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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12. 19:03

러시아 대선 의미와 푸틴3기 한-러 관계 전망


 



 
올 한해 60회에 이르는 전세계 주요 선거 가운데 러시아가 지난 4일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첫번째로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결과 자체는 하나도 신기할 게 없다. 오히려 너무 진부해 보여서 탈이다. 현직 총리이자 전직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6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했기 때문이다.

2000
년부터 2008년까지 두차례 대통령으로 재직했다가 3선금지 헌법 규정 때문에 총리가 됐던 푸틴은 대통령 재임기간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려놓은 덕분에 합법적으로 2024년까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됐다. ‘직업이 대통령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경쟁자들은 모두 대안부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는 17%, 무소속 미하일 프로호로프는 7.5%, 극우 성향 자유민주당 블라디미르 지니놉스키는 6.2%, 중도좌파 성향 정의러시아당 세르게이 미로노프는 3.8%에 그쳤다.

 
 지난해 124일 하원(러시아어 두마) 선거 뒤 러시아에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이번 대선에선 논란을 사전차단하기 위해 전국 투표소에 폐쇄회로화면(CCTV) 20만개를 설치하고 국제선거감사단 667명에게 활동을 허용했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에선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령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독립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체첸에 있는 한 투표소에선 등록 유권자수는 1389명인데 푸틴 지지표는 1482표가 나오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푸틴은 소련 시절이던 195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를 포위한 독일군에 맞서 싸운 군인이었다. 15년간 국가보안위원회, 이른바 KGB에서 일한 뒤 1998년에는 국가보안위원회의 후신인 연방보안국의 국장으로 취임했고 1999년에 총리로 발탁됐다.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물러난 뒤 선거에서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다.

 
푸틴 인기의 원동력은

 이러저러한 인권탄압과 민주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소련 붕괴 이후 혼란상을 극복한 '강력한지도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생 러시아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미국이 작성했다. 제프리 삭스 등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들이 미국 정부와 맺은 계약을 통해 러시아 국영기업의 민영화, 무역자유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조언했다. 이름하여 충격요법이었다. 급속하고 광범위한 구조조정은 당초 러시아 사람들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1990
년부터 1995년까지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50%나 줄었다. 소련 시절 1.5%에 불과하던 영아사망률은 1993년 중반까지 39-43%로 늘었다. 에너지와 군수산업 등 전략산업을 사유화한 신흥재벌 올리가르히가 권력 핵심으로 등장했고 부정부패와 무질서가 만연했다. 불법적인 자본유출과 탈세는 경제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넣었고 러시아는 결국 1998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다. 러시아에선 IMF와 미국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했고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정치적 안정 없이는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확산될 때 등장한 지도자가 바로 푸틴이었다.[각주:1]

 
어떤 면에서 보면 푸틴 집권시기는 박정희 대통령 시기와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국가가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경제발전을 추구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경제발전 양상도 수출확대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가가 전략산업을 선별적으로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을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성격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푸틴은 집권 뒤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국부유출을 차단했다. 올리가르히를 억제하고 최대 천연가스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2003년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인 유코스 석유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탈세와 사기,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해 미국 석유기업인 엑손에 지분을 넘기려던 유코스 주주들의 지분 44%를 동결시킨 뒤 결국 국영기업 소유로 바꿔버린 것은 여로모로 상징적이다.

 
 지나치게 천연자원에만 의존하는 한계는 있지만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 경제는 연평균 7% 성장을 거듭했다. 언론자유 위축과 민주주의 후퇴에 비판적인 고르바초프조차 200712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그는 러시아를 혼란에서 구해냈고,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정도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년 경제성장률이 -7.9%로 떨어지는 타격을 받았지만 그 다음해 4.2% 성장률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구축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자원의존형 경제성장을 하면서 러시아는 자연스레 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의회와 사법부는 공식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 아래 위치한다.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2/3 이상 의결로 통과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갖는다. 그나마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다수당이다.

 
 애국가 개정과 국사교육 강화 등을 통해 줄곧 슬라브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국내 슬라브족과 무슬림 사이에 긴장이 높아졌다. 극우 폭력집단인 스킨헤드가 자행하는 인종범죄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언론자유도 위축됐다. 200610월 러시아 군대의 비리와 체첸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를 보도했던 언론인 안나 폴리크프스카야가 자택 앞에서 살해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자유지수는 2002121위에서 2010년에 140위까지 떨어졌다. 언론자유 순위가 요르단(120), 캄보디아(128), 베네수엘라(133), 에티오피아(139) 보다도 더 낮다는 것은 러시아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이들에겐 심각한 징조다.[각주:2]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어디로 가나

 이번 대선에서 푸틴은 공공시스템 개선, 부정부패 척결, 인터넷으로 10만명 이상이 서명한 안건에 대한 의회검토 의무화, 전문직 중산층 임금 2018년까지 최대 200% 인상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의약, 화학, 항공, 나노기술, 원자력 분야 국영기업을 통해 경제 현대화를 이루고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각종 개혁조치를 통해 향후 8년 안에 국민의 전반적 월급 수준을 지금보다 1.7배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러시아 대통령선거 결과의 의미와 전망보고서에서 푸틴이 선거 기간 제시한 공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약들이 러시아의 부채비율이나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재원마련이 불분명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면서 사실 푸틴이 밝힌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비전은 개발독재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시(展示) 민주주의 양상을 보여준다.”고 꼬집는다. 바로 권력자가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민주적 절차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수단화하고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3기는 오는 57일 출범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대선 이후 푸틴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푸틴 3기 정책방향은 큰 틀에서 보면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러시아 국내 정치 및 경제 정책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제 현대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소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 안에 WTO 정식 회원국이 된다. 이는 러시아가 회원국으로서 관련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지금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국회입법조사처보고서는 상당히 자유주의적인 정치관에 입각해 향후 러시아 상황을 전망한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가 권위주의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진입하는 단초를 마련하고 동시에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세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먼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편향성을 극복하고, 정당과 후보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공정선거 틀을 제도화하며, 선거부정으로 촉발된 시민사회 개혁요구를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다. 푸틴이 자유주의 성향 시민사회의 정치제도 개혁과 민주화 요구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고, 개혁적 성격의 공약을 밝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게 될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푸틴 3기 시대 한국과 러시아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은 지금보다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해주 개발과 북-러 경제협력은 러시아도 적극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푸틴은 낙후된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 지역발전에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원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은 향후 남북러 가스관 건설, 철도연결사업, 전력망 연결사업 등 메가 프로젝트를 러시아와 공동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한국과 러시아간 정부 차원에서 메가 프로젝트 협력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보다 체계적인 추진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성장공간이 필요한 한국이 새로운 '북방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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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널리즘학연구소에서 http://futurevision.tistory.com/37 [본문으로]
  2. http://ko.wikipedia.org/wiki/%EC%84%B8%EA%B3%84_%EC%96%B8%EB%A1%A0_%EC%9E%90%EC%9C%A0_%EC%A7%80%EC%88%9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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