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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순회특파원(2011)

전문가들에게 듣는 '중동은 어디로 가는가'

by 자작나무숲 2011. 5. 31.





민주화 혁명 이후 중동은 어디로 흘러 갈까. 중동의 대내외 정치·외교 지형은 어떤 변화를 거칠 것인가.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와 걸프뉴스 비즈니스 에디터 사이푸르 라만을 통해 중동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집트 카이로 아메리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집트 전문가다. 라만 에디터는 걸프 지역의 대표적 영자신문인 걸프뉴스의 19년차 베테랑 기자다.

미국과 아랍권 독재자 밀약은 끝났다

사이푸르 라만 걸프뉴스 비즈니스 에디터

문: 중동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혁명이 갖는 의미는.

 -정치적 지도자나 정당이 이끄는 혁명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오는, 인민이 시작한 혁명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로 대부분 국가에서 비폭력 평화시위를 했다. 인민들의 힘이 정치적 권력을 압도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혁명을 이끄는 주요 수단이 됐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문: 민주화혁명의 원인을 꼽는다면. 

 -실업이 첫번째 원인이다. 민주적 권리가 없다는 것이 두번째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쓰지 않았다. 아주 오랜 시간 불만이 누적돼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길 원했고 변화를 원했다.

문: 향후 정세를 전망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각종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해결은 더딜 것이고 분노를 터트리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게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하루아침에 될 수가 없다. 정치 지도자들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속도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실업문제 해결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문: 리비아는 여타 국가의 민주혁명과는 양상이 다르게 흘러간다.

 -리비아 내전이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근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카다피는 국가지도자이면서도 특정 부족의 부족장으로서 부족간 경쟁과 갈등을 유도해 통치에 활용해 왔다. 그것 때문에 일견 부족간 갈등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들과 독재자의 싸움이 기본성격이라고 본다. 

문: 민주혁명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논란이 됐다.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나 살레 예멘 대통령을 포함해 그동안 거의 모든 중동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과 사이가 좋았다. 사실 그들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이용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통제했다. 미국은 민주화혁명 시작 이후 중동전략을 재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점차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지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것이 새로운 현실이가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도 변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문: 민주혁명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중동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스라엘과 미국은 중동 각국에서 민주적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튀니지 리비아 예멘 시리아 등이 민주주의가 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새로운 국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스라엘은 예전부터 아랍 국가들과 대립하면서 아랍권이 비민주국가라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아랍권이 민주주의를 하게 되면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이 사라진다. 그것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불법점령지를 포기하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반발에 밀려 철회해야 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스라엘은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문: 이스라엘이 그동안 보여온 모습으로 볼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스라엘이 언제까지나 적들에 둘러싸여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이웃을 친구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팔레스타인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더 이상 이스라엘이 대화를 거부할만한 핑계거리가 없다. 이젠 이스라엘이 변해야 할 때다.

중동 지배했던 권위주의 깨졌다, 섬세한 외교 준비해야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문:
중동 민주화의 의의는 무엇일까.

 -그동안 중동을 지배했던 권위주의에 도전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인식체계를 바꾸는 혁명이라는 성격을 주목해야 한다. 중동은 유목문화와 이슬람에 바탕한 권위주의가 사회를 지배했다. 중동은 전통적으로 우물과 가축을 돌보기 위해 무력을 가진 아버지같은 지도자를 존경하고 두려워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는 종교지도자이자 정치지도자였고, 국가체계와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제도를 이슬람 종교에 삽입했는데 그것이 권위적 성격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밑에서 올라오는 정권교체가 힘들었다. 올해 일련의 흐름은 전통적 인식체계를 깨버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본다.

문: 민주화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기득권층과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시민혁명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민주화 과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민주화를 위해서는 문화 말고도 필요한 다른 요인이 많다. 정치의식도 필요하고 의회와 정당정치 등 정치제도도 성숙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도 필요하다. 권위주의 체제에 너무 오래 눌려 있어서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민주화 자체는 이제 시작 단계다.

당장은 이집트와 튀니지 모두 혼란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과거처럼 무소불위는 아니더라도 신권위주의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건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의회 기능 강화, 정당정치 강화, 시민사회 발전, 정치의식 성숙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 중동과 미국의 외교관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 본다. 시민혁명의 가장 중요한 영향은 다원화다. 과거에는 최고 권력자가 정치 경제는 물론 심지어 교육정책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헀다. 극도로 중앙집권화된 의사결정구조였다. 대표적인 예가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었다. 이집트 국민들이 반발하고 21개 아랍 국가들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과거처럼 밀실협상으로 최고권력자를 포섭해서 자기 이익을 관철시키고 현상유지하는 미국과 서방의 전략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집트에선 이스라엘과 맺었던 평화조약이나 가스관 공급 문제도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대외정책조차도 사회적 토론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밀실정치가 더이상 가능하지 않은 시대로 들어섰다.

문: 중동의 변화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같은 대외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동을 알아야 한다. 특히 중동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보다도 오해하고 이상하게 보는게 더 큰 문제다. 쉽게 말해 중동은 우리의 밥줄인데, 차려놓은 밥을 쉰밥이라 생각하면서 먹기는 또 잘 먹는 식이다. 중동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좋다고 하면서 이슬람채권은 터부시한다. 중동은 ‘신의 땅’이기 이전에 ‘인간의 땅’이다. 중동 젊은이들은 하루 다섯번 기도 잘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를 구할까 더 고민한다.

두번째로는 분신자살 동영상 하나가 중동 전체를 뒤집어놓는 시대에서 우리도 섬세한 외교가 절실하다. 작은 실수가 기업과 국익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섬세한 외교와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뭘 알아야 한다. 한국은 이제 국가 외교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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