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금폭탄’이란 말이 유행했다. 요즘은 ‘부자감세’란 말이 유행한다. 심지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매체에서도 부자감세란 말이 등장할 정도다.
아래 <그림>은 동아일보·서울신문·한겨레 3개 매체를 대상으로 1991년부터 2010년 11월20일자까지 각각 ‘세금폭탄’과 ‘부자감세’로 검색한 보도량 비교이다. ‘세금폭탄’ 담론은 2006년 8.31대책 직후 나타나 급격히 정점에 이른 뒤 이후 순식간에 소멸하고 있다.
‘감세’와 ‘부자’를 연결시키는 보도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22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미국에서 벌어진 감세논쟁을 소개한 기사에 그친다. 국내 사안을 다룬 것은 33건에 불과했다. 2008년 들어 이명박 정부가 ‘세금폭탄’의 공격대상이었던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공격적인 감세정책을 천명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세금과 폭탄을 연결시키는 것은 그 속성상 위험하고 제거해야만 하는 ‘폭탄’과 연관된 이미지들을 연상시킨다. 이런 효과를 통해 대중들은 ‘자발적으로’ ‘세금은 나쁜 것이며 없애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이는 다시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학습’하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강태완, 2010: 206).
‘부자감세’는 이와 정반대되는 정치적 효과를 발휘한다. ‘부자’와 ‘감세’를 연결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게 양극화 문제를 떠올리게 하며 대안으로 ‘부자증세’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세금폭탄’과 ‘부자감세’ 보도량 추이 비교(동아·서울·한겨레, 1991~20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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