까지만 운영자가 답글을 게시했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편집자주: 2014년 2월 7일 현재 정보공개시스템웹사이트는 변경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디자인만 바뀌고 전체 시스템은 그대로일 뿐더러 오히려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은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심지어 회원가입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봤다. 열린마당을 살펴본 뒤 “웹개발 6개월 정도 배운 사람이 게시판 만들면 딱 이런 식으로 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2005년부터 3차에 걸친 시스템 구축에 각각 24억 원, 22억 3,000만 원, 17억 5,400만 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유지보수 비용으로 약 4억 원을 썼다는게 믿어지지 않는 대목이다.

담당자 통화도 어려운 정부3.0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항상 통화 중이라 전화 연결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난해까지 시스템 전화 응대 인력은 단 두 명뿐이고 전화 회선 하나를 시민과 각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문의전화를 해도 대부분 통화 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행부는 최근 정보공개시스템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를 바꾸면서 전화 상담 직원을 2배 늘리고 공무원 전용 회선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의 항상 통화 중이라 전화 연결이 어려운 것은 여전했다.

정보공개시스템을 접속하면 보안설정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팝업창이 뜬다. 해킹 등 위험 때문에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안행부는 이용자에게 보안수준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정보공개시스템이 웹 브라우저 중에서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접속이 원활하고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에서는 접속 자체에 제약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익스플로러 이용률이 절반이 채 안되는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에게는 접근권 자체를 제약하는 사실상 차별이나 다름없다.

파이어폭스에서 대한민국 정보공개 포털에 접속하면 제일 처음 맞는 메시지는 "신뢰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이다.

파이어폭스에서 대한민국 정보공개 포털에 접속하면 제일 처음 맞는 메시지는 “신뢰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이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일문일답

“정보를 제대로 못 읽거나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도 문맹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정보공개청구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최근 설립된 시민단체 중에서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다.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라는 특화된 영역을 다루기 위해 2008년 10월 문을 연 뒤 5년 만에 누적회원 수 1,000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이후 10년 넘게 정보공개운동과 인연을 이어가며 민간 최고의 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전진한 소장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얻기 힘들다.

정보공개는 공직 문화에선 익숙지 않다. 정보가 많을수록 권한도 늘어나는 속성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보를 데이터까지 맞춤형으로 공유하는 ‘정부3.0’을 강조하는 건 대단히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통령이 말하니까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반드시 비밀을 지켜줘야 할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시민피해는 늘어나는데 정작 공익을 위해 공유해야 할 정보에 대해서는 교육이 부족하다. 공개하면 귀찮은 일만 생긴다는 막연한 공포를 깨줘야 한다.

-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불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보공개청구한 시민의 신상을 확인해 뒷조사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구청에 어린이집 관련 정보를 청구했는데 구청에서 청구인이 학부모란 걸 알고는 어린이집에 귀띔해준 사례가 있다. 또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하는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용역비를 못 받자 프로젝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교수한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려준 적도 있다.

- 문화를 바꾸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시민들이 자유롭게 정보공개청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게 쌓여서 선례가 되고 문화가 바뀐다. 뭔가를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그게 선례가 된다. 한 번에 못 무너뜨린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보공개 시스템을 만드는 좋은 전례를 남겼다. ‘인터넷으로도 청구할 수 있구나’ 하는 게 상식이 된 뒤로는 정보공개청구 자체가 확 늘어났다. 아울러 정보공개 관련 업무에 시민들을 많이 참여시켜서 문제점과 불편한 점이 뭔지 자꾸 물어야 한다.

- 정보공개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모범 기관을 꼽는다면.

그 문제에 관한 한 서울시는 다른 곳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전담조직인 정보공개정책과를 신설했고, 회의록을 최초로 전문 공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박원순 시장이 가장 행정정보 공개에 앞장선다.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잘하면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관련 글: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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