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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삼성이 금품매수했다” (2006.5.1)

by betulo 200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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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국가인권위에 진정, 삼성일반노조 새국면


출판물과 인터넷게시판 등을 통해 삼성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살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사건에 대해 삼성이 금품으로 관련 노동자들을 매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석방 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삼성SDI 금품매수의혹


김 위원장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따른 노동자 인권탄압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 법정구속됐으며 이후 실형 5개월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그는 이미 지난 2003년 5월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김 위원장은 2008년 10월까지 감옥에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직접적인 계기는 2003년 6월 5일 ‘삼성SDI 노동자 분신기도사건’ 혹은 ‘방화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삼성SDI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선출해야할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이에 분노한 노동자 4명이 승용차 두 대에 휘발유를 끼얹고 회사 건물로 돌진해 분신을 기도한 사건이었다.

삼성SDI와 검찰은 이 사건을 ‘방화사건’으로 주장했지만 당시 울산인권운동연대,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분신기도사건’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지난해 8월 29일 분신기도사건의 당사자인 임 아무개는 부친상을 당해 형집행정지로 잠시 석방된 김 위원장에게 삼성SDI가 1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자기 가족의 통장에 입금시켰다고 제보했다.


11월 24일 그는 김 위원장의 부인 임경옥씨를 만난 자리에서도 2004년 추석 전에 친척인 이 아무개와 삼성SDI가 자기 몰래 2억5천만원을 받기로 합의하였고 2005년 봄 1억 이상의 돈을 보냈다며 더 자세한 정황을 털어 놓았다. 같은 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도 이 아무개와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분신기도사건’에 참여했던 박 아무개, 양 아무개도 같은 증언을 했다.


대책위는 “임 아무개 등이 털어놓은 삼성SDI 금품매수 의혹은 ‘분신기도사건’이 은폐·왜곡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이로 인해 실형을 살고 있는 김 위원장이 무죄임을 입증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균형감각 상실한 법원·검찰


2003년 부산노동청 국정감사에서 노동부도 사건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조사를 약속했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 방화사건으로 처리했고 분신을 기도한 노동자 4명은 “방화범”으로 몰려 1년 가까이 실형을 살아야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폭로한 김 위원장의 행위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관적 입장에서 해석한 후” “과장”했고 “경멸적인” 표현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으므로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하다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책위는 “명예훼손 법리를 매우 조악하게 해석해서 민주사회의 최우선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은 판결이며 기존 판례와도 배치되는 편파적인 판결이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고인이 된 임모씨 부인의 농협통장에서만 2004년 5월에 출처불명의 돈 5천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과 변호사가 제기한 추가 증거보전신청과 증인신청을 기각해버렸다. 금품수수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법원이 봉쇄해 버린 것이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사건으로 보나 판결 내용으로 보나 김 위원장에겐 죄가 없다”며 “‘법경유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역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판결을 내린 사법부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부는 하루속히 김 위원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삼성 조사할까


국가인권위는 지난 3월 13일 ‘비전선포식’에서 ‘거대기업 등 사영역의 인권침해’에 대해 감시 강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한국의 최대 재벌이자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른 노동자 탄압의 온상인 삼성그룹이야말로 ‘사영역 인권침해’의 대명사”라고 주장한다.


허창영 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는 “검찰과 법원이 김 위원장을 유죄로 결론을 내버린 상황에서 대책위로서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배경을 밝혔다. 대책위는 국가인권위가 진정을 받아들여 삼성을 조사할지 여부가 국가인권위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진실 밝혀야 하오”

김성환 위원장, 부인에 옥중 서신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부인 임경옥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자신의 근황을 밝히고 변치않는 투쟁의지를 보였다. <편집자주>


일요일도 저물어가고.


대전교도소 구재보 동지에게서 꽃잎으로 만든 옆서가 와서 보냅니다. 그는 7월이 석방인데 출역을 화원으로(꽃 가꾸는 일) 나가는 모양이요. 이곳에 온 지도 벌써 두 번째 일요일을 보내고 있으니, 누가 잡아끄는 시간인지는 몰라도 언제인가부터는 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징역살이도 거부할 수 없는 내 삶이 아니겠소.


4월 20일에 교도소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였소. 열흘 후에나 휴일관련 규정, 운동시 운동기구 제공, 평일 한 낮 TV방영 등에 관련 법무부 지시 사항이나 관련 법률 시행령을 받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민가협에 연락하여 상기한 내용과 관련 법규정이 있는지 내게 보내주소.


그리고 창문설치는 예산 신청 여름공사 이야기를 보안과장은 이야기하는데, 창문공사하는 것을 보지 않는 한 믿을 수가 없소. 징벌방도 아니고 더구나 병사에 창문이 없다니, 징벌방이라 해도 그렇지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요. 아랫녁에 있을 때에는 굳이 보안과장 면담 요청을 하지 않아도 관련 법규(수용자 처우개선)를 보지 않아도 그럭저럭 지내왔는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못하니 답답한 일이오.


기자회견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국가인권위에 진실규명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과 동시에 최대한 사회공론화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하오. 기자가 단 한명이 오지 않는다는 추론을 하더라도, 금품매수 사실을 덮고 모른 척하는 것보다 알리고자 하고, 국가인권위에서 맡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이런 저런 생각에 그냥 덮어두면, 좋아할 놈은 누구냐는 것이오.


국가인권위가 투쟁의 대상은 아니어도 문제 지적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지 않겠소? 말 그대로 성과없는 기자회견이 현실적으로 예상이 되더라도 동전의 양면의 의미는 있다는 것이오. 이런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인권위의 한계를 비판하고 문제 제기하면서, 재벌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인권위의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두었으면 하오. 적어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의미가 있고 삼성재벌의 사과 반성에 대한 그 기만성을 비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소.


참고로, 지난 시절 핸드폰 위치추적 등 기자회견도, 당시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소. 언제부터 눈치보았다고 재고하며 폭로한 것이 아니라 폭로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오. 100명의 기자가 와도 1,2명이 간단히 기사화하는 것이 보통이었소.


월요일 담요 세 장 받았소. 매일노동뉴스는 토요일부터 들어오더니 오늘은 당일치가 오후에 도착하였소. 부산에서는 2,3일 늦게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당일 내용을 보게 되니, 서울에 온 것이 실감이 가오. 그런데 이 서신도 그렇고 지지난 서신들을 익일특급으로 보냈는데, 집에 도착하는 날이 늦는것 같소. 이곳은 아침 일찍 서신을 수거 검열하고 당일 점심시간(12시) 전후하여 부치는데(우체국)말이오. 우체부아저씨를 보면 확인하소. 정상적이면 오늘 아침에 보내면 내일 집에 서신이 도착해야 하는데 늦는 것 같소. 이곳은 내가 확인해 보겠소.

연탄보일라 집으로 이사했다고? 나도 연탄보일라 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탄에다 고기를 구워먹는 생각을 했는데 그 날이 많이 다가온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 날을 위해서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 두소. 종철이가 걱정이요. 몸도 좋지않은데 가정적으로도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요. 힘내라고,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전해주소.


그리고 보급소 소장, 총무님 등, 종찬이 아빠 등에게 고맙다고 내 인사 전해주시구려. 갇혀 지내는 것이 자랑은 아닌데 할 수 없소. 그냥 인사나 전하는 수밖에. 무탈하니 건강하라 말이라도 전해주소. 건강 유의하고 수고하시오.


2006. 4. 24. 달.


영등포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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