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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평택 미군기지 이전

[르포]"에바다"승리딛고 "미군기지 반대"운동 점화 (2003.12.31)

by 자작나무숲 2007. 3. 11.
[르포]"에바다"승리딛고 "미군기지 반대"운동 점화
저항과 대안의 상징 "평택"을 가다
2003/12/31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2004 대안과 희망 풀뿌리에서 찾는다

평택주민에게 미군기지는 생활의 일부…지역운동 장애


시민·노동단체, 미군기지 평택총집결 결사반대투쟁 나서

영세업체 노조 조직 강화가 지역노동운동 현안

"에바다" 승리 거울삼아 제2 전환기 노려

 

 

미군기지 주변 농민들에게 미군은 생명보다 소중한 농토를 빼앗으려는 땅도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진=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평택시장 맡아 일 한번 잘하면 대통령 해도 된다."


평택 토박이라는 김용한 민주노동당 평택을지구당 위원장은 "전국적인 현안치고 평택 지역현안 아닌 게 없다"고 말한다. "미군기지, 항만, 공단, 평야 등 없는 게 없기 때문"이란다. "공항만 있으면 되겠다"고 말하자 대뜸 "부시와 럼스펠드도 즐겨찾는 송탄 미군기지 비행장이 있잖느냐"고 받아친다. 그는 미군기지 재배치, 쌍용자동차 해외매각, 이주노동자, 경제특구 지정, 노조 손배가압류, 쌀개방, FTA 등을 대표적인 지역현안이라고 설명했다.


평택은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이다. 그리고 군사도시이다. 평택을 물류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육성한 송탄공단과 평택항은 평택을 노동자밀집지역으로 만들었다. 평택역 옆 골목에는 2백미터도 넘어 보이는 길을 따라 사창가가 빼곡이 이어진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평택쌀로 이름난 너른 평야엔 가을걷이를 끝낸 논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평택이 주목받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쌍용차 매각 등 지역현안이 국회의원 선거와 시장 보궐선거와 맞불리면서 평택은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시민의신문은 "2004년 대안과 희망을 풀뿌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기획 아래 평택을 찾았다. <편집자 주>



평택을 알면 미군기지가 보인다


12월 12일 오전, 석유 난로 하나로는 한겨울 냉기를 다 막지 못하는 평택민주노동자회 사무실. 5명의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집행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회의는 그날 저녁에 있을 "자주평화염원 촛불의 밤" 준비와 대책위의 1년 활동 평가를 겸한 자리였다.


"투쟁을 전국화하지 못했고 평택시민들을 운동의 주체로 명확하게 세우지 못했다"는 점은 집행위원이 공통으로 느끼는 고민이었다. 이들은 "2004년 6월까지 75만평을 매입할 예정인 국방부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며 "반드시 전국적인 쟁점으로 만들어 미군기지 이전을 막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책위는 올해 효과적인 투쟁을 위해 대책위를 상설기구로 전환하고 상근활동가도 둘 예정이다.
 

대책위 집행위원들이 2003년 평가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강국진 기자


미군기지를 빼놓고는 평택과 이곳의 지역운동을 이해할 수 없다. "5가구에 한 가구는 미군기지와 연관을 맺고 있을 정도"로 미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시내 사진관은 주한미군 가족들이 찍은 기념사진을 진열해놓고 미국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애쓴다. 미군차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원규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사업부장은 "평택 사람들에게 미군기지는 전혀 낯설지 않은 생활의 일부"라며 "이런 분위기가 미군기지 반대운동에 오히려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 경우도 성립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기지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났던 기지 주변 농민들은 물론이고 미군범죄 등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시민들은 미군에 대한 잠재적인 불만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90년 당시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적극적인 반대운동으로 나타났고 결국 기지이전을 무산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이 투쟁을 사실상 평택 지역운동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미군기지 문제는 2001년 국방부에서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를 발표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민·노동 등 16개 지역단체는 즉각 대책위를 결성해 "미군기지평택총집결 반대투쟁"에 돌입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평택 민중연대(준) 대표자회의가 (주)에바라 노조의 파업농성장에서 열렸다. 파업 지지방문도 겸한 회의였다.


민중연대 대표자들은 먼저 쌍용자동차 해외매각 문제를 논의했다. 연대투쟁을 호소한 김선동 쌍용자동차노조 부위원장은 "쌍용차가 지역경제의 40% 가까이 차지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역 차원의 대책위 구성과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이들은 "올해 평택 민중연대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했다"며 민중연대 조직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민주노총과 농민회의 조직력과 결합력을 높이고 연대사업을 강화하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반도체 수리업체인 에바라 노조원 20명은 지난 12월 10일 회사에서 직장폐쇄를 감행하자 이에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노조원들은 "회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노조측에 손배가압류를 무기로 협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올해 6월 노조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노조원 2명이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것"도 파업에 불을 당겼다.



 

(주)에바라 담벼락에 노조원들이 걸어놓은 직장폐쇄 항의 현수막 사진=강국진 기자 


서보레미콘 노조원들이 레미콘 차로 공장 입구를 봉쇄해 놓았다. 사진=강국진 기자


청북면에 위치한 서보레미콘에서도 지입차주들이 노조를 결성해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받자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중이었다. 정미 민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조 조직부장은 "영세업체 노조의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노동운동의 현안"이라고 일러줬다.


