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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현행 집시법보다도 후퇴한 민관공동개선안 (2006.6.8)

by betulo 200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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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는 통제대상이 아니다”
2006/6/8

“정부가 주도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민간위원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있으면 왜 반대하는지 알려주면 정책에 반영할텐데 그것마저 거부하고 사회협약 참여 자체를 거절하는 단체가 많다. 정작 대화는 거부하면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대화를 요구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거 아닌가.” (국무조정실 관계자)


“가혹한 정부가 가혹한 인민을 만든다. 집회시위 자유 보장이 본질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폭력시위’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폭력시위 폭력문화’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담론조작이다. ‘폭력시위’는 모순어법이다. 시위가 있고 그 와중에 폭력을 쓰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폭력이 목적인 시위라면 그건 폭력행사이지 시위가 아니다. ‘폭력진압’은 말이 된다. 정부는 집회시위를 ‘의사소통’ 차원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원회)가 시민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30여개에 달하는 추진방안을 선정했고 6월 30일 사회협약을 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민관공동위원회가 집회시위 자유를 말살하려 한다”는 규탄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민관공동위원회 대응팀을 구성했으며 7일 국가인권위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화적 집회시위는 이미 정착단계이며 문제는 오히려 집회시위 자유”라는 것이 이들 단체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들은 ‘경찰폭력’을 주요한 해결과제로 지목한다.


민관공동위원회에는 두 가지 논쟁지점이 존재한다. 공치(가버넌스)를 입맛대로 운영하려는 정부의 편협한 시각과 전문성과 준비 없이 참여하는 ‘명망가’들이 그것.


정부는 지난해 농민사망사건이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의 계기가 됐음에도 “불법폭력시위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을 근거로 제시한다. 정부는 “최근 폭력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며 “이는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사전준비한 과격폭력시위”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정부는 3월 9일 2차 회의에서 “4월 중 사회협약 체결”, 5월 17일 3차 회의에선 “6월 중 사회협약 체결”을 내걸었지만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시민단체가 별로 없어 협약식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 교수는 “정부가 ‘자기도덕성’을 확신하고 있고 관료들은 그걸 옆에서 부추긴다”며 “‘과거엔 데모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심리상태는 곧 자신들이 잘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참여정부가 대화의 기본자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집회시위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 야간집회를 원천금지하는 나라,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고 형사처벌 하는 나라, 집회참석자보다 훨씬 많은 경찰을 동원하는 나라가 세계에 얼마나 되느냐”며 “농민이건 노동자건 빈민이건 아무리 아우성쳐도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이 귀 기울이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니까 결국 집회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갈수록 삶은 팍팍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통해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면 민중이 기댈 방법은 폭동밖에 없게 된다”며 “이는 협박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민관공동위원회는 시민사회 명망가를 중심으로 한 민간위원 참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민간위원들이 정부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은 민간위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민간위원들의 자세와 책임감이라는 지적이 높다. 



민간위원 12명 가운데 집회시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없다. 논의과정을 시민사회단체와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지도 않는다. 공동전략 마련도 없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민간위원들을 명분삼아 시민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추진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시민단체들은 공동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와중에 민간위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006년 6월 8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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