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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성과관리는 직원들 점수매기기가 아니다

by betulo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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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관리(4) 정부 성과관리제도의 진화

“성과관리제도의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성과관리는 점수관리로 전락할 것이다.” (공동성)

한국에서 성과관리제도가 아주 짧은 기간에 겉모습은 갖춘 요인은 지난 10년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의 관심과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참가자들이 협력하도록 이끌어야 하고 의사소통을 분명히 해야 한다.

리더십

“성과관리제도 도입과 집행과정에서 충분한 설득이 되지 않으면 참가자들의 복지부동, 형식주의(적당주의)가 생겨난다. 따라서 도입과정에서부터 성과관리제도가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조직원들을 설득할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어떠한 성과지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누가 성과지표를 개발하는지, 어떤 분야부터 시행할 것인지, 성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등이다. 공동성은 “지도자가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조직원들이 불안해 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기가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공동성은 참여정부 당시 제도도입 과정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2003년 당시 정부 관계자가 내게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에 기간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길래 10년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럼 말자는 거냐. 1~2년은 해야지.’라고 하더라. 내 생각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5년은 생각해야 했다. 한국 정부조직의 순환근무 특성상 5년 후 시행한다고 하고 지표를 작성하면 지표 작성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었다. 5년 후에는 자신이 그 부서에 있을 가능성이 없다. 지표를 솔직하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정부조직을 성과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일은 개선의 차원을 넘어 개혁 사항이다. 정부 차원이라면 대통령, 정부부처 차원이라면 장관 등 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강력한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자의 의지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이다. 성과관리체계의 기본토대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며, 이를 토대로 의미 있는 운영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시 3~5년이 걸린다.

장기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지 않는 한 공무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 제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무원 참여는 형식적이기 쉽고, 그 과정에서 행정낭비만 초래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도 계속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나쁜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인적․재정적 지원, 전산시스템, 행정문화, 지속가능성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인적/재정적 지원

먼저 인적/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 선도적 역할을 할 사람 혹은 팀을 구성해야 하고 여기에 시간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좋은 개혁안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으로서는 개혁안의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추가적인 부담이다.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할 때 졸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목표/성과 중심의 행정체계는 해당업무/사업을 제일 잘 아는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며 요구되는 참여시간 또한 그 어느 제도보다 많다.”

여기서 다시 공무원 중심 평가 시스템과 외부인사 중심 평가 시스템에 대해 통설과 다른 공동성의 의견이 나온다. “외부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사의 경우 새로운 제도가 다른 제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마찰과 부작용을 간과하기가 쉽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다.

공무원들의 부처이기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사들 또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성과중심의 행정체계 구축은 다른 제도와 달리 거의 모든 공무원이 준비과정 (예를 들면 성과목표/지표의 개발과 타당성 검증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각 부처와 국/과별로 하나의 추진 팀이 형성되어야한다. 따라서 참여 정도에 따른 적절한 시간적(특히 공무원들에게) 재정적 지원 (특히 외부인사들에게)은 필수적이다.”

실무적 두뇌집단의 지원

실무적 두뇌집단(Think Tank)의 지원도 중요한 요인이다. 성과관리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외부인사의 질은 개혁안의 개발시간을 단축시키는 요소이고 개혁안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필수조건이다. 현재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과중심의 개혁이 가능한 배경에는 이를 지도 보조하는 “실무에 밝은 두뇌집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부처별로 (나아가 자치단체 별로) 실무에 정통한 두뇌집단의 육성과 활용은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운용하는데 필수적이다.

교육훈련

새로운 제도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개발과정에서부터 참여자들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계속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관련된 개념을 실무적 차원에서 명확히 정의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질문과 문제점에 대처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의사 소통망의 구축과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공동성은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험을 예로 든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성과관리체계(Performance Planning and Development로 명명)를 소개하기 위해 3시간 짜리 오리엔테이션을 전체 공무원에게 제공했다. 그 후 2달 동안에 156회의 워크과 회의가 있었고 약 1만명이 참석했다.