2003년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원장을 맡은 강상원 평택민주노동자회 대표는 속된 말로 "학출"이다. "95년에 송탄공단에 위장취업했다가 두 번이나 해고당했다"는 그는 97년 평택민주노동자회를 결성해 해고자복직투쟁 지원과 노동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일하는 아내도 민주노동자회 활동하다가 결혼했단다.


일을 끝내고 강 대표와 소주한잔 하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왔다. 몇 마디 심각한 얘기를 나누던 강 대표는 "에바라노조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에바라로 나섰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말다툼으로 끝났지만 강 대표는 "회사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판 승리의 경험, 에바다 투쟁


평택의 지역운동은 짧은 역사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우이다. 사실 10여년 전만 해도 지역운동단체가 두세개 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하나 둘씩 생긴 노동·시민 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 저지를 위한 총파업, 쌍용차 매각 저지 투쟁, 에바다 투쟁, 멍건이 유적 지키기 운동, 미군기지 반대 투쟁 등을 거치면서 연대의 경험을 쌓고 운동역량을 키웠다.



"에바다 투쟁이라는 승리의 경험"은 "평택 지역운동의 질적 도약을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공대위원장을 맡았던 남정수 민주노동당 평택을지구당 사무국장은 "에바다 투쟁을 통해 지역내 시민사회단체의 운동역량이 강해지고 운동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96년 말 에바다 농아원의 농아들이 운영진의 비리와 학대에 맞서 농성을 시작하고 농아원 교사들과 지역단체들이 투쟁에 동참하면서 에바다 투쟁이 시작됐다. 97년에는 공대위가 결성되었고 재단을 비롯한 지역내 기득권세력과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했다. 6년여에 걸친 투쟁 끝에 마침내 에바다 복지회를 사회복지법인으로 만들고 "민주 이사"들이 운영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했다. 김용한 위원장은 이를 "어느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완승"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90년 미군기지이전투쟁 당시 "길에서 만나는 동창들이 못본체 피할 정도"로 배척을 받았던 김 위원장이 이제는 고등학교 동창회장에 뽑혔다.


민주노동당 평택을지구당을 2001년에 건설한 것도 평택지역운동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창당 2년만에 당원이 세배나 늘어 현재 5백여명이 넘고 작년 대선 때 지지율도 8.1%로 경기도 최고였다. 지역운동가들이 진보정당 지지로 힘을 모은 결과다. 민노당 중앙에서도 "전략지구당"이라고 말한다.


올해 평택 지역운동의 핵심쟁점은 쌍용자동차 해외매각, 주한미군 재배치, 평택 경제특구 지정 등이다. 지역운동가들은 총선과 평택시장 보궐선거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군기지 문제를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5월29일부터 1박2일 동안 대규모 국제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0여년 전에는 냉소와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소수라는 생각이 안든다"며 "활동가들이 많이 늘고 운동역량도 엄청나게 강해져 올해 선거에서는 당선가능성도 바라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반드시 올해를 평택 지역운동 제2의 전환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갈림길에 선 평택, 부안인가 오키나와인가



기지대책위 "전국적인 미군기지 반대운동 벌일 것"


제2의 부안이 될 것인가, 제2의 오키나와가 될 것인가. 국방부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기지확장을 위해 75만평 매입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인 평택이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오키나와처럼 평택시 전체 면적의 10% 가량이 미군기지가 된다. 그러나 평택 지역운동가들은 "지역주민의 힘으로 핵폐기장을 막아낸 부안처럼 우리도 반드시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낼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부안을 자주 방문해 "투쟁의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한다."


확장 예정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는 "미군기지평택총집결 반대"를 천명하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 정치가·상인 등이 미군기지 이전 찬성 여론을 퍼트리면서 여론이 양분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전술적 목표를 미군기지이전반대보다는 미군기지확장반대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군기지 반대운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김용한 기지대책위 상임대표는 "부안만큼은 아니지만 매향리 수준은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반면 강상원 기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아직 매향리 수준을 못 넘어섰으며 그 수준에 접근하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강 위원장은 "일단 기지 주변 농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에는 미군기지평택총집결 반대투쟁을 전국적인 쟁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호성 청년21 회장도 "90년 용산기지 이전을 막아낸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기지이전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기지협정팀장은 "기지이전 자체를 막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벅차다"고 분석한 뒤 "대체부지가 필요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확장반대투쟁을 핵심구호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미군에 대한 호감도가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 평택"이라며 "상인들까진 힘들더라도 광범한 중간층을 미군기지반대운동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지반대운동의 2003년 평가에 대해 강 위원장은 "아직도 다수 대중을 조직하지 못했고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단체 중심으로 사업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대중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기지확장을 현실로 인정해 버리는 패배주의를 넘어서야만 승리하는 투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경아 민주노동당 평택을지구당 교육선전부장은 "기지 투쟁이 전국화하지 못하고 지역 사안에 머물렀다"며 "우리들 스스로 주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원규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사업부장은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라 사안별로 따라가는 식으로 진행된 면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3년 12월 31일 오전 0시 3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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