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김은주 씨는 논문을 쓰기 위한 정부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서 ‘모바일 정보공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가 10분도 안 돼 삭제해 버렸다.
로그인 자체가 안되는 바람에 정보공개청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정보공개’ 앱을 이용하려 했지만 역시 로그인부터 벽에 부딪혔다. 궁여지책으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했지만 역시 김 씨가 원하는 정보를 청구할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앱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면 정보목록 검색부터 거쳐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검색되는 정보목록으로만 청구할 수 있었다. 첨부파일을 열어볼 수 없으므로 예전에 정보공개청구했던 자료를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수수료 납부도 되지 않았다. 수수료 납부를 하지 않으면 답변자료를 받을 수가 없는데도 수수료 납부조차 할 수가 없었다. 김 씨는 “앱을 실행하면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어딜 봐도 쉽고 편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보공개 앱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도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안전행정부가 2012년 공개했다. 정보공개제도 안내와 더불어 사전에 공개된 정보목록 검색, 정보공개 청구, 청구처리 과정 등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김 씨 사례에서 보듯 이용자들의 화만 돋우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청구할 수도 없고 답변받은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
아이폰에서 정보공개앱을 쓰려고 하면 시시때때로 이런 오류화면이 뜬다.
안드로이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로그인을 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계속 이어진다.
애물단지 앱에 2억 4천만 원 쓴 안전행정부
이런 애물단지를 위해 안행부는 개발업체인 핸디소프트 컨소시엄에 2억 4,892만 6,000원이나 지급했다. 정보기술(IT) 관련 개발자인 김상인 씨는 “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를 모바일용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솔직히 ‘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검사확인서’를 보면 안행부는 정보공개 앱 개발이 끝난 뒤 “모든 세부사업의 검사 판정결과가 합격임을 확인”해줬다. 안행부가 요구한 세부사업 가운데 청구신청, 처리상태 확인, 정보공개 실시, 회원관리 등은 지금도 구현이 안 된다는 점에서 안행부가 얼마나 부실하게 사업을 집행했고 졸속으로 심사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안행부는 앞서 열거한 정보공개 앱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약 3천 만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3.0’은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으로 채택됐다. 정부3.0의 첫 단추가 공공정보의 공개이다. 그런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온라인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시스템은 기능 개선은 뒷전인 채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만 최근 바꾸고, 작동 오류는 여전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예 접속이 안 된다고 사과하는 문구가 든 창이 뜨거나 접속을 한 뒤에도 진행이 너무 느리거나 오류로 인해 인터넷 창이 닫히기 일쑤였다.
정보공개시스템을 접속하면 상단에 정보공개도우미라는 배너에 이어 ‘열린마당’이 나온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시민들이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씩 성인광고가 쌓인다. 열린마당에는 지난해 2013년 10월 10일까지는 일반적인 질의응답이 올라왔다. 성인광고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12월 31일부터다. 자연스럽게 문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올린 글은 사라져 버렸다. 확인 결과 안행부는 기존 질의에 대해서도 2009년 4월 17일까지만 운영자가 답글을 게시했고 그 이후에는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편집자주: 2014년 2월 7일 현재 정보공개시스템웹사이트는 변경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디자인만 바뀌고 전체 시스템은 그대로일 뿐더러 오히려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올리는 게시판은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심지어 회원가입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봤다. 열린마당을 살펴본 뒤 “웹개발 6개월 정도 배운 사람이 게시판 만들면 딱 이런 식으로 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2005년부터 3차에 걸친 시스템 구축에 각각 24억 원, 22억 3,000만 원, 17억 5,400만 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유지보수 비용으로 약 4억 원을 썼다는게 믿어지지 않는 대목이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항상 통화 중이라 전화 연결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난해까지 시스템 전화 응대 인력은 단 두 명뿐이고 전화 회선 하나를 시민과 각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문의전화를 해도 대부분 통화 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행부는 최근 정보공개시스템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를 바꾸면서 전화 상담 직원을 2배 늘리고 공무원 전용 회선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의 항상 통화 중이라 전화 연결이 어려운 것은 여전했다.
정보공개시스템을 접속하면 보안설정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팝업창이 뜬다. 해킹 등 위험 때문에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안행부는 이용자에게 보안수준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정보공개시스템이 웹 브라우저 중에서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접속이 원활하고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에서는 접속 자체에 제약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익스플로러 이용률이 절반이 채 안되는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에게는 접근권 자체를 제약하는 사실상 차별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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