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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성과없이 예산없다"는 위험한 발상

by betulo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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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관리(5-2) 한국의 성과예산제도(PBS)

약간은 놀랍게도, 한국은 60년대 초반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이미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시행하던 필리핀 관련 논문 등 영향으로 1961년 4월 예산국장 이하 예산국1) 공무원들과 관련 인사들이 필리핀의 성과주의예산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왔다.

이듬해 농림부, 보건사회부, 건설부 등 3개 부처를 대상으로 성과주의예산제도를 시험 적용했다. 대상은 계량화가 비교적 쉽다고 판단한 15개 사업이었다.  1963년에도 동일 사업에 성과주의 예산을 적용했다. 하지만 성과주의예산이 지니는 난점과 주무부서인 예산국의 리더십 중단으로 1964년에는 폐기되고 말았다. (유훈․신종렬, 2006, 236~237쪽) 여기에 “충분한 사전준비 부족”을 덧붙일 수 있겠다. (윤영진, 2003, 388쪽)

성과주의예산의 난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업무단위 혹은 업무측정단위를 선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단위원가 계산이 어렵다는 문제다. “업무측정단위 선정은 성과주의예산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많은 사업의 경우 동질적이고 의의 있는 명확한 최종 산물을 찾아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여기서 업무측정단위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단위원가는 업무측정단위 하나를 산출하는데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합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회계제도가 발달하지 못하고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지닌 회계직원이 부족할 경우” 단위원가 산출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돼 버린다. 파슨스(T.Parsons) 교수가 필리핀의 성과주의예산에 대해 ‘외관을 지닌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훈․신종렬, 2006, 235~236쪽)

2000년대 성과주의 예산 강화 과정

1999년 당시 기획예산위원회 주도로 성과주의 예산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기간을 거쳐 2000년에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예산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001년에는 24개 부처 28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2002년에는 11개 책임운영기관이 추가됐다. 시범기관은 회계연도 동안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성과 결과 측정 방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한 성과계획서를 작성해 기획예산처에 제출해야 한다.2) (윤영진, 2003, 412~413쪽)

참여정부는 총액배분자율편성(Top-down)제도, 국가재정운용계획, 성과관리제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복식부기 발생주의 회계 등 5대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참여정부는 1999년부터 2002년도까지 실시했던 성과주의예산제도 시범사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2003년 22개 선 시행부처를 선정해 성과관리제도를 실시했다.

정부는 이들 부처의 재정사업 30%를 대상으로 2004년 5월까지 성과계획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70% 사업 지표개발을 연말까지 완료했다. 2004년도에는 4개 부처를 추가했으며 주요 재정사업 30%를 대상으로 2004년 중 성과목표와 지표를 개발했고 2005년 5월까지 성과계획서를 작성하며 나머지 70% 사업에 대한 지표개발은 2005년 말까지 완료 예정이다. (신해룡, 2005, 153~155쪽)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도부터는 재정사업 자율평가제도를 도입해 부처의 성과평가 결과를 예산편성에 활용해 재정을 성과중심으로 전환했으며 2006년도부터는 자율평가제도를 보완해 주요사업에 대해 정밀평가를 시행하는 심층평가제도를 시행했다.

재정사업자율평가는 재정당국의 평가지침에 따라 각 부처가 소관 재정사업을 매년 1/3씩 자율평가한다. 2007년도부터는 예산편성과정에서 평가결과의 예산연계를 대폭 강화했는데 가령 2007년도 예산편성 지침에 따르면 “세출예산 구조조정시 재정사업 자율평가(PART) 결과 성과가 불명확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 사업에 대해서 지원을 축소하였는지 점검 ① 재정사업 자율평가 결과 미흡사업은 10% 이상 사업비 삭감 ② 성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업은 원칙적으로 예산증액 불가”라고 돼 있다.

