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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조직 매운탕 맛 보실래요"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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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매운탕 맛 보실래요"
2003/9/26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모둠토론 "조직과 나-조직과 나의 정체성"은 시민운동가들이 모둠리더를 중심으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조직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두 부분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잡지에서 무작위로 뽑은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각자 맘에 드는 걸 고르는 것이다. 그리곤 둘씩 짝을 지어 사진을 고른 이유를 서로 얘기하고 대신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순서다.

대전 YMCA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오기자 시민문화사업 팀장은 "시민단체가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자유롭지 못하다.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대화에 굶주려 있다.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오 팀장이 고른 사진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였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을 시작한지 2개월 되었다는 김명화씨는 항아리 속에 담겨있는 연꽃을 골랐다. 그는 "전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민운동을 하게 되면서 내 자신이 항아리 속에 있는 작은 존재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소통, 성장, 희생, 개발, 배려, 도전, 변화…" "벽, 장애물, 단절, 외면, 공동묘지, 눈치, 낙태…" "조직"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한 말들이다.

그 모든 것들로 요리를 만들면 어떤 요리가 나올까?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요리법을 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참석자들은 "조직매운탕"을 선택했다.

주재료는 "벽" 15kg, "장애물" 5근, "동반자" 3마리, 다진 "희망" 2큰술. 부재료는 "동지애" 한 쪽, "단절" 약간, "고성방가" 한 사발, "안경" 두 쪽이다.

먼저 물 좋은 벽 15kg을 녹즙기에 잘게 간다. 장애물과 함께 사흘간 푸∼욱 고아준다. 사흘 후 건더기는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국물만 육수로 사용한다. 뚝배기에 국물과 동반자 3마리를 잘 다듬어 넣고 10분간 끓인다. 끓기 시작할 즈음 다진 희망 2큰술과 부재료 일체를, 다 끓이고 나서는 마무리로 안경 두 쪽을 넣어 준다. "제 눈에 안경"이란 말처럼 자신이 속한 조직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뜻이다.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면 "조직의 매운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단다. 물론 "소주는 동지와 함께".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3년 9월 26일 오전 0시 5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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