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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4:28

지자체 선거, 뽑을만한 후보가 없으시다구요?

요즘 날씨를 보며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지구 온난화 맞아?”
두 번째 드는 생각은? “날씨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인간들이여 겸손해지자”
세번째 드는 생각은?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니 우리가 최선을 다할 수밖에”

다소 썰렁한 말로 통신을 시작하는 것은 이제 지방선거가 50일 남짓밖에 안남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퇴임일까지 1042일 남았습니다.) 지방선거를 생각하다가 한국의 지방자치제의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1.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사행산업 종류도 가장 많고 사행산업 규모다 가장 큽니다.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GDP 대비 사행사업 비중은 2006년 기준 0.61%. OECD 국가평균은 0.45%입니다. (한국은 사행산업 천국)

사감위가 “최근 일부 사행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상당부분 지자체가 주범입니다. 지난 3월 한국마사회는 경북 영천시에 제4경마장을 건립하기로 했고 전남 순천시에는 장외발매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북 청도군은 오는 9월부터 소싸움 경기를 통해 우권을 발매하기로 했고요.

사감위는 “앞으로도 사업자들의 영업확장 의지와 손쉬운 재정조달수단이라는 지방자체단체의 인식 때문에 사행사업에 대한 확산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며, 이 경우 중독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 이다.”라고 밝힙니다.

그럼 지자체들은 왜 이렇게 사행산업에 목을 매는 것일까요. 제 부족한 글에 ‘별마’라는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거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영천 쪽에 들릴 일이 갔더니 경마장에 대한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더군요. 놀라웠던 건 지방주민들도 이러한 경마장 같은 사행산업을 선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행산업이 지역경제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방자치단체의 시혜성 정책(지자체가 강조하는 소득재분배?) 덕분인지 지역주민들의 사행산업들에 대한 지지가 강해지는 현상을 보며 참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더군요.”

2.

사행산업이 지자체 재정부족과 연관된다는 것은 사실 미국 사례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재정부족은 상당부분 방만한 재정운용과 연관되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2004년에 쓴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6년이나 됐는데도 지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비단 부산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추락하는 ‘부산갈매기’ 날개가 없다)

(6년 전에도) 부산은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권력 견제와 감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시장과 시의회가 항상 같은 정치세력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유영국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석과 광역의회의석의 거의 100%를 변함없이 특정정당에게 몰아주는 기이한 집단표심과 지역정서를 선택한 부산시민들이 돌려받은 것은 결국 막개발과 무책임행정, 부패와 타락,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뿐”이라고 합니다.

막개발과 무책임한 재정운영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막개발이 재정위기를 부르고 재정위기가 다시 새로운 막개발을 유도하죠.  민선단체장들은 자신의 정치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부채를 감수하며 개발사업을 벌이고, 그 다음은 막개발과 부채의존 경영이 필연적으로 뒤따릅니다. 단기성 부채의 원리금 상환 기일이 다가올수록 자치단체장은 자신이 서명하는 파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하지요.

그 결과 세수증대를 위해 새로운 막개발과 부채차입을 계속 추구하고 이를 위해 대내외 민간업자들까지 동참하도록 각종 특혜와 편법을 줍니다. 결국 이는 조세부담 격증, 대규모 환경파괴, 사행산업 과다노출, 향락업소 난립, 지방자치단체 재정파탄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부산시의 △센텀시티 개발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특혜매각 시도 △동성 게이트 사건과 시장 수뢰사건은 모두 이런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3.

대안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겠지요. 지방선거에서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선거는 언제나 차선(혹은 차악)을 위한 행위겠지요. 억울하면 뽑을 만한 ‘세력’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십시오. ㅎㅎ

역시 6년전 썼던 글인데,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가 지방 참여민주의의 모범사례로 아르헨티나 캄포 데 헤레라,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인도 케랄라를 지목했는데 지금 봐도 인상적입니다. 세 곳은 한결같이 주민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 예산을 함께 세우고 예산 집행 순서를 함께 결정하는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합니다. 이 교수는 “문제는 높은 민주의식과 도덕성을 갖고 참여민주주의의 길을 여는 준비과정을 얼마나 치밀하고 장기적으로 해나가느냐”라고 역설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마을공화국’)

이 교수는 참여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한 도덕성을 가진 정치 지도력과 시민의식을 확립하지 못하면 참여민주주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어려운 준비작업을 생략한 성급한 참여민주주의 실험은 민주주의 발전보다는 거부와 독단이 판치고 불화와 분쟁만 일으키는 포퓰리즘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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