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태백산맥> <자본론> 경찰대학 선정 권장도서에 올라 (2004.12.29)

by 자작나무숲 2007. 3. 20.
"경찰대학은 분명히 변할 것입니다"
<태백산맥> <자본론> 경찰대학 선정 권장도서에 올라
산하 공안문제연구소 "좌익" "용공" 이적표현물 규정도서들…
2004/12/29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경찰대학이 ‘이적표현물’인 <태백산맥>과 <자본론>을 권장도서로 선정했다. 이는 최근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과 관련해 경찰대학 내에서도 이적표현물 규정이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찰대학은 지난 20일 발행한 <우리는 분명히 변할 것입니다, 경찰대학 사람들>라는 홍보용 책자에서 자체선정한 ‘청람 권장도서 100선’을 실었다. 이 목록에는 공안문제연구소가 ‘이적표현물’로 판정한 <자본론(상-하)>(전2권)과 <태백산맥(1-10)>(전10권)이 버젓이 권장도서로 선정돼 있다. 공안문제연구소는 <태백산맥>을 ‘좌익’, <자본론>은 ‘용공’으로 규정해 이적표현물에 포함시키고 있다. <본지 572호 참조>

 

경찰대학 측은 이 책에서 “정보화시대에서 폭주하는 정보를 어떻게 취사․선택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과제는 독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를 위해 우리 대학에서는 경찰대학생들이 독서의 생활화를 통해 대학생으로서의 소양함양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청람 권장도서 100선을 선정하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찰대학은 “100권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우선 고려한 점은 대학생들의 소양함양, 문제해결능력 배양, 경찰대학의 특화된 분야 관련성이었고, 그 외 고전, 철학, 사상. 윤리, 역사, 행정 등 다양성을 중시했다”며 “철학 27종, 사회과학 37종, 문학 24조, 역사 8종, 문화예술 5종, 자연과학 2종을 최종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책에 따르면 청람 권장도서 100선은 경찰대학 교수와 교수요원을 포함한 7인의 선정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교수, 학생, 교직원등 경찰대학 전 직원의 추천과 타 대학,기관의 추천도서를 포함 총 1천77권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위원회 심사를 통하여 최종 100권을 선정”했다.

 

<태백산맥>을 쓴 소설가 조정래씨는 “고발된 지 10년이 지나서 경찰대학이 시대 변화에 맞춰 권장도서로 선정한 것은 감개무량하다”며 “사회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람직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늦은 감은 있지만 경찰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을 환영한다”며 “그런 변화가 계속돼야만 우리가 바라는 민족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시민의신문>에 최초 제보한 허창영 인권연대 간사는 “청람 권장도서 100선을 문제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경찰 한 쪽에서는 이적표현물이라는 책이 다른 쪽에서는 경찰대학생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책으로 선정된 것은 한마디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과 이적표현물이라는 규정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반증하는 사례”라며 “경찰 안에서도 이적표현물 딱지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선정위원회 간사로 참여했던 이은희 경찰대학 도서관 사서 사무관은 “청람 권장도서 100선은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교양신장을 위해서 선정한 것”이라며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설문조사도 하는 등 많은 준비를 거쳐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백산맥>이 ‘이적표현물’이란 걸 전혀 몰랐다”며 “서점에도 많이 있고 수백만명이 읽은 책이어서 학생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공안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감정결과를 보존하는 기간은 1년”이라며 “<태백산맥>은 감정한지 오래돼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론>은 올해 6월 하권을 감정했는데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냈으며 상권은 조회가 안돼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저자는 칼 마르크스 한 명이지만 번역자에 따라 다른 의도를 가지고 다른 내용이 들어갈수도 있을 것이고 연구원 성향에 따라 감정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감정하지 않은 다른 출판사의 <자본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람 권장도서 100선에 선정된 도서는 <태백산맥> <자본론>과 함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3권)> <목민심서> <무기의 그늘> <삼국사기> <일리아드 오디세이> <토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전략적 사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이 있다.

 

한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대학이 낸 책 제목이 <우리는 분명히 변할 것입니다>란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경찰대학 폐지 여론이 이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런 ‘생뚱한’ 책 제목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2월 29일 오전 8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