전산시스템 구축

전산시스템 구축은 성과관리시스템을 위해 중요한 요인이다.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성과관리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성과관리체계는 수백의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수천의 성과측정정보를 요구한다. 자칫 평가에 관련된 업무가 비대해져 본연의 실제업무에 할당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하고 신속한 성과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개선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성과관리체계가 인사 분야 뿐만 아니라 예산(성과주의 예산제도), 관리, 감사(성과 중심의 감사), 기획 분야에서도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중복에 의한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전산시스템은 복잡한 성과관리체계의 개념을 실무적 차원에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조직별 및 사업별 추진상황을 효과적으로 점검하고, 평가양식(Forms)의 개발 등 업무의 표준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문화와 지속가능성

정권교체나 조직개편 등 변화에도 가능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법제화, 자율평가제도 활성화, 성과관리의 투명성과 공개성, 꾸준한 문화 만들기, 성과관리의 비용효과성 분석, 정치적 힘 재분배, 성과관리의 성과 등이 필요하다.

위 세 그림은 성과관리시스템의 계층적 정렬 모형을 보여준다.


한국정부의 성과관리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가, 대안은?

성과지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목표치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타겟 시스템 방식에선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안주하는 현상이다. 목표치를 낮게 잡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충해도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거다. 달성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현상도 있다. 이는 초과달성자를 소홀히 하고 목표치에 약간 미달한 자에 집중하고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자를 포기하게 된다.

평가되는 것에만 집중하는 현상도 있다. 평가점수는 좋지만 일의 취지에 어긋나는 평가항목 왜곡 현상과 중요하지만 평가받지 않는 일을 무시하는 현상도 있다. 성적은 높아지는데 전인교육은 사라져 버리는 교육현실이 대표적이다. 공동성이 보기에는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일을 많이 하는 구조가 돼야 조직 생산성이 높아진다.”

랭킹 시스템에서는 차별성이 별로 안 나타나 억지로 등급을 나누면 불만만 높아진다. 평가항목의 가중칭 변화에 따라 총점이 급격히 변하는 현상도 생긴다. 청와대에 일하면서 신분증 한 번 잃어버렸더니 근무성적이 꼴찌가 나왔다는 사례가 이런 경우다. 출발점이 달라서 나타나는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

정보 시스템은 유럽의 많은 학교에서 실제 사용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정성적 평가, 질적 평가다. 전문가의 주관적 평가이기 때문에 상호신뢰가 없는 한국 교육현실에선 어림도 없다. 고3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너는 기술에 소질이 있어. 대학 가지 말고 기술을 배우는게 어떠냐.”라고 말했을 때 그 담임교사가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는 안봐도 뻔하다.

공동성이 보기에 그런 종류의 질적 평가는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패자부활전이 있다는게 선진국의 특징이다. 패자부활전이 없으면 모 아니면 도, 밀리면 끝장인 사회가 된다. “평가를 최근 3년 것만 하는 식으로 평가해도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대학성적, 대학 이름값, 본적, 원적까지 평가대상에 넣는게 지금 한국의 모습이다.”

여러 가지 모델을 보여주며 토론을 이끌어낸 후에 공동성은 이렇게 결론내린다.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전문가가 목표(타겟)의 도전성을 평가하는 성과평가시스템”

공동성은 강조한다. “평생 자신이 살 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조직문화와 성과관리 제도를 짜야 한다. 지금은 기관장을 위한 성과관리, 대통령을 위한 성과관리다. 개인을 심판하는 성과가 아니라 조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투자하도록 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성과평가를 가장 정교하게 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이런 강조도 있었다. “국가가 민주주의를 기초로 해서 성과평가를 해야 한다. 단기간 효율을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성과관리의 이유라면 비전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집행력)이다. 집행력을 높이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평가시스템이 집행력 높이는데 방해가 되면 성과평가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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