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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엄홍길과 산에 오른 중2들, 산을 통해 삶을 배우다

by betulo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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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가 없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칼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태백산 정산에 오른 중학생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저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백두대간과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감동에 젖어 친구들을 서로 격려했다.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큰 기대 없이 왔다”는 이이삭(영훈국제중 2학년)군은 “정상에 선다는 뿌듯함이 이런거구나 싶다”면서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믓해 했다. 


 서울 강북구와 엄홍길 휴먼재단이 2012년부터 공동으로 주최하는 청소년 교육사업인 ‘강북구 청소년희망원정대’가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산 등반을 끝으로 7기 활동을 마무리했다. 관내 학교장 추천을 받은 중학교 2학년생 5명씩 모두 60여명으로 구성된 희망원정대는 세계적인 산악가 엄홍길 대장과 함께 산을 오르며 호연지기도 기르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 우정도 쌓을 수 있다. 특히 태백산 등반은 희망원정대를 마무리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어린 학생들로선 처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엄 대장이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고 중간 중간 대학생 멘토단이 학생들을 다독이며 한걸음씩 올라갔다.  12시 30분 유일사 주차장에서 출발한 대열이 30분쯤 올라갔을때부터 힘들어하며 뒤쳐지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을 챙기는 건 대열 맨 뒤에서 따라가는 박겸수 강북구청장 몫이다. 1시30분쯤 태백산에 교가가 울려 퍼진다. 지친 학생들에게 기운을 북돋으라며 박 구청장이 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한걸음씩 가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희망원정대에 참여한 학생들은 엄 대장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인생살이와 같다”고 강조하는 엄 대장은 어린 학생들에게 기운을 북돋는 또다른 존재이자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서는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멘토다. 현다미(인수중학교 2학년) 학생은 태백산에 오르는 내내 엄 대장과 함께 한다는게 신기하다. “이렇게 유명한 분을 만나서 신기한 느낌이었다. 엄청 무서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놀랐다”면서 “힘들게 산에 올라본 경험이 학교생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산길에선 눈이 쌓여 곳곳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런 속에서도 엄 대장 곁을 바짝 붙으며 선두를 형성하는 학생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신나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는게 너무 지겨워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아버지는 공부해야지 산엔 뭐하러 가느냐 반대했지만 이렇게 산에 와보는게 인생에 더 큰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원정대 겨울캠프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3일 일정이다. 17일 산행에 뒤이어 18일에는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안전체험관을 둘러본 뒤 오후엔 강북청소년수련관에서 7기 원정대 수료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원정대원들 중 가장 모범적인 남녀 학생 12명을 선발했다. 10명은 오는 2월 14~15일 한라산에 오르고, 최우수 학생 2명은 2월 18일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는 기회를 얻었다. 해마다 최우수 인원 2명씩만 선발했지만 올해부터는 우수 학생 10명을 추가로 선정해 한라산에 오르는 기회를 부여한다. 


 박 구청장은 “희망원정대의 1년 일정을 시작할 때와 마무리 시점의 학생들 표정은 사뭇 다르다.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의 산행이 학생들의 호연지기, 긍정적․적극적인 마인드 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북구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2019년 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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