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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대한민국 사병이 "똥개"인가" (2005.2.1)

by betulo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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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인권보호법 제정 목소리 높아져
사병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
2005/2/1

최근 육군훈련소에서 발생한 ‘인분사건’을 계기로 사병인권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혹행위 근저에 있는 현 병역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성공회대 평화인권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평화인권단체들이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사병인권토론회’는 사병인권보호법을 비롯한 군대문화 개혁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비판이 제기됐다.

한홍구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상임이사(성공회대 교수)는 “대한민국 사병은 똥개인가”라고 물으며 사병인권문제를 제기했다. 한 교수는 이어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이후 그동안 한국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얼마나 진전되었는가”라며 “한국의 시민사회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실현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인분사건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인식 두가지는 ‘열심히 하려다 조금 지나쳤던 것’과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문제’”라며 “한국의 병역제도가 구조적으로 사병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군 당국은 그동안 사병 상호간 가혹행위 근절에 주력해 왔지만 간부와 사병, 간부 상호간 구타나 가혹행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병 상호간 가혹행위나 고참의 횡포란 군대의 위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전가”라며 “폭력이 전가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인성교육을 통해 가혹행위를 막아보겠다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인분사건 현장에서 이를 방조한 조교들은 공범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그는 “현행 군형법에서 항명죄와 명령위반죄는 ‘적법하고 정당한 명령’에 국한되지만 군인복무규율에는 명령에 대한 복종만 강조하고 ‘적법하고 정당한 명령’이란 언급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표명렬 군사평론가(전 국방부 정훈감)는 “한국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며 현 군대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장교들에 대해서는 “사관학교를 비롯한 간부양성과정을 철저하게 바꿔서 간부들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병들에 대해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문화를 정착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병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이 부재한 군대문화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토대를 바꾸지 않고는 군대문화를 바꿀 수 없으며 결국 국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씨는 국방개혁의 대상내용을 군사작전 분야로만 국한하고 군개혁을 손놓고 있는 당국의 관점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은 잘못 형성된 우리 군의 성격과 모습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 작업”이라며 “그 핵심은 군대문화”라고 역설했다.

그는 인권을 무시하는 군대문화가 정착한 원인으로 반민족 친일세력을 지목했다. 표씨는 “한국군을 장악한 치일반민족세력들이 일본군에서 배운 절대복종과 인권무시를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국군을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 자신 소대장 시절 주먹으로 쫄병들 잘 때리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며 “당시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군대개혁이 어려운 이유로 표씨는 △군출신 선배집단의 영향력 △무관심한 역대 정권 △간부훈육과 평가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은 장군 몇 명 숙청하기만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군대 눈치 보느라 개혁을 못했다”고 지적한 뒤 “최근 청와대에서는 프랑스식 군대개혁을 배우겠다고 하는데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군의 군대문화는 한국 사회 조직문화의 특성을 바탕으로 겪어온 특수한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라며 “프랑스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육군훈련소는 한국판 아브그레이브”

이밖에도 김삼석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은 “신병훈련소에서 전시도 아닌 평시에 지휘관인 중대장이 인분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은 전시상태의 이라크 아브그레이브교도소에서 미군이 자행한 이라크 포로 학대행위에 버금간다”고 꼬집었다.

서석원 군경의문사진상규명및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군가협) 간사는 “인분사건 피해자들은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들고 물리적으로 계량하기도 힘든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며 “지금이라도 피해자 192명에 대한 정신과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간사는 이어 “피해자들은 후일 필요할 수도 있는 보상과 배상청구에 대비해 증빙서류를 갖춰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 당국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은 그 원인이 매우 복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혹행위와 정신질환의 인과관계를 밝혀 당국의 의무조사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토론회에는 인분사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는 최재경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 2과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빠르면 2월14일 전원회의에 보고해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를 통해 사병인권, 군인복무규율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1기 당시에는 조사중인 사건에 대해 외부에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2기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2월 1일 오전 10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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