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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몰상식한, 하지만 완벽한 합법... 퇴직 공무원 친목단체 예산 지원

by 자작나무숲 2021. 4. 28.

 동네 조기축구회나 등산모임에서 친목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한다면 십중팔구 예산낭비나 특혜지원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친목모임이 전직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법적으론 완벽하게 문제없다. 


 20대 국회가 임기 종료 직전 별다른 공론화도 없이 통과시킨 법이 지방재정에 작지만 불길한 흙탕물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7일 ‘서울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지방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울산, 경남, 강원 등 14개 지자체가 퇴직한 지방직 공무원 친목모임인 ‘지방행정동우회’에 예산을 지원했다. 지원액은 약 1억 7078만원이었고 3월 말 현재 1억 3629만원(79.80%)를 이미 지출했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울산과 강원이 각각 3000만원, 경남이 2600만원을 책정했다. 기초지자체 중에선 경기 화성시가 1500백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남 광양시와 강원 횡성군, 전남 고흥군이 각 1000만원을 편성했다.


  14개 지자체가 예산지원을 한 명목은 봉사활동, 회보 및 회고록 제작,  작품전시회, 행정선진지 견학 등으로 결국 퇴직 공무원들의 친목활동이었다. 다만 경기 파주시는 지방행정동우회 건물 보수 명목으로 예산 900만원을 편성했다.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파주시청은 ‘지방행정동우회 입주 건물이 시 소유 건물’이라고 답변했지만 지방행정동우회가 입주 건물에 임대료를 내는지, 민간단체 임대 건물 보수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편성하는 근거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지만 완벽하게 합법인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 시작은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행정동우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의원은 법안 제정 이유를 “전직 지방공무원들이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이용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고 지방행정동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려 함”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입법 과정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입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라고 대놓고 밝힐 정도였다.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이었던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역시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입법하는 이유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건데 퇴직 공무원들의 행복을 위해서 정부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어수선한 틈에 이 법안은 별다른 토론도 없이 지난해 3월 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되자 행안부는 지난해 7월 각 지자체에 배부한 ‘2021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그전까지 들어있던 ‘행정동우회에 대한 보조금 예산편성 금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올해 예산부터 지방행정동우회 예산지원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셈이다. 


 지방행정동우회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제14조다. ‘지방행정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주민을 위한 공익 봉사 활동’에 한해 “사업실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그나마 당초 법안에는 운영비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가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삭제됐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미 대법원이 2013년 판례를 통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퇴직 공무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건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국회의 입법은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엉터리 법률을 폐기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 명이라도 친목단체에 예산지원하는 법률을 이해해 줄지 의문”이라면서 “당장 나부터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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