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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새로움이라는 강박증

by 자작나무숲 200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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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달>님에게 보내는 수다 

어떤 기사를 써보겠다고 했을 때 "그거 딴데 다 나온건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때가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딴 데 나왔다.”는 말은 기자로서 고민을 상징한다. “딴 데 다 나왔다.”는 말은 기사꺼리 안된다고 말할 때 간편하게 꺼낼 수 있는 증거물이다. 솔직히 가끔은 그런 생각이 기자와 언론사 발전을 발목잡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건 없다. 딴데 나왔으면 더 새로운 사실 혹은 참신한 관점 다른 각도를 생각할 일이다. 딴데 여러번 나왔다는 건 그 사안이 오래되고 복잡하고 딴데와 경쟁하는 기사꺼리라는 뜻이다.

도전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황우석 스캔들이 한국을 뒤흔든 적이 있었다. 그때 이렇게 얘기하는 데스크가 있었을까. “황우석? 그거 프레시안에 다 나왔잖아?”

신정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일대 안나왔다며? 그거 딴데 다 나왔는데 뭘 쓰려고?”라고 말하는 편집국장 있었나?

이런건 가능할꺼다. 기자가 “부장, BBK 사건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걸 취재해서 기획기사를 써 보고 싶습니다.”라고 발제한다. 부장이 답한다. “BBK? 딴데 다 나왔잖아. 다른 거 취재해.”

이런 경우도 가능할꺼다. “부장,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하면서 밝힌 내용을 검토해봤는데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부분을 취재하겠습니다.” “강 기자, 김 변호사 껀은 딴데 다 나왔잖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스트레이트의 함정’이다. 모든 기사를 역피라미드형(두괄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기사문체)으로 우겨넣으려고 하는 데스크라면 모든 사안을 ‘사건’으로 바라본다. 당연히 “딴 데 다 나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다.

왜 안그렇겠나. 도심재개발 문제?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얘기다. 복지급여 횡령. 5장짜리 스트레이트면 충분하다. 촛불집회? 몇 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모였고 양촛값은 누가냈고 구호는 누가 뭐라고 외쳤고 배후조정은 누가했고 경찰 몇 개 중대 동원했고 시민들이 교통체증으로 얼마나 고통겪었는지 써주면 된다. 더도 말고 원고지 2장이면 된다.

“꼭 써보고 싶긴 한데 딴데 다 나왔는데 어떻하지”라는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 프레임을 부수려면 사안을 ‘사건’이 아니라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람’에 주목하는 게 그 첫출발이다. 아님 나랑 같이 ‘예산’ 뒤지던가.
 

<에반게리온-서 홍보용사진을 붙여봤다. 왜 그랬냐고 물어본다면...글쎄 그냥 붙여봤다. 에바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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