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박재완(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토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재부는 논쟁이 커지자 (선관위는 아랑곳않고 총선 앞둔 판에 굳이 복지공약 검증하겠다고 나서던 그 소신과 용기는 어디가고) 원론적인 견해일 뿐이라는 겸손한 태도로 돌아섰다.
사실 기재부는 종교인 앞에만 서면 '순한 양'처럼 지내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4월2일 발표한 '종교인에 대한 과세 논의와 그 의의'를 보면 국세청은 2006년에 기재부 전신인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기재부는 6년이 된 지금껏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종교인 앞에서 겸손하기는 국세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인 이낙선이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언명하며 과세 의지를 드러낸 적이 있었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1992년에는 한명수 당시 수원 창훈대교회 담임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손봉호 당시 서울대 교수가 그해 1월부터 7월까지 '월간 목회'에서 지상토론을 하고 그 해 9월에는 공개토론까지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국세청은 "성직자의 과세 문제에 대하여 강제징수 할 의사는 없으며, 성직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세청이 납세 날짜를 까먹거나 잘 몰라서 납세를 하지 않은 납세자한테도 이렇게 훈훈하게 대하는지 심히 의문이다.)
출처: 시사IN. 16호(2008년 1월)
출처: 시사IN. 16호(2008년 1월)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896
보고서는 선행조사를 인용해 OECD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럼 종교인에게 비과세하는 근거는 뭘까? '없다'가 정답 되시겠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논리를 따라가 보자.
먼저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 뒤 2항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제38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 만약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 종교인이 특수계급이 돼 버린다. 이는 심각한 위헌 사태다.
이 때문에 보고서도 "종교인이 신분이나 수행업무의 특수성을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다른 국민들의 평등권을 해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사회적 모범을 보이고 지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종교인의 입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행 소득세법 규정을 보더라도 지금같은 종교인 비과세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한국 소득세법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열거하지 않은 소득이거나 비과세소득으로 명시한 소득인 경우만 비과세가 된다. 하지만 종교인들이 받는 사례비나 보수, 활동비, 교육비, 사택운영비 등은 비과세소득에 명시돼 있지 않다.
보고서는 먼저 성직자들이 매달 지급받는 보수는 기본적으로 근로소득과 유사하다고 간주한다. 부흥회나 강연, 저술 혹은 방송출연 등을 통해 소속 종교단체가 아닌 자로부터 지급받는 보수도 기타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일시금을 받았다면 이는 퇴직소득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한다. 소규모 종교시설을 운영하는 종교인 소득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소득으로 보는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종교단체나 종교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국내 16개 교구 중 과세표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간주한 3개 교구와 군종교구를 뺀 12개 교구가 성직자 급여에 대한 원천징수를 실시한다. 개신교나 불교계에서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현재 세무서 업무지침이 없는 바람에 소득신고를 할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제도가 종교인에 대해 무조건 비과세하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천주교 군종교구는 군인으로서 월급에 대한 소득세를 이미 납부하고 있다. 이 또한 자율과세 원칙과 상충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보고서는 종교인 과세가 종교인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대부분 면세점 이하의 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종교인에게는 오히려 국가차원의 의료나 연금 등의 복지혜택이 체계적으로 제공됨으로써 본인의 사회적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천주교는 아까 언급했듯이 세금을 내고 있고 조계종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반대세력은 개신교회, 그 중에서도 대형교회다. (일부 목사들은 종교인 과세 문제를 사회주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하는데 그분들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개신교는 현재 신도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거기다 교회가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교회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난다. 강남에 있는 어떤 대형교회는 교회 지점을 설치하려고 공사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다른 영세 교회 목사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벌들이 골목상권 침입하는 추태가 개신교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엄청나게 배출되는 신학교 졸업생들에겐 취업전선에 상당한 악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도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대형교회의 골목신도 침탈에 괴로워하는 목사님들이여. 종교인 과세가 되면 대형교회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고 교회간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로 세금을 내는 것이 당신들에게도 이익이다.
12_0405(국회입법조사처) 한옥 보전 방안과 향.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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