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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갈수록 극우로 치닫는 미국 보수

by betulo 201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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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 기자가 방송에 출연해 “지하철을 탔는데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같은 칸에 있으면 기분이 안 좋습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상상해보자. 거기다 이 기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케이블 등에서 잊을 만하면 “전라도 싫어” 발언을 방송에서 해온 ‘상습범’이다.

야당들과 시민단체 인권단체 등에서 격렬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터넷에서도 난리가 날 것이다. 결국 KBS는 문제를 일으킨 기자가 사표를 쓰는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해당 기자를 그만두게 만든 것을 비판하면서 “KBS가 민영방송국처럼 그렇게 편협하게 운영할 거라면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거나 이상득 영일대군이 “앞으로 KBS 인터뷰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해보자.

한술 더 떠 동료 KBS 기자가 “지하철에 전라도 사람 타고 있으면 기분 안좋을 사람 우리나라에 수백만명은 있다”며 집단성명을 냈다고 해보자. 이건 도대체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다. 그런데 그런 사태가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페일린. 연단에 써 있는 글귀를 주목하시라.


최근 미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들과 폭스뉴스 등이 일제히 공영라디오방송(NPR)을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전체 무슬림(이슬람 신자)을 테러 용의자로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1월 20일 NPR가 뉴스분석가 후안 윌리엄스를 해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NPR만 비난한다. 아무리 선거 직전이라지만 미국 보수주의(와 시장주의가 불편하게 동거하는) 우익세력의 반이슬람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NPR 뉴스분석가로 일하던 후안 윌리엄스는 지난 11월 18일 강경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비행기에 무슬림 복장을 한 사람이 타고 있으면 불안해진다.”라고 발언했다. NPR는 이틀 뒤 윌리엄스를 해고했다. NPR 최고경영자 비비안 실러는 “윌리엄스는 18일 발언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언론윤리를 위반했다.”라면서 그가 마음속으로 무슬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진영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자신은 더 이상 NPR의 인터뷰 요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트위터에 “NPR이 개인 라디오처럼 그렇게 편협하게 운영할 거라면 연방정부 재정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NPR가 검열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출연했던 프로를 진행하는 빌 오라일리는 “윌리엄스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며 미국인 수백만명이 똑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60여년 동안 백악관을 출입했던 전설적인 언론인 헬렌 토머스를 불명예 퇴임시킨 유대인 비난 발언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당시 토머스는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폴란드나 독일로 가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사과까지 했지만 동료 언론인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언론 경력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그녀의 발언에 대해 "동정의 여지가 없다" 라며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이 후안 윌리암스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한다면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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