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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미국 도급사, 오무전기 피격사건 축소은폐 의혹 (2004.11.30)

by betulo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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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급사, 오무전기 피격사건 축소은폐 의혹
오무전기 피격사건 1년, “보상금도 변변히 못받아 파산직전”
계약서변조와 리베이트 수수설 난무
정부, 파병안 통과 위해 축소 급급
2004/11/3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이라크 복구공사에 참여하던 미국 워싱턴그룹인터내셔널의 몇몇 관계자들은 어수선한 혼란상황을 이용해 공사참가자격, 자금조달, 보험가입능력이 없는 국제공사 브로커 이연우씨(필리핀 실로인터내셔널)와 막대한 리베이트를 전제로 결탁했다. 이연우씨는 국제공사 관행에 무지한 한국 업체를 초기공사자금조달과 공사대행사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보험미가입, 자격미달업체선정, 뇌물수수사실 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계약서를 변조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후 현재까지 부상자와 사망자 등에 대한 공식보상과 공사대금과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이라크 티크리트 남방 20km지점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오무전기 노동자 이상원씨와 임재석씨는 중상을 입고 김만수씨와 곽경해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피해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열린 1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지난 11월 30일. ‘오무전기 피격사건 보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 오무전기 관계자들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피격사건의 진상과 배경, 정부 대응 문제점 등을 공개했다.

 

아울러 이들은 미국 정부에게 △워싱턴사와 실로사의 사기계약 조사 △워싱턴사-실로사 10% 리베이트 조사 △보험가입 없이 이라크에서 노동시킨 불법행위 조사 △사고 이후 계약서 변조와 재작성 조사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워싱턴사에는 보상금과 공사대금, 공사수익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실로사 이연우씨 구속 △피격사건 재수사 △해외 파견근로자 산재보험 보장 △이라크 파병 철회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과 추모식이 끝난 직후 주한미국 대사관에 서한을 전달했다.

 

오무전기는 지난해 9월말 필리핀 실로(Shiloh)사 사장 이연우씨로부터 이라크 재건사업 동참을 권유받고 초기단계에 모든 비용을 조달하며 이라크에서 송전선 복구공사를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씨는 자신이 공사책임 매니저를 맡고 공사비용 조달과 실제 공사수행은 오무전자가 전담키로 한 뒤 공사 후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한 바 있다. 발주처 미 공병단, 원청사 미국 워싱턴그룹인터내셔널, 하청사 필리핀 실로사, 하청동업자 오무전기로 이어지는 하청, 재하청 고리 속에서 피격사건 이후 오무전기만 피해를 뒤집어 썼다는 게 오무전기측 주장이다.

 

황장수 오무전기 부사장은 “실로사의 이씨가 오무전기에 접근할 당시는 동업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공사를 시작하려고 할 때 정부에서 워싱턴사와 맺은 계약서를 요구했다”며 “이씨측 요구로 정부제출용 계약서에는 재하청으로 명기했다”고 밝혔다.

 

황 부사장은 “이라크 복구공사를 주도하던 미국 기업의 몇몇 관계자들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피격사건으로 부정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 조작하고 그 피해를 오무전기에 전가한 것이 피격사건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리베이트 의혹

 

황 부사장은 이날 워싱턴사와 실론사 이연우씨 사이에 리베이트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황 부사장은 “워싱턴사 매니저 더글라스 콘클린은 이라크 복구공사가 긴급공사이고 비용정산이 불명확한 점을 악용해 공사참가자격이 안되는 실로사를 끌여들였다”며 “10%의 리베이트를 전제로 실로사의 모든 약점을 무마시켜 공사계약 체결이 가능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황 부사장은 “계약을 맺을 당시 이씨 요구로 계약서에 기밀비 명목으로 10%를 따로 책정했다”며 “당시 이씨는 ‘국제공사 계약에서 관행으로 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이어 “피격사건이 벌어지고 올해 2월에 ‘기밀비는 워싱턴 관계자에게 상납하기 위한 돈’이라고 이씨가 밝혔다”는 고 서해찬 사장의 증언을 언급했다.



