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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여현덕 세계경제포럼 한국 자문역 인터뷰 (2004.6.6.)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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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는 다보스포럼 축소판 아니다”
여현덕 세계경제포럼 한국 자문역 인터뷰
“나는 반신자유주의자, 새로운 패러다임 같이 모색하자”
2004/6/6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전략적 통찰을 위한 아시아원탁회의 한국측 준비책임자 가운데 한 명인 여현덕 세계경제포럼 한국 자문역(아래 사진)은 “사회운동진영의 비판은 실체도 없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원탁회의는 세계경제포럼의 축소판도 아니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회의도 아니며 단지 다양한 층위에서 아시아의 동반자관계를 모색하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회의”라고 주장했다.

 

여 자문역은 “탈산업사회에는 새로운 진보-보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이번 국제회의를 한국의 국익과 진보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여 자문역은 “원탁회의가 끝나고 15일 참가자 가운데 1백여명이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할 것”이라며 “외국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남북경제협력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남북 화해협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세계화를 이용해 세계화를 반대하자는 주의”라고 소개한 여씨는 “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둘 다 비판적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중사회운동단체들은 지난달 24일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반대 공동행동 조직위를 결성해 반대투쟁을 공식선언했다. 조직위는 1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3일 대대적인 반대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사회운동진영에서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는데

 

△반대 자체에 불만은 없다. 일제시대에도 무장투쟁노선과 교육노선이 있었듯이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그걸 존중해야 한다. 문제는 실체도 없는 걸 타겟으로 한다는 거다. 그동안 어느 신문도 우리측을 전혀 취재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 그건 ‘다함께’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같은 비판이라도 산업화시대와 지금은 맥락이 다르다. 지금은 산업화시대가 아닌데도 비판론자들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탈산업화사회에선 노동과 자본의 관계도 옛날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의 진보-보수 틀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운동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제는 양쪽 날개 모두 새롭게 거듭날 때다. 좌우 모두 방법론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반대론자들과 언제든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다.

 

-사실과 다르다는 건 어떤 건가

 

△우선 명칭이 틀렸다. 동아시아정상회의가 아니라 ‘전략적 통찰을 위한 아시아 원탁회의’다. 또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 공동행동 조직위는 원탁회의가 “아시아에서 FTA 확장, 초국적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저항운동이나 위협을 제압하는 것, 금융자유화와 금융시장 팽창 방안, 아시아의 초국적기업 육성과 구조조정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회의는 세계적 학자, 경제인, 정부관료들 1백5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아시아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아이디어회의일 뿐 뭔가를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다. 말그대로 ‘통찰’하는 회의다.

 

이름이 바뀐 것은 성격과 규모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세계경제포럼은 규모도 크고 진보진영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탁회의는 다보스포럼의 축소판도 아니고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위한 전략회의도 아니다.

 

원탁회의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찬성하는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다. 참가자들이 다 자기 이익을 위해 모여든다. 가령 모리 스트롱 유엔사무총장 특보는 유엔 입장을 알리기 위해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대북문제 등을 조사연구하러, 중국 선전개발위원회는 선전개발을 홍보하러 모인다. 선진국의 투자와 지원을 얻기 위해 오는 정부 관료들도 있다.

 

북한도 나름대로 바라는 게 있어서 개성공단 시찰을 허가한거 아니겠느냐. 참가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하나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라는 단일한 목표는 없다.

 

-북한이 개성방문 허가했다는 건 어떤 얘긴가

 

△현대아산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참가자 가운데 희망자 1백여명이 15일 육로를 통해서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이들은 1인당 1백달러씩 참가비를 현대아산에 지불한다. 물론 미국쪽은 대사관 등에서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더라.

 

개성공단 방문은 외국 지도층 인사들이 남북경제협력의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가자 중에는 외국기업 총수, 모리스 스트롱 유엔사무총장 특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중국 차이나 에비앙 오일 코퍼레이션 회장, 콘도 동경대 교수 등이 포함된다.

 

-이번 회의의 의제는 무엇인가

 

△다양한 층위에서 ‘아시아의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원탁회의는 하나의 주인없는 장터다. 이 네트워크에서 물건도 팔고 정보도 나누고 하는 거다. 나는 원탁회의같은 국제행사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국익과 진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적극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지금은 ‘아시아의 재편기’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재편을 끝마쳤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이를 위해 특화된 허브를 만드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용(用)세계화적 반세계화론자’이다. 신자유주의도 반대다. 패권을 가진 특정 세력이 지구를 지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나는 미국 중심이 아니라 제3세계에 공평한 세계화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몽양 여운형은 직접 싸우는 방식보다 유도나 씨름에서 상대의 힘을 이용해 이기는 방식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게 맞다고 본다.

 

-회의 명칭이 바뀐 이유는

 

△2002년부터 한국에서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를 개최하려고 추진했다. 당시 일본과 경쟁을 많이 했는데 2002년 말부터는 분위기가 한국으로 몰렸다. 지난해 한국 개최가 공식 결정됐고 싱가포르 회의에선 김진표 당시 부총리가 공식 환영의사를 밝혔다.

 

회의 준비과정에 세계경제포럼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하나는 남북정상회담 4주년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아시아회의인데 한국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탄핵사태였다. 그래서 결국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담당 국장이 내부 논란 와중에 사표를 쓰기도 했다. 새로운 담당자는 올해 4월에 임명됐다. 포럼 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형태의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원탁회의는 제1회 아이디어 회의가 되는 셈이다. 앞으로 정례화될지 안될지는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

 

-한국위원회와 세계경제포럼의 관계는

 

△한국위원회는 3년전 창립한 상설기구이다. 연구사업도 하고 보고서도 낸다. 아시아권 고유상품 표준화문제와 아시아통화기금(AMT) 연구사업을 많이 한다. 지금은 매실세계화위원회에서 매실 표준화 방안을 연구한다. 세계경제포럼 본부와 우리가 하는 일이 꼭 같지는 않다. 한국위원회는 독립기구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한국의 진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6월 6일 오전 9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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