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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9/11 10년 미국은 더 안전해졌을까?

by betulo 201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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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과정에서 한 무고한 아랍계 시민이 영장도 없이 감금돼 고문까지 당했다며 미국 정부를 고소했다. 정부측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배심원들 앞에서 이렇게 최종변론했다. “적들을 고문하는게 왜 불법입니까? 건국 이래 미국은 전쟁 때마다 고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고문을 사랑하는 국민입니다.” 배심원들은 정부에게 유죄가 아니다고 평결했다.


 위 사례는 물론 보스턴 리걸이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고문도 감수한다는 미국인들의 집단의식과 고문을 해서라도 테러범만 잡으면 된다9.11 직후 미국의 분위기를 섬뜩하게 풍자하고 있다. 21세기를 강한 미국의 시대로 만들려 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9·11을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고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의 적이라고 윽박질렀다.


미국 국방비 증가율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미국은 더 안전해졌을까. 지난 7월 출장을 마치고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를 탔던 기자는 중간기착지인 미국 LA공항에서 한순간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


중간기착지일 뿐인데도 각종 신상정보를 입력한 전자여행인증시스템(ESTA)을 유료로 발급한데다 공항 검색대에서 열 손가락 지문과 홍채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내 돈 내고 내 생체정보를 미국 국토안보부에 갖다 바친 꼴이다. 생체정보를 어떻게 이용한다거나 언제까지 보관한다거나 하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 미국은 여전히 안전에 극도로 예민해하며 끊임없이 의심을 거듭한다.


9·11이라는 전무후무한 테러 사건으로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외국인들이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은 즉각 밖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형태의 보복전쟁에 나섰고 안으로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는 등 안보체계를 강화했다. 10년이 지나 미국 공항에서 외국인들은 미국의 불안감과 함께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느낀다. 안보를 강화할수록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광고인 이제석씨가 만든 반전 포스터. 이 포스터를 가장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사람들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시 정부 목표대로 미국은 세계적 헤게모니를 굳건히 했을까. 당장 중동에선 반미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했고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전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미국이 해방을 말하면 세계인들 귀에는 침략으로 들렸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가 아니라 전쟁오만의 나라가 됐다. 세계적인 신뢰상실에 당황한 미국은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외국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공공외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력 약화는 미국의 쇠락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최근 세계3대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우량 등급(AAA)에서 한 단계 낮춘 것은 미국이 보증하는 국채조차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미국 국채 위험 자산되면 세계적 위기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65

미국 경제, 도대체 얼마나 위기일까?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92

 

대테러 전쟁은 여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전까지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는 1조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143000억 달러를 넘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미 정부부채는 58000억 달러였지만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재임 8년 동안 61000억 달러 정부부채가 새로 생겼다.[각주:1]

   

오사마 빈라덴은 목표 달성했다?

 

브라운대학교 왓슨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6월 전쟁비용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전쟁에 투입한 직접 비용은 32000~4조 달러라고 밝혔다. 캐서린 루츠 교수는 위 비용에 들어있지 않은 전사자와 25만명에 이르는 부상자 등에 들어가는 비용, 거기다 참전군인에 대한 사회보장과 보상비용 등은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각주:2]

   

오사마 빈라덴은 지난 2004년 공개된 비디오를 통해 1980년대 소련처럼 미국이 피를 흘리며 파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추산한 9·11테러 비용이 40~5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목표의 절반 정도는 이룬 셈이다.[각주:3]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이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대규모 감세정책이었다.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을 벌이는 동안엔 한시적으로 세율을 인상해 전쟁비용을 충당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에 소득세율을 10%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전선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감세정책을 고수했다.[각주:4]



  1.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1/07/28/us/charting-the-american-debt-crisis.html?scp=1&sq=interactive%20government%20debt%20&st=cse#panel/how-the-debt-accumulated [본문으로]
  2. http://watsoninstitute.octadyne.net/news_detail.cfm?id=1536 [본문으로]
  3.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new_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B%AF%B8+9.11+%EC%9D%B4%ED%9B%84+%EB%8C%80%ED%85%8C%EB%9F%AC%EC%9E%91%EC%A0%84+%EB%93%B1%EC%97%90+4%EC%A1%B0%EB%8B%AC%EB%9F%AC&contents_id=AKR20110818040500009 [본문으로]
  4. [/footnote]


     독립적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순위 센터(CBPP)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정부부채 증가 원인으로 경기침체, 구제금융, 감세, 전쟁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감세는 전쟁비용보다도 더 미국 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나타났다.[footnote]http://www.betulo.co.kr/1457 http://www.huffingtonpost.com/2011/05/20/bush-tax-cuts-debt_n_864812.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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