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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취재수첩] 말이 없는 경찰 ‘유감’

by 자작나무숲 2007. 3. 25.


[경찰개혁토론] 창설 60주년에

2005/10/22

 

  지난 19일 열린 정보경찰을 다룬 5차 경찰개혁토론회는 원래 지난 5월 1차 토론회에서 하려고 했던 주제였다. 그러나 경찰청 정보국은 ‘선행연구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론회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발제자로 예정돼 있던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부담스러워 도저히 못하겠다”며 참석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경찰을 토론장으로 불러내는 경찰개혁토론회를 만들고 싶었던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는 결국 정보분야를 9월로 미루고 1차 토론회로 보안경찰을 다뤘다. 


  정작 9월이 되자 정보국에서는 국정감사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며 10월로 연기해달라고 했다. 10월에는 경찰창설60주년기념식 준비와 검경수사권조정 등을 이유로 참여를 끝내 거절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기자의 취재마저 거부했다. 정보국 관계자는 “토론자로 참석하는 경찰대학 교수의 의견을 경찰청 정보국의 견해로 이해해도 좋다”며 “기사를 읽어보고 나서 반론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권조정에 반대하면서 드는 명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을 지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정보국 같은 부서가 수사부서의 우위에 서게 되고 경찰국가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비록 검찰이 수사권조정을 막기 위해 강변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정보경찰로서는 뼈아픈 지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숨어 버리면 수사권조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다섯 번에 걸친 경찰개혁토론회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것은 보안분야와 수사분야 토론회가 전부였다. 수사분야는 수사권조정을 홍보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오히려 시민사회가 그토록 비판해 마지 않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수사대장이 직접 1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보안국의 입장을 대변한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고를 떠나 토론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경찰청은 경찰대학을 다룬 토론회는 경찰대학을 졸업한 대학 교수를 대신 내보내는 것으로 대신했고 전의경 역할과 인권을 다룬 4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경비국 간부는 토론회 내내 “도살장에 끌려온 소”같은 표정으로 메모 한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자리만 지켰다. 


  10월 21일은 경찰 창설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한민국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경찰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는 토론회에서 상대방과 격론을 벌이는 경찰을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05년 10월 21일 오후 19시 4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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