기획예산처는 2007년도 예산편성시 40개 부처 577개 사업(약 35조원)의 자율평가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11%(65개)가 미흡 평가를 받았다. 기획예산처는 이들 사업에 대해 2007년도 예산에서 52.8% 감액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밖에 심층평가는 특정 대상사업에 대해 객관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외부 전문기관(KDI)을 중심으로 평가를 추진하도록 한다. 먼저 3개 시범사업 평가결과를 2007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했다. 사업성과가 미흡한 해외마케팅 지원사업과 미취업 청년지원사업은 세부사업을 폐지 축소했고, 사업효과가 의문시되는 자활근로사업은 규모를 동결하고 물가인상분만 반영해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2009회계연도 예산안 및 결산부터 각각 성과계획서와 성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2008, 109쪽)

제도시행에 따른 문제점

2007년 2월 14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부처성과평가 결과의 예산반영 보고’는 “성과평가의 예산연계를 강화해 ‘성과없이 예산없다’는 인식 확산”이라 자평한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기획예산처는 보고서에서 “재정사업 성과평가 결과를 제도개선에 활용하고 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007년 12월 기획예산처를 대상으로 “2006년도 재정사업자율평가를 실시한 577개 사업 명단과 우수/다소우수/보통/미흡 등급별 사업명단. 미흡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들의 2006년도 예산과 2007년도 예산”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기획예산처는 사업명단은 공개했지만 미흡 등급 사업들의 예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기획예산처 성과관리팀 담당자 민XX씨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보도 여부, 기사 방향을 물어보면서) 언론에서 자꾸 평가에서 미흡으로 나왔는데도 예산 증액했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다루다 보니 비공개하는 거다. 예산이 평가결과 하나만 반영하는게 아니다. 미흡이라고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고 보면 왜곡된 시각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삭감 경향이 있기는 하다. (071202. 16시21분 통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흡이라고 반드시 삭각해야 한다고 보면 왜곡된 시각이다.”라는 대목이다. 이는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 어디에도 이와 관련한 얘기는 없다. 보고서에는 오로지 “재정사업 자율평가 결과 미흡사업은 10% 이상 사업비 삭각”이라는 ‘2007년 예산편성지침’이 있을 뿐이다. 보고서에 나온  “성과없이 예산없다”는 언급은 그저 ‘선언’일 뿐인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한 것인가.

두 번째 의문은 왜 보고서에는 마치 모든 정보를 공개한 것인양 써놓고 성과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궁색한 변명 말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획예산처 담당자도 밝혔듯이 성과 미흡과 예산삭감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치하느냐 일치하지 않느냐는 오로지 기획예산처가 결정한다. 언론이나 국민은 왜 어떤 미흡 사업은 삭감됐고 어떤 미흡사업은 삭감되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다. 만약 이에 대해 이의제기하면 ‘허위사실 유포’가 될 뿐이다.

세 번째 의문점은 사업효과가 의문시되기 때문에 규모를 동결했다는 자활근로사업에 대한 것이다. 자활근로사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자활 성공률은 2002년 6.9%, 2003년 6.8%, 2004년 5.4%, 2005년 5.5%을 기록했다. 민간위탁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관계자들도 그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산부족과 그에 따른 인력부족, 과도한 탁상공론식 행정간섭,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 미비 등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가령 “도시락을 납품하는 자활사업체를 만들어 독립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해당 지자체조차 자체 행사에서 자활사업체 도시락을 구입해주지 않는 현실”에서는 자활사업 성공률이 높은게 이상할 정도다. 더구나 자활사업 대상자들은 오랜 노숙생활을 경험한 사람이거나 극빈층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아울러 자활사업체를 만들어 자기 소득이 생기면 그 순간 여타 공적부조에서 배제되는 현실에서는 자활사업체로 재기하겠다는 의지 자체를 약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자활근로사업의 “자활사업 효과 의문시”라는 평가는 수치로만 평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성과없이 예산없다”가 더 위험

평가지표의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과없이 예산없다”는 구호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 위험해 보인다. 지난해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200년도 정부업무평가 지표를 대상으로 몇 개 사례를 소개한다.

