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org)가 25일 전격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 문서 9만여건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기밀 문서 가운데 144건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미군 주도 국제지원군(ISAF)이 자행한 민간인 사망 관련 사안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도 미리 위키리크스의 문서를 입수, 일제히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파장이 만만찮다. 아프간에서 연합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52명이 사망, 아프간 전쟁에 치중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졌다.
(관련기사: http://news.yahoo.com/s/ap/20100727/ap_on_go_ca_st_pe/us_afghanistan_wikileaks;_ylt=Au2rkATUk6_eMLcwG5tdwxSs0NUE;_ylu=X3oDMTNvMTZiZGplBGFzc2V0A2FwLzIwMTAwNzI3L3VzX2FmZ2hhbmlzdGFuX3dpa2lsZWFrcwRjY29kZQNtb3N0cG9wdWxhcgRjcG9zAzEEcG9zAzIEcHQDaG9tZV9jb2tlBHNlYwN5bl90b3Bfc3RvcnkEc2xrA2xlYWtzY3JlYXRlZg--)
미국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무책임한 누설 행위”라고 해당 언론을 강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사태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며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위키리크스 문서는 ‘과거’ 상황만 반영할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 유리하지 않다. 민간인 사살과 비밀작전 등이 전쟁 회의론을 부추기는 까닭이다. 또 한편으론 보안문제에 구멍이 뚫리면서 작전수행능력에 대한 의심까지 받고 있다.
AFP통신은 “오바마에겐 정치적 악몽”으로 표현하면서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줄리언 젤리저 교수를 인용해 “이번 공개로 아프간은 부시의 문제에서 오바마의 문제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http://news.yahoo.com/s/afp/20100726/ts_alt_afp/usafghanistanpakistanintelligencepolitics_20100726180528)
문서에 따르면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민간인 사살은 최소 195명으로 드러났다. 부상자도 적어도 174명에 달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공습이 아니라 ‘경고사격으로 의한 사망’이었다. 비무장한 채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연합군 차량 옆을 지나가다가 자살폭탄테러로 오인한 연합군의 총격을 받았다.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도 다수 포함된 데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장성의 자녀도 끼어있었다.
아프간 정부가 26일 공식 성명을 통해 남부 헬만드 주에서 지난주 국제지원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감행한 로켓 공격으로 민간인 52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것도 미국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2003년 아프간 전쟁 발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희생이다. 성명에 따르면 당시 희생자들은 국제지원군·아프간군과 탈레반 사이에 벌어진 전투를 피해 집에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국제지원군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출처: http://news.yahoo.com/s/ap/20100726/ap_on_re_as/as_afghanistan_162)
탈레반 요인을 체포·암살하기 위한 특수부대인 ‘373 특별팀’도 처음 실체를 드러냈다. 이 부대는 2000명이 넘는 탈레반·알카에다 요원을 기록한 블랙 리스트에 근거해 재판없이 반군 요인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작전을 펴왔다. 이 부대는 지난 2007년 6월 탈레반 사령관 검거 작전과정에서 아프간 경찰 7명을 오인, 사살했다. 또 지난 6월17일에는 리비아 출신 테러리스트를 잡으려다 어린이 7명을 희생시키기도 했다. (가디언 관련 기사: http://www.guardian.co.uk/world/2010/jul/25/task-force-373-secret-afghanistan-taliban)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간 반군을 지원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2006년 6월 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탈레반 핵심지도자들과 만난 아프간 정보부(ISI) 인사들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 위치한 마루프를 공격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밝혀졌다. 회의 뒤 탈레반은 실제 마루프를 공격했다. ISI 부장을 역임한 하미드 굴 장군은 지난해 1월 남 와지리스탄의 주도인 와나에서 알카에다 관계자로 추정되는 고령의 아랍인사 3명과 아프간 반군 사령관들을 만나 ‘작전 계획’을 모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위키리크스는 “우리는 투명한 정부 활동이 부패을 줄이고 더 좋은 정부, 더 강한 민주주의로 이끈다는 것을 믿는다.”는 신조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폭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사이트다. 미군 아파치 헬기가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지난 4월 공개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아산지는 누구
지난 4월 위키리크스(wikileaks.org)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2007년 미군 아파치 헬기 두 대가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지는 장면에 전 세계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문제를 더 확산시킨 것은 희생자 가운데 로이터통신 소속 사진기자와 그의 운전사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과 함께 미군들이 사람들을 죽이면서 희희낙낙하는 모습이었다. 전세계의 비판에 직면한 미군은 결국 3개월만에 익명의 제보자인 미군 병사를 체포했다.
위키리크스는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로 갈수록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이트다. 하지만 정작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아산지(39)는 철저한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지난 16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TED 국제회의’에서 열린 토론에 참석해 자신과 위키리크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얼굴을 드러냈다. TED 국제회의는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앞글자를 딴 비영리단체 TED가 해마다 개최한다.
위키리크스는 기밀에 싸인 정부문서를 폭로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를 천명했으며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처럼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아산지에 따르면 위키리크스는 정보공개 행위를 법적으로 잘 보호해 주는 스웨덴과 벨기에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운영한다.
우편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으며 자체 조사를 거쳐 이를 공개하지만 내부고발자 신원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알게 된다고 해도 최대한 빨리 관련 정보를 폐기한다. 아산지는 위키리크스가 미국 정부의 기밀정보 수십만건을 갖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으며 의료기록 같은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산지는 위키리크스가 미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것은 자금을 모으고 데이터 전송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우 폭발적인 것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말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이는 불과 며칠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그는 그동안 미국을 방문해 대중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세 차례 있었지만 미국 관리들이 법치주의에 맞게 자신을 대할 것 같지 않아 모두 취소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자신의 핵심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능하고 관대한 사람은 피해자를 만들어 내지 않고 피해자를 보살핀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전투적인 사람이라 사람 보살피는 일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식의 보살핌도 있는데 그것은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내 성격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아산지는 26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문건의 신뢰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건에 언급된 민간인 사상자 수는 실제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문서 공개는 시작에 불과하다. 수천건이 넘는 문서를 더 갖고 있다."며 추가 공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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