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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원격진료 '법따로 현실따로'

by betulo 200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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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옹진군 보건소는 이번달부터 관내 도서지역에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3월 1일부터 첫 진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앞으로 옹진군 7개면 75개리, 100개 섬 전 지역으로 ‘도서지역 원격화상 진료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막상 사업 시작은 했지만 고민이 크다. 현행법상 불법 소지가 있기 때문.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질병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유비쿼터스 I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일명 U헬스서비스가 갈수록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서·산간벽지, 전방부대·교정시설 등 특수계층을 비롯한 의료취약계층의 경우 원격진료 서비스를 통해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IT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실을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법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이익단체가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원격의료에 따른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원격의료에 대한 보험급여도 인정하지 않는다.

원격의료의 범위조차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영양사나 운동처방사 등 건강전문가를 통한 다양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제약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도서산간, 요양환자, 방문간호, 재진환자 등 범위를 한정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원격의료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급규정을 신설하고 의료인을 제외한 건강전문가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원격진료 관련 A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정상상태에서 환자상태로 가는 중간에 있는 경우 비만·혈압·혈당 관리 등을 통해 치료 이전 단계에서 건강관리가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단순 조언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진료는 의사가 하는게 맞지만 의사가 모든 걸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의사들이 의료와 관련한 모든 걸 틀어쥐고 있는게 고객들에게 더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계 협조가 필수지만 현재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간 논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법제도 개선을 어렵게 한다.

김주경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전국 어디서나 한시간 이내에 종합병원이 있는 나라에서 원격진료가 그렇게까지 시급한지 의문”이라면서 “그 비용으로 차라리 지역의료전달체계를 활성화하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퓰리즘에 치우친 결정이 되면 안된다.”면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의료공공성을 해치지 않고 보완하는 방향에서 원격진료의 범위와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부터 단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나갈 계획이며 다양한 범위에서 의견을 수렴중”이라고 밝혔다.

2009년 1월28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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