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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4대 강 정비사업 대폭 증액,누가 그랬을까?

by betulo 2008.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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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12일 부산시에 제출한 '4대강 사업' 문건의 일부.(출처: 오마이뉴스)


정부가 향후 4년간 14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 4대 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수계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야당에서는 대운하를 위한 사전포석 혹은 우회상장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11월 27일자 1면 하단 기사로 <정부 ‘4대 강 정비 추진 야당 “대운하 의도” 반발>이라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2면에 <“4대 강 정비 예산 14조 투입” 대운하 추진의혹 문건 나와>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4면 한 면을 다 털어서 뉴스초점이란 문패를 달고 <대운하 대신 수질․주변환경 개선으로 방향 전환>이라는 해설성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논쟁의 발단은 민주당 의원 최영희가 26일 공개한 국토해양부의 ‘4대 강 정비사업’ 검토보고서라고 한다. “내년부터 2012년까지 14조 1418억원을 들여 하도 정비, 배수갑문 증설, 제방 보강, 천변저수지 조성 등 하천 정비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 검토보고서는 지난 12일 부산시 주관 ‘낙동강 하구 하천 관련 사업장 선정계획 자문회의’에 대외비로 제출된 것이라고 한다.


사업내용은 크게 △물길 정비 △배수갑문 증설 △제방 보강 △하천 환경 정비 등 9개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토해양부 8조 8430억원, 농식품부 3조 9004억원, 해당 지자체 4297억원 등을 부담하고 민자 9687억원도 유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최영희는 이 계획에 대해 “하도 정비를 통해 홍수 소통 단면을 확대하고 주수로를 정비하는 것은 전형적인 운하 추진 사업이며, 특히 천변 저수지를 민자로 만들겠다는 것은 이를 운하 관광,물류 터미널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예산이 갑자기 변동하면 의심하라


왜 이제와서 정부가 ‘4대 강 정비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려 하는 걸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도 하천정비 관련 사업 예산안은 1조 6750억원이다. 올해 1조 533억원보다 6217억원이 늘어났다 10월 2일 정부가 처음 제출할 때는 1조 2250억원이었는데 11월 7일 수정예산안에서는 4500억원이나 증액됐다.


<2009년 하천정비 관련 사업 수정예산안 현황> (단위: 억원, %)

사업명

2007 결산

2008

예산(A)

2009 예산안

증감액

(B-A)

증감률

(B-A/A)

당초

수정예산안

(B)

국가하천정비사업

3,940

3,300

5,410

7,910

4,610

139.7

하천재해예방사업

3,185

3,731

3,530

4,680

949

25.4

하천재해예방사업(제주)

250

267

270

320

53

19.9

수계치수사업

3,252

3,235

3,040

3,840

605

18.7

10,627

10,533

12,250

16,750

6,217

59.0

자료: 국토해양부; 국회예산정책처, 『2009년도 수정예산안 분석』253쪽에서 재인용.


싸부께서 말씀하시었다. “예산을 볼 때는 갑자기 늘거나 갑자기 줄어드는 걸 주목해라.” 만약 2009~2012 4년간 4대 강 정비사업을 올해 수준으로 한다면 물가상승률 배제하고 대충 계산해서 약 4조원이 될 게다. 정부가 당초 제출했던 내년도 예산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조 7000억원이 된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4년간 14조원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예산이 한 달 사이에 갑자기 늘어났다. 이거 분명히 뭔가 이상하다.


한겨레가 전하는 ‘혐의’를 소개해보자. 먼저 물길 정비. “물길 정비는 강의 양쪽 제방을 보강하고 수심 확보를 위해 강바닥을 파내는 작업으로, 운하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준설 사업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계획 중에는 “전액 민간자본으로 4대 강 유역에 천변저수지 21곳(낙동강 17곳, 한강 3곳, 영산강 1곳)을 전액 민자로 설치해 운영 수익을 낼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중앙, 081127).”고 하는데 이것도 “하천을 중심으로 강변에 수변 도시와 택지 개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반도 대운하의 터미널, 내륙도시 건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한겨레,081127)”고 했다.


유달리 낙동강에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의심을 산다. 전체 사업비 14조원 중 낙동강에만 6조 1802억원이 배정됐다. “그동안 경부운하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낙동강 운하 선착수론이 제기돼 왔으며, 실제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한나라당 소속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지난 12일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조속히 시행하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국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한겨레, 081127).”


조선일보도 이런 의심의 눈초리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이명박 측근들이 “길이 막히면 우회해서라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 오 전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운하는 필요하다'면서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의 물길을 살리고 하천·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 이름이 운하든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지난 9월 "국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할 수도 있다"며 "대운하는 친수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검토해볼 만하다"고 하기도 했다.” (조선, 081127)

물론 정부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집중 호우 시 강수량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에 제방과 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준설도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이지 운하와는 관계없는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4대 강 정비는 이미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이라며 “이를 대운하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중앙, 081127)


‘4대 강’보다 ‘작은 하천’ 정비가 더 급하다


27일자 신문들이 전한 대운하 ‘의혹’은 대략 이렇다. 그럼 이번에는 대운하가 아니라 하천정비 관련 사업 자체를 보도록 하자.


하천정비 관련 사업은 하천관리와 홍수예보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단위사업은 국가하천정비지원사업(일반회계)과 하천재해예방사업(균특)이 있다. 국가하천정비지원사업은 국가하천정비사업, 치수연구사업, 댐직하류하천정비사업 등 세부사업으로 구성되고 하천재해예방사업은 수계치수사업과 하천재해예방사업으로 구성된다.


<하천정비사업 관련 현황>

프로그램

단위사업

세부사업

하천관리 및 홍수예보

국가하천정비지원(일반회계)

국가하천정비사업

치수연구사업

댐직하류 하천정비

하천재해예방사업(균특)

수계치수사업

하천재해예방사업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국가하천의 정비율은 현재 약 97%로 매우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지방하천은 약 84%의 정비율을 보여 국가하천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지방하천 관련 하천정비사업의 총 투자액은 16조 5650억원”이며 이는 “국가하천 정비사업의 총 사업비 5조 6800억원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반면 “국가하천의 총 연장은 2998km임에 반해 지방하천의 총 연장은 2만 5751km로 약 8배에 이른다.” “최근의 수해는 지방하천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하천 정비에 대한 투자는 국가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 간략하게 4대 강 정비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봤다. 충분히 대운하 추진으로 의심할만한 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 의심하고 문제제기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이xx가 그동안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선보인 말과 행동의 각개전투, 대운하를 향한 이xx의 집착, 그게 바로 우리가 의심하고 문제제기해야 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국가하천에 집중된 관심을 지방하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국가하천 주변에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그것도 민자유치로 하겠다는데 이건 누가 봐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하겠다는 거다. 경관이 좋은 곳은 물이 좋은 곳일 테고 그 물은 하류로 흘러흘러 도시민들이 마시게 된다. 청와대는 대동강물 받아다 먹는게 아니라면, 그리고 부동산거품에 조금이라도 신경쓴다면 토목공사는 이제 그만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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