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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11:09

대법원 1992년에 이미 "휴일 집단행동은 처벌대상 아니다" 판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주최한 시국행사에 참가한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 규정과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


8월5일자 한겨레 기사에 실린 행안부 김진수 복무담당관 발언이다. 행안부는 지난 7월19일 시국집회에 참석한 공무원 16명을 고발하고, 이들을 포함한 105명을 소속 기관에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당연히 해당 공무원들은 반발한다. 위 기사에서 정용해 민공노 대변인은 “공무원이 휴일에 합법 집회에 참석한 것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징계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6일 이달곤 장관을 고발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들의 행동양태를 규정하는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에는 공무원들이 꼭 지켜야 하는 항목들을 나열하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집단행위 금지, 복종 의무, 성실 의무, 품위유지 의무,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쟁점들이 있는데 일단 “휴일에 합법 집회에 참석”했다는 발언에 주목해보자. 7월16일은 일요일이었다. 공무원은 집단행동 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게 정부 방침이다. 공무원이 휴일에 집단행동을 하면 법위반일까?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교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이전에 강원교사협의회가 보충수업 확대 실시 반대 등 이유로 강연회 연설, 소식지 작성, 배포 등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됐다. 1992년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판결을 했는데 휴일에 집단행동 한 것에 대한 내용이 있다. (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서 금지한 ‘노동운동’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과의 관계 및 우리 헌법이 근로삼권을 집회, 결사의 자유와 구분하여 보장하면서도 근로삼권에 한하여 공무원에 대한 헌법적 제한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헌법 및 노동법적 개념으로서의 근로삼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제한되는 단결권은 종속근로자들이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한 경제적 결사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그에 가입, 활동하는 권리를 말한다고 할 것이며

또한 같은 법 상의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 는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헌법상의 원리,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 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축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관련한 강원교사협의회 내지 그 산하인 동해교사협의회는 보충수업 확대 실시 반대, 스승의 날 문제, 교사들의 대한교련 탈퇴촉구 등 교육 내부의 문제와 모순점들을 지적하거나 그 개선을 주장하기 위한 교사들의 임의단체인 것으로 보이고 설사 강원교사협의회가 전교조 설립의 필요성을 교사들에게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활동만으로 그 표현행위 자체가 노동조합의 설립행위 내지 노동조합의 통상활동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각 행위는 위 ‘1’항의 노동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행한 강원교사협의회 대의원대회 및 상임위원회 개최, 강연회에서의 연설, 동해교사협의회 소식지의 작성, 배포는
모두 휴일이나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졌고 달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가'항의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른 건 다 제쳐놓자. 밑줄 친 부분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이러저러한 집단행동을 공무원인 교사들이 했다. 그런데 이 집단행동은 모두 휴일이나 근무시간이 아닐 때 했다. 그러므로 집단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거다.


15년도 더 전에 대법원에서 이미 휴일에 집단행동하는 건 위법이 아니라는 판례를 냈다. 이번에 행안부가 중징계 방침을 내자 여러 공무원노조들이 일제히 “징계권 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현 정부의 첫 번째 금과옥조인 ‘법질서’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는게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뱀다리(蛇足): 법원 판결문은 언제 봐도 어렵기 짝이 없다. (물증은 없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쓰라고 해도 못 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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