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는 기본적으로 호소(호수·못·늪)나 유속이 매우 느린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환경 전문가나 환경단체에서 4대강사업을 녹조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댐 규모의 보가 건설돼 체류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아놓은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대한하천학회 이사인 김좌관 부산 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7월8일 한 토론회에서 “4대강 녹조문제를 해결하려면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질 전문가인 이현정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은 전화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체류시간 길어져서 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온이나 일조량 같은 다른 요소들조차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하천 정체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속이 느려지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일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할 더 좋은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논평을 통해 “4대강에서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면서 “올해 초에는 한겨울임에도 녹조 현상이 4대강 곳곳에서 확인됐다. 동일 조건일 때 물의 흐름을 막으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인류 역사상 경험을 통해 배운 상식이자, 과학적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을 녹조 현상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그동안 한강이 녹조 현상을 몇 년에 한 번씩 겪었다는 사정과도 연관된다. 한강은 1934년 청평댐을 시작으로 1967년 의암댐, 1973년 팔당댐을 거쳐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에 따라 잠실수중보(1986년)와 신곡수중보(1987년)를 세워 물을 가두면서 일종의 ‘계단식 호수’가 돼 버렸다. 한강에선 2008년 7월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등 몇 년에 한번씩 녹조가 수시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낙동강에서 녹조현상은 매우 드문 경우다.
환경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초기인 지난 2009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협의를 마친 낙동강 중류(2권역) ‘환경영향평가서’를 들어 정부 스스로 지금처럼 전례없는 낙동강 녹조 사태를 예견했다고 지적한다. 평가서는 “보를 설치할 경우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져 수질 오염물질 정체 및 조류 발생 등 부영양화가 우려된다.”고 예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환경부가 지난해 7월 작성한 ‘함안보 수역 조류발생 대응방안’ 문서를 지난 10일 공개는데, 여기서도 낙동강에서 “국지적 조류 과다 발생 때 심미적 영향으로 인해 낙동강 수질에 대한 국민 불신이 우려”된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이 연구원은 “결국 물은 흘려야 한다. 그것만이 제대로 된 해법이다.”라면서 4대강 수문 개방을 해법으로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와 습지파괴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도 없이 4대강 사업과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짓고 폭염으로만 원인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그동안 여러차례 민관 공동조사를 제안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대강 사업이 한강 녹조 현상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며 “보(洑) 철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7월13일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의 전화 인터뷰에 출연해 “한강 자체가 보에 갇혀 강보다 호수 같은 성격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물은 아무튼 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댐이라든지 보라든지 이런 것으로 가두어두면 아무래도 강물에 이번과 같은 녹조 이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청계천에 대해서도 “이게 인공 하천이지 않나. 물을 끌어올려서 흘려보내는 것인데, 과연 이게 정당한 것인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그래서 지금 청계천 시민위원회나 한강 시민위원회가 구성이 돼서 보다 더 생태적인 하천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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