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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고급자동차 보유 노인 기초노령연금 대상 제외, 최선입니까?

by betulo 201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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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모든 노인’이 아니라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액)의  5%에 해당하는 약 9만 6800원을 지급한다. 이런 방식에서는 70%에 속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구분하는 것이 대단히 예민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골프회원권이나 고급승용차를 가진 노인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곧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민주당 김용익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현재 타워팰리스 거주자 56명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같은 복지제도에서 이 56명은 사회적으로 ‘파렴치범’ 같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타워팰리스 노인에 용돈 주는 노령연금’(서울신문 2012/10/26)이라든가, ‘고급아파트 노인은 받고 경비원은 못 받고’(조선일보, 2013/06/18) 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선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파워팰리스와 경비원’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복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소득파악을 강화하고 기준을 개선해 어떻게든 부자 노인을 밀어내고 ‘서민’ 노인을 수급자로 포함시키는 것 밖에는 없다. 12월23일 복지부가 발표한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소득인정액 기준 대폭 개선은 바로 이런 노력 속에서 나온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 국민연금공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소득인정액 기준개선 TF’를 8월에 구성해 6차례에 걸쳐 의견수렴을 했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전경. 출처: 오마이뉴스


  물론 이런 노력 자체를 나쁘다고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복지부가 23일 발표한 정책은 최대한 국민들 상식 수준에 맞춰 돈있는 노인은 기초(노령)연금을 못받게 하고, 돈없는 노인은 받게 하자는 것이다. 결국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노인’이라는 보편복지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또하나 얘기하고 싶은 점은 ‘잔여적 복지’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행정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무상급식이 선별급식 보다 효율적인 이유


  (바로 그런 이유로 박근혜가 지난 대선에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기초연금 지급’이라고 공약한 것은 한국 복지재정정책에서 특기할만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선이 끝나고 나서야 국민들은 그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았다.)


  복지부는 사치성 재산을 보유한 노인을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소득인정액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기초연금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내년 7월부터는 고급승용차를 보유하고도 기초노령연금을 받던 65세 이상 노인 1만여명이 기초노령연금 수급 자격을 잃게 되고, 반면 생계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용역으로 일해야만 하는 노인 2~3만명은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기초노령연금 대상자 선정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 기준은 재산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재산을 합쳐서 기본재산공제를 한 다음, 동일한 소득환산율(연 5%)을 적용해서 산정했다. 기본재산공제는 생활비 수준 등을 고려해 대도시 노인 1억 800만원, 중소도시 노인 6800만원, 농어촌 노인 5800만원이었다. 이렇게 책정한 월 소득인정액은 내년 기준으로 단독가구는 87만원, 부부가구는 139만 2000원이하면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고급주택 등 재산을 모두 자녀에게 넘기거나 골프·콘도 회원권과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도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체어맨 500S, 아우디A6 3.0TDI quattro, 메르세데스 벤츠 E220CDI, BMW520d 등)이거나 배기량 3000cc 이상(제네시스, 에쿠스, K9 프레스티지, 메르세데스 벤츠 E300 등) 고급승용차를 가진 노인은 기본재산공제 대상에서 빼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할 경우 대략 1만명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격을 잃게 된다. 



  골프·콘도 등 고가 회원권이 있으면 기본재산공제 대상에서 빼고, 월  100%의 소득환산율을 적용해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로 인한 탈락 예정자는 167명이다. 자녀 이름으로 된 6억원 이상(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주택 거주 노인에 대해서는 현행 장애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연 0.78%의 무료 임차 추정소득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탈락하는 노인은 대략 500명 가량이라고 한다. 아울러 재산을 빼돌리거나 숨기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의 산정기간을 현행 3년에서 재산소진 때까지로 연장해 관리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는 크게 확대해 일하는 노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근로소득에 대해 월 45만원만 기본공제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기본공제금액을 48만원으로 늘린다. 이에 더해 내년 7월부터는 30%를 추가로 공제한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경우 재량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규정을 마련해 그동안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권리구제 절차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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