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I와 저널리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 수 있을까

雜說

by betulo 2025. 7. 25. 20:21

본문

728x90

자동차가 등장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사라졌을까.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오랫동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적 발전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왔다. 그 자신이 ‘얼리어답터’인 이정환은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한 월례강연에서 ‘인공지능과 저널리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표했다. 이 강연에서 자동차의 등장과 달리기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달리기의 경제적 효용은 극적으로 감소했지만 그렇다고 달리기라는 행위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달리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자동차와 달리기를 인공지능과 저널리즘에 비유하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이후,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공론장: 누가 규칙을 만드는가

이정환이 말하는 핵심 질문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의 지배 아래 있다. 트래픽은 여전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저널리즘의 핵심은 영향력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뉴스를 보는 사람 자체가 적다. 뉴스소비자 62%가 포털에서 뉴스를 본다.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같은 곳에선 포털이란 말 자체가 사라졌는데도 그렇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뉴스를 공짜로 소비한다. ‘아웃링크’ 방식을 두고 논쟁을 하는 것도, 아웃링크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도 모두 한국에서나 가능한 풍경이다. 한국에선 단 하나의 언론사만 존재한다. 네이버. “난 네이버에서 뉴스 봤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네이버에 없는 뉴스는 존재하지 않는 뉴스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언론사에 주는 돈이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 트래픽을 통제하는 존재가 공론장을 좌우할 수 있다. 이제 비판뉴스를 접한 기업이나 정부는 언론사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항의전화를 한다. 민원과 항의전화에 지친 네이버와 카카오는 아예 뉴스 편집자들을 없애버렸다. 이제 알고리즘으로 뉴스가 노출된다. 그래서 세상이 더 공정해졌나? 알고리즘은 뉴스소비자를 중독시켰고 뉴스생산자도 중독시켰다.”

더 많이 클릭하고 더 오래 머무르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화제가 된다 싶은 주제가 있으면 기사가 몰리고, 더 많은 사람이 기사를 보고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기사가 생산된다. 그렇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중요뉴스가 등장한다. “그 뉴스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몰렸을 뿐이다. 정말 중요한 기사는 뒤로 밀린다. 전형적인 ‘꼬리가 몸통을 흔들기’다. 한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지배한다. 거기엔 저널리즘도 없고 논쟁도 없고 질문도 없다. 뉴스가치가 아니라 클릭가치가 지배하고 그렇게 뇌가 해킹된 사람들의 클릭이 돈이 되는 곳, 그게 한국이다.”

포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논의하는 것도 버거운데 더 쎈 놈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 공론장을 지배하는 네이버가 인공지능까지 장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론은 세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광고중독, 신뢰위기, 사회플랫폼의 붕괴. 

외국은 신문광고가 급감했는데 한국은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언론관리비용이다. 언론의 영향력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구조가 가뜩이나 낮았던 언론의 신뢰위기를 가속화시킨다.” 이런 악순환이 극적인 추세를 만들어낸다. 이제, 사람들이 뉴스 자체를 안 보기 시작했다. 뉴스 트래픽 자체가 10년 전과 비교해서 5배 이상 감소했다. 2005년에 네이버 전체 트래픽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였는데, 2025년에는 6%로 줄었다. 뉴스를 보는 사람이 없으면 뉴스의 영향력도 사라진다. 이런 흐름을 눈치챈 페이스북은 아예 뉴스를 링크한 글은 노출 자체를 줄여버렸다. 

#검색이 필요 없는 시대, 링크가 사라진 세상의 저널리즘은 어떻게 작동할까

이제 세상은 ‘제로클릭’의 시대로 가고 있다. 어디서왔는지 알 수 없는, 출처를 모르는 자료를 버무린 답변을 인공지능이 내놓으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질문을 던지면 인공지능이 답변까지 해주니 일일이 검색해서 찾아볼 필요도 줄어든다. 구글 자체가 검색엔진에서 ‘답변엔진’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언론사는 트래픽 감소라는 쓰나미에 직면해 있다. “말 그대로, AI 아마게돈이다.” 
이런 시대에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정환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언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뉴스가 부족한 게 아니다. 부족한 건 뉴스다운 뉴스다.”

이정환은 묻는다. “저널리즘은 무엇을 할 것인가. 언론의 공적 사명과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어떤 길을 찾아야 할 것인가.”  달라진 문법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써야 하고,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변화시키기 위한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완벽한 대답이 있을 순 없겠다. 어쨌든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이정환이 나름대로 내놓는 실험은 ‘슬로우뉴스’다. 매일 7시에 뉴스를 종합정리하고 맥락을 짚어주는 슬로우레터를 발행하고, 주제별 분석기사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슬로우레터가 여타 뉴스레터와 극명하게 다른건, 슬로우레터는 그날치 조간신문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신문에는 맥락이 있으니까.” 그렇게 꾸준히 나오는 뉴스레터는 어느덧 구독자 10만명으로 늘었다. 

재미있는 건 뉴스를 종합하고 맥락을 담는 걸 인공지능으로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잘 안되더라는 것. 결국 사람의 노력, 선택과 집중, 안목과 통찰력은 여전히 대체불가능한 영역이다. 

이정환이 최근 주목하는 건 정책생산과정, 특히 국회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정책결정 매커니즘이다. 그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국회에서 생산한 최근 몇십년치 회의록을 인공지능한테 시키면 단순압축에 그친다. 사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날카로운 맥락은 뭉개진다. 숨겨진 흐름을 찾아내는 것은 숙련된 언론인의 영역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렌즈나 레이더로 활용해서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순 있겠다.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쓸 수는 있지만, 그럴듯하긴 하지만 좋은 기사는 아니다. 사람이 쓴 좋은 기사를 대체할 순 없다.”

정리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요약이 아니라 인사이트다. 사실(데이터)에서 출발하지만 패턴과 구조를 읽어야 한다. 교차 확인과 검증, 업데이트가 핵심이다. 여러 관점을 더할수록 맥락이 풍성해진다. 은밀한 거래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국회가 그 현장이다.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질문이다. 행위자를 찾고 의도를 읽어야 한다. 핵심을 짚으면 논의가 살아난다.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데니터가 너무 많아서 문제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겐 여전히 더 맥락지향적이고 더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