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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경찰위원회는 경찰청 ‘거수기’?

by betulo 200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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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위원회는 경찰청 ‘거수기’?
[경찰개혁] 행정 심의의결 요식행위…사후승인 다반사
“위원선임방식 개선과 독자 사무처 절실”
2005/11/21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한국 경찰제도는 경찰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경찰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경찰청으로 이뤄져 있다. 1991년 경찰청 발족과 함께 행정자치부에 설치된 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민주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기구다. 경찰위원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되며 행정자치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 임명제청 전 동의권과 주요 경찰정책과 계획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경찰행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업무수행의 책임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현재 경찰위원회가 당초 취지대로 경찰행정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하는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의 박수부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실제 심의·의결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심지어 경찰행정을 사후승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 경찰위원회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기초를 마련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정부는 경찰의 특수성과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경찰청장 독임제인 국가경찰제를 유지하면서 경찰행정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경찰위원회를 채택했다. 이강종 전 경찰위원의 말을 빌리면 이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경찰위원회 취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시민의신문 

이 전 위원은 “경찰위원회가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기관이라면 그만한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경찰 지휘부조차 그걸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의 관리기관으로 경찰청의 상위에 조직되어 있는 것이 상례인데도 한국의 경찰위원회는 법적으로 경찰청의 주요업무를 심의 의결하는 기관으로 심의 의결을 통하여 독임제 경찰청장의 독선을 견제하는 기구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경찰이 중립성을 보장받으려면 경찰위원회를 행정자치부장관 소속으로 두도록 한 경찰법 조항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하거나 독립위원회로 바꿔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만 명실상부하게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경찰을 관리하고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국민들의 의견이 경찰행정에 반영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찰위원회에게 경찰비리를 감찰하고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경찰위원 선임과정에서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한 전직 경찰위원은 “경찰청을 감시하는 게 경찰위원회인데 지금 경찰위원 선임은 사실상 경찰이 주도한다”며 “경찰위원 선임 방식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처·전문위원제 신설 시급=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허준영 경찰청장 임명 당시 경찰위원회는 그의 병역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고 나중에야 병역논란이 벌어졌다”며 “독자적인 사무처가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경찰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인력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은 경찰위원회 행정인력이 경찰에 종속돼 있어 경찰위원회를 경찰에 종속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위원회를 보좌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사무처와 전문위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찰위원회가 독자적인 연구 조사 기능을 통해 정보위원회의 독자성을 높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인적구성 다변화 필요= 정무직 차관급인 상임위원을 경찰 출신들이 독점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위원회는 비상임위원 6명(위원장 1명 포함)과 상임위원 1명으로 이뤄지는데 역대 상임위원은 모두 “관행상” 전직 경찰 출신이었다. 현 김형진 5기 상임위원은 경찰청 차장을 지냈으며 이강종 4기 상임위원은 경찰대학 학장 출신이다. 세상을 떠난 김종일 상임위원은 경찰대학 학장과 경찰공제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정 교수는 “경찰 출신들은 아무래도 경찰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며 “상임위원 자격요건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직 경찰위원은 “경찰이 통과시키려 하는 안건을 경찰위원회가 반대하는 경우 상임위원은 경찰쪽 안으로 중재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도 “경찰 경력이 없는 사람 가운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 경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찰 출신은 상임위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강종 전 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찰 출신이 상임위원을 맡았던 것은 경찰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위원회 업무를 돕자는 취지”라며 “경찰청에서 하는 일을 경찰위원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임위원들이 그런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출신이 경찰위원회에 한 명 정도 있는 건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상임위원이 너무 적은게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찰위원회 인적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문 소장은 “경찰위원회가 경찰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 인권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경찰 대척점에서 경찰 문제점을 첨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경찰위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동계 인사도 경찰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자문을 넘어 감시·감독을”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소장

지난 7월 31일부터 비상임 경찰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두렵기도 하지만 시민운동 경험을 살려 맡은 역할을 잘 해나가겠다”며 특히 “성폭력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이 소장은 “경찰위원회는 경찰청 자문위원회가 아니다”며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듯이 경찰위원회는 경찰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경찰위원회의 역할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경찰위원회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여러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순되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가 위원회를 통해 민간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의미가 있으니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론 위원회가 면피용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요. 시민운동가들이 정부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굉장히 한정돼 있거든요. 대부분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자문 해주는 구실에 그치는 게 사실이거든요. 거기다 나는 경찰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요.”

그런 고민 속에서도 이 소장이 경찰위원직을 수락한 것은 경찰법 제9조 1항에서 경찰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사항 가운데 ‘인권보호와 관련되는 경찰의 운영·개선에 관한 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였다. “경찰위원회가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곳이라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일해 온 경험과 시민운동 경험을 쓸 곳이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소장이 경찰위원회 활동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경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밖에서 생각했던 경찰과 안에서 본 경찰은 분명히 다르다”며 “예전에는 비판적인 시선만 있었다면 이제는 비판적인 시각에 애정어린 시선이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상폭력 상담을 하면서 경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경찰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10여년 동안 경찰이 어떻게 바뀌는가가 귀에 들어오지요. 경찰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구요. 시민사회도 그런 부분은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11월 21일 오전 9시 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4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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