“계약자격 없는 회사가 미국 회사와 계약 체결”

 

황 부사장은 “이씨는 지난해 10월2일자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외국인고용허가가 취소된 인물이었음에도 오무전기를 속여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또 공사 전 미국 정부가 의무로 정한 산재보험과 공사비 보증보험에 가입할 자격도 안되었는데도 이 사실을 오무전기에 감춘 채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공사 시작단계에서 워싱턴과의 계약사실을 추궁하는 오무전기와 한국 노동자들에게 ‘계약없이 단순히 작업지시서(NTP)만으로 우선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하며 작업지시서를 10월22일 발급했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해 11월12일 워싱턴사와 실제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11월13일 워싱턴사로부터 선불금 1백만달러를 받았다.

 

11월30일 피격사건이 발생하자 이씨는 공사 계약여부와 보험가입사실을 묻는 오무전기측에 “일단 당신이 책임지고 보상한다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지시하고는 자신은 결탁관계에 있는 워싱턴사 매니저와 공모해 계약사실이 없고 보상책임도 오무전기측에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했다. 이씨는 한국 사법기관의 조사에도 불응하면서 변호사를 통해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

 

축소의혹

 

대책위에 따르면 워싱턴-실로 두 회사는 피격사건 이후 미국 국방부 감사가 시작되자 보험사에 거액을 주고 1월26일 계약서를 재작성하면서 지난해 12월15일로 소급해 보험을 가입했다. 나아가 사고수습을 목적으로 워싱턴사는 계약서 재작성 하루 뒤인 12월 17일에 5백20만불을 이씨에게 주었지만 이씨는 이를 자신이 필리핀에서 추방을 면하는데 이용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7월 오무측이 “이 모든 사실을 서해찬 사장이 살아있을 때 언론과 미국 정부에 발표하겠다”고 하자 정부 해당부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모든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문제가 되던 때였다.

 

당시 정부의 권고에 대해 워싱턴사는 사건관련 자료와 정산을 위한 증빙서류를 보내주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오무전기는 서류 일체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워싱턴사는 10월5일에 ‘이씨에게 정산을 위한 3자회동을 권유했지만 이씨가 응하지 않아 자금 지불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오무전기는 죽어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책위는 워싱턴사를 미국 노동부와 연방법원에 고소하고 FBI에 수사를 촉구했다. 

 

이후 워싱턴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 11월10일 오무전기 대표단이 워싱턴사 본사를 방문하자 워싱턴사에서는 즉각 부상자와 사망자에 대한 보상 등을 마무리하자며 실로사에서 조속히 해결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황 부사장은 “지금 오무전기는 공사대금과 수익금을 받지 못해 파산직전 상태이고 은행대출도 안되며 직원도 1/3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사망자와 부상자들도 오무전기가 지급한 약간의 치료비와 생계비 외에는 이씨나 워싱턴사로부터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대응 문제점, 재외국민 산재 대책 없다

 

해외파견 노동자 산업재해에 대한 정부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앞으로 전쟁특수라는 명분으로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라크재건사업 진출이 가속화될 상황임에도 이에 따른 정부의 안전대책 부재와 파견 노동자에 대한 보호정책 미비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책임을 통감하고 자국민 안전대책과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박 사무총장은 “해외에 파견되는 내국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국내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이라며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 2조2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와 함께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와 피해노동자 보상, 공사성격 규정, 미국정부와 워싱턴사에 대한 보험․증서 등 관련 법규 준수여부 확인보다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데만 치중”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오무전기 피격사건을 추가파병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만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사건 관련 일지

 

2003

  10.22: 실로사, 오무전기에 작업지시서 발급

  11.12: 실로사-워싱턴사 실제 공사계약 체결

  11.13: 워싱턴사, 실로사에 선급금 지급

  11.30: 피격사건 발생

2004

  06.05: 송파경찰서에 이연우 사기사건 고소장 접수

  10.16: 대책위 1차 회의

  10.20: 서울동부지검 이연우 사기사건 조사 착수

  10.29: 청와대 진정서 접수

  11.01: 대책위 2차 회의. 미 연방법원에 워싱턴사 고소 결정

  11.05: 미국노동청,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재해보상요구공문 접수

  11.15: 연방수사당국, 미연방 예산 횡령사건에 대한 수사요청서 접수

  11.29: 미국 아이다호 연방법원, 워싱턴사에 대한 고소장 접수


2004년 11월 30일 오전 9시 1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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