해양경찰청은 “이행과제: 해양오염사고 대비 대응. 성과지표: 국가방제능력확보율, 오염사고 방제율, HNS(오염유해물질) 사고 대응체제 구축율. 목표치: 65, 64, 43. 실적치: 65, 64.2, 44. 목표달성도: 100%, 101.9%, 102.3%”라고 밝혔다. 2007년 연말에 태안 해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를 통해 해양경찰청의 성과의 진실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이행과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개선. 성과지표: 국민연금 신뢰도. 목표치: 54.3%. 실적치: 60.9%. 목표달성도: 112%.”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07년도 국정감사 자료요구 답신자료는 이렇게 돼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리서치알엔에이에 의뢰해 ‘2007년 국민연금 신뢰도 조사(대상: 1,230명, ‘07. 8.3~9)’ 실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12.8%이며, ‘06년(26.7%)에 비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돼 있다.

지나친 계량화,수치화 현상도 있다. 통일부는 “이행과제: 남북대화의 현안 해결역할 강화. 성과지표: 남북회담 제도화 지수. 목표치: 회담개최율 89%. 실적치: 86%. 목표달성도: 98.2%.”라고 돼 있다. “목표미달성. 유형은 정책환경 변화. ‘북측의 일방적인 회담개최 거부로 인해 목표 미달성”이라고 돼 있다.

이밖에 “이행과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대북 협의노력 강화. 성과지표: 남북대화를 통한 대북설득 노력. 목표치: 대북설득 5회 관계기관 협의 10회 등. 실적치: 대북설득 4회, 관계기관 협의 85회 등. 목표달성도: 421.6%.”라든가 “이행과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해결 돌파구 마련. 성과지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해결 촉구 비율. 목표치: 촉구비율 100%. 실적치: 100%. 목표달성도: 100%.”도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행과제: 경기력향상 및 스포츠 교류증대. 성과지표: 국제대회 성적. 목표치: 토리노 동계 10위, 도하아시아 2위. 실적치: 7위, 2위. 목표달성도: 115%”라고 자평한게 눈에 띈다. 스포츠대회 성적이 좋으면 문화관광부 성과가 올라가는 것일까.

성과를 예산과 연동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성과 평가의 합리성과 공정성이다. 그럼 지금 한국 공공부문의 성과평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가? 공무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여기서 한가지 의문사항을 제기한다면 교육부 특별교부금처럼 누구의 통제와 감시도 받지 않는 예산사업은 어떻게 성과를 평가하느냐이다.

2008년도 예산안만 1조 1699억원이나 되는 교육부 특별교부금은 최근 서울신문에서 집중분석보도한 것에서 보듯 교육부의 쌈짓돈 구실을 하고 국회를 비롯한 누구도 내역조차 알지 못한 채로 운영되고 있다. 제대로 된 성과관리라면 교육부 특별교부금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와도 한참 전에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신문 보도 이후에도 교육부, 청와대, 국회, 심지어 9월에는 감사결과를 발표한다던 감사원조차 아무런 대답이 없다.

성과주의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아래 부분은 성과주의예산 발표할 때 나와 같은 조에 속한 다른 분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성과주의 예산제도는 그 성격상 예산안 편성과정에 중점을 두는 제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안 심의․확정권만 가지고 있는 국회의 역할이 과소평가 될 수 있다. 성과주의 예산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 국회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예산안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경우 정부업무평가기본법과 국가재정법에 의하여 성과관리 대상사업에 대한 자체평가(국무총리실 주관)와 재정사업자율평가(기획재정부 주관)를 실시하고 이를 예산안에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예산안의 심의․확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 경우는 정부에서 제출하는 성과계획서 등과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의 제한적인 평가결과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의회에서 예산안을 편성하고 확정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국회는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품목별 예산제도에 기초하여 예산안 심의를 하고 있는바, 계획, 성과와 예산심의간에 연계성이 매우 부족하고, 아직까지 예산안 심의를 지원해줄 전문기구의 역할이 취약하다.

성과주의 예산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객관성, 투명성은 물론 감독권의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의 국정상황에 대한 점점과 평가가 체계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미국과 같은 세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 예산안 심의 범위와 관련하여 현재 감액만 독자적으로 할 수 있고 증액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책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의 조정도 쉽지 않기 때문에 예산안 심의권 확대가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사업평가국에서 주요 재정사업에 대한 평가업무를 다루고 있지만, 그 전문성과 인력상 문제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보다 심도 있는 평가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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