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노원구 부구청장은 요즘 부쩍 체계적인 기록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다고 했다. 그는 마포구 부구청장이던 4년 전 사립학교재단을 상대로 시작한 공유재산 지키기 노력이 대법원에서 인정받았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 들었다. 덕분에 마포구는 15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잃을뻔한 위기를 넘겼다. 경북 청도에 있는 서울시 문서보관소로 구청 공무원들을 보내 먼지쌓은 수십년전 문서를 샅샅이 뒤진 덕분이었다.
2008년 2월 마포구 부구청장으로 부임한 그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옛 청사부지 3588평 가운데 648평이 학교법인 한양학원 소유라는 말을 들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유지에 청사를 지었을 리 없다고 본 그는 즉시 옛 청사 건립 당시 서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건립한지 30년도 넘은 터라 관련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전담팀을 꾸렸다. 청도문서고로 보냈지만 역시 자료확보에 실패했다. 김 부구청장은 직접 당시 일했던 공무원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 퇴직공무원한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문제의 부지는 한양학원이 구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땅이었다. 김 부구청장은 2009년에는 청도문서고와 서울시 도시계획과 서고에서 관련자료도 발견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한양학원이 마포구청에 제안했던 1977년 5월5일자 공문을 찾아냈다.
제안서에는 성미산에 위치한 한양학원 소유 임야6000평을 개간해 절반은 청사 부지로 공여하고 나머지는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게 해 달라는 청원서였다. 결국 기부채납 당시 업무착오로 소유권 이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한양학원은 소유권을 정식 이전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년을 끈 소송 끝에 사법부는 구청 손을 들어주었다. 그 동안 마포구에서 노원구로 자리를 옮겼으면서도 김 부구청장은 판결 소식에 누구보다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150억원에 이르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낸 공무원들의 노력을 구민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부구청장은 “개인적으로는 32년 공직생활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람이지만 행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 문서보관소가 서울에 있다거나, 문서목록만이라도 전자파일로 정리가 돼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건립계획을 발표한 서울기록원이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위한 중추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노원구 부구청장 사진제공=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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