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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외압 골프장"아닌 시민가족공원을 (2004.9.3)

by betulo 200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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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 골프장"아닌 시민가족공원을
시민단체, 난지도 골프장 추진 청와대 개입설 제기
[난지도골프장] 서울시-공단, 소유권다툼
2004/9/3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난지도 노을공원은 언제쯤 시민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지난 99년 이후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 온 난지도 골프장. 최근에는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이에 노을공원 관리운영권을 둘러싸고 행정소송까지 벌어졌다. 결국 골프장 뿐 아니라 노을공원 산책로도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한 시민이 노을공원 바람의 광장 잔디밭에서 서울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바람의 광장에

              서면 서울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8월17일 난지도 골프장의 가족공원화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난지도시민연대)를 결성했다. 난지도시민연대는 “서울시민은 더 많은 녹지와 휴식공간이 필요하다”며 “난지도 골프장은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선언했다. 난지도시민연대는 앞으로 시민공원화를 위한 50억원 모금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외압의혹 끊이지 않았던 난지도골프장 결정 

 

난지도 골프장 건설을 추진한 배경은 전부터 의혹의 대상이었다. 1999년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난지도 골프장 건설을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검토결과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은 99년말 ‘골프대중화 정책’ 구상을 발표했는데 난지도 골프장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서울시장이 돌연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당시 난지도 골프장 백지화를 요구했던 환경단체 대표자들은 고건 시장과의 면담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지만 이번만큼은 이해해달라”는 발언을 접하게 된다. 난지도 시민연대는 대통령 발언 직후 서울시의 입장이 변화한 것이 바로 정치권의 외압 때문이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지난 1일 난지도시민연대 관계자 30여명은 노을공원을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노을공원을 직접 둘러보면 난지도골프장을 시민공원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와 공단 대립, 서울시는 손해볼 것 없다?

 

현장답사 참가자들이 난지도골프장에 들어서자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이들은 20분 가량 공단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손상용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업부장은 “명백하게 난지도 골프장 운영권을 가진 공단이 서울시 때문에 운영을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소송이라도 걸어 하소연하려는 것”이라고 말해 서울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민단체는 약자 편을 들어주는 데 아니냐”며 “시민단체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서울시 입장만 듣고 공단을 해꼬지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들이 노을공원을 찾은 난지도시민연대 관계자들에게 공단측 입

              장을 설명하고 있다. 손상용 공단 사업부장은 “시민단체가 서울시 말만 듣고 공단을 음해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에서 여타 공사나 공단이 사업시행자가 될 경우 시설물 등을 기부체납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투자비 회부를 위한 일정기간을 보장해줌으로써 공사 내지 공단의 이익환수를 보장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피해의식을 강하게 품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골프장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투자비를 회수해야만 하는 공단간의 대립 속에서 서울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단이 제기한 서울시 조례 개정부분과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무효소송에 대한 법적 판결이 나려면 2년 가량 소요되고 2006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난지도 골프장 문제를 차기 시장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공단은 골프장 건설로 인해 시민단체로부터 지속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비를 회수해야만 하는 공단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연될수록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진다. 골프장 사업을 장기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공단으로서는 난지도골프장이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난지도 골프장의 초점은 공단이라기보다 골프장 건설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한 서울시에 있다. 애초 서울시가 난지도 노을공원에 골프장 건설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기 때문이다. 공단은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사업신청을 하고 협약서 체결을 기초로 공사를 진행한 것.

 

골프공에 맞아도 안 죽는다?

 

답사 참가자들과 공단 관계자들은 노을공원 초입부터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국장이 “골프공이 공원 산책로로 넘어와서 시민들이 다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위험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철망을 설치했다”며 “안전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다. 골프공 맞아도 안 죽는다”고 대답했다.

 

            노을공원 바깥쪽으로 3Km에 걸쳐 만들어놓은 산책로. 산책로 안쪽에는 골프장이 있다.

 

산책로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들어가자 인공습지가 나온다. 습지 위에 만든 나무다리를 지나자 이번에는 ‘바람의 광장’이 나타났다.

 

사람들 사이에서 “여기가 서울시내 맞느냐”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광장 주변을 둘러보니 북한산, 남산, 관악산,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더 맑으면 서해바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 참가자는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며 “마음 같아서는 천막이라도 치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바람에 취해 있는 와중에도 논쟁은 계속됐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공단 관계자들에게 “농약을 얼마나 쓰느냐”며 “골프장 같은 반환경시설을 꼭 만들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공단 관계자는 “골프장 5만9천평 가운데 1/10정도만 농약을 쓰지만 4-5시간만 지나도 농약성분이 1/3로 줄어들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골프 치는 사람도 시민”이라며 “골프 치는 사람이 소수라 하더라도 그들을 위해 이정도 땅도 못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변했다.

 

노을공원이 아니라 노을골프장이더라

 

널따란 골프장에 들어서니 모래위에 짧게 깎은 잔디가 넓게 이어진다. 김미화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90년대 후반에는 이곳에 버느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많았다”며 “그대로 두었다면 울창한 숲이 되었을 텐데 그걸 다 베어버리고 골프장을 만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난지도골프장에서 바라본 서울시.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누구나 이곳에서 한번

              골프를 치고 나면 난지도골프장을 잊지 못한다”고 자랑한다.

 

외국에서 골프장을 많이 다녀봤다는 김경식 문화우리 사무차장은 “도로 진입시설, 연못을 비롯해 심지어 공원산책로조차 정확하게 골프장 부대시설”이라며 “노을공원이 아니라 노을골프장이었다”고 비꼬았다.


현재 한국에는 운영중인 골프장 1백81곳 말고도 △건설중 68곳 △착공예정지 13곳 △준비단계 1백70곳 등 4백곳이 넘는 골프장이 있다. 18홀 기준으로 골프장 하나가 잔디축구장 1백50개를 지을 수 있는 30만평을 차지한다. 지난 5년 동안 골프장을 짓기 위해 서울 남산의 27배나 되는 4백만평이나 되는 삼림이 사라졌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노을공원을 내려오는 게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한 참가자는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줄 처음 알았다”며 “이름이 왜 노을공원인지 알거 같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설명= 해질녘 노을공원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

 

이혜영 생명의숲 인턴간사는 “쓰레기매립지인 난지도공원에서 매연으로 뒤덮인 서울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무시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쓰레기산으로 만든 노을공원 위에서 농약먹고 자라는 잔디 밟으며 골프를 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난지도공원을 환경오염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박신용철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2004년 9월 3일 오전 5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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