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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14:58

죽다 살아난 여성부, 못살아난 여성정책

여성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여성부는 여성비율이 64%나 된다. 남성이 압도적인 정부부처들 가운데 유일한 예외다. 이런 차이는 회식문화로 나타난다. 여성부는 “가벼운 반주 정도가 대부분”이거나 “회식을 아예 점심시간에 하거나 문화행사 관람으로 회식을 갈음”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공무원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만한 선배 여성공무원이 많다.”는 걸 매력으로 꼽기도 한다.

 반면 여성부의 존재감은 극도로 위축됐다. 언론재단 기사검색을 통해 여성부 출범일인 지난해 2월 2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여성부’를 주제로 검색하자 593건이 나왔다. 같은 기간 산림청(576건)이나 관세청(563건), 조달청(518건) 등을 고려하면 여성부가 얼마나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2007년 2월28일부터 2008년 2월28일까지 ‘여성가족부’를 검색어로 하자 983건이 나왔다.

서울신문은 <정책진단>이란 걸 신년을 맞아 신설했다. 주제를 정해 월요일자에 정책을 심층진단하자는 취지다. 아래 글은 2009년 1월19일자로 나온 여성부1년평가 기사다.

지난해 여성부 폐지 논란 와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여성부를 지키려 노력한 집단은 바로 여성단체였다. 하지만 지난 1년 여성부와 여성단체간 협력관계는 깨졌다.


지난해 초 여성부는 정부조직개편의 격랑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주요 기능을 타부처에 떼어주고 조직은 축소되면서 “간신히 목숨만 붙여놓은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일반회계 예산규모는 2007년 1조 1994억원에서 2008년 539억원으로 1년만에 95.5%가 줄어들었다.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한 부처의 예산 규모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성 관계 전문가들은 “여성부는 살아남았지만 지난 1년간 여성정책은 죽었다.”고 서슴없이 비판한다.


“여성정책 30년 전으로 후퇴”?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18일 “지난 1년간 여성정책 자체가 실종됐다.”고 단언했다. 여성정책이 30년 전으로 후퇴한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 정권까지는 큰 틀에서 제도개선을 꾸준히 해왔고 호주제 폐지와 같은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정책의 소프트웨어를 내실있게 다지는 단계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지금 정부가 생각하는 여성정책은 하드웨어 중심”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만하면 하드웨어를 갖췄으니 여성부는 이제 필요없다.’는 게 새 정부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존폐 논란속에 살려두기는 했지만 정권 차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여성정책이 후퇴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일각에선 청와대를 지목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성의제 자체가 진보적인 성격이 있는건데 청와대에선 진보적인 의제를 백안시한다. 수석회의에서 여성의제가 견제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성부 역할축소는 여성정책 후퇴와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 여성부는 2005년 가족·보육업무를 맡으면서 남녀차별 개선업무를 국가인권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가족·보육 기능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갔다. 현재 여성부는 집행부처가 아니라 ‘정책협력부처’일 뿐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여성관련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끌어가기엔 힘이 부친다.


<여성부 연혁>

조직형태

일시

내용

정원(단위: 명)

여성특별위원회

1998.2.28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신설

41

1999.7.23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제정에 따른 인력증원

49

여성부

2001.1.29

여성부 출범

102

2002.3.2

여성인력개발과 여성정보화사업 강화

120

2004.6.12

영유아 보육업무 이관

145

여성가족부

2005.6.23

여성가족부 출범

176

여성부

2008.2.29

여성부 출범

100

*출처: 여성부 홈페이지


<여성부 세출예산 현황>

회계/기금 구분

2007

2008

2009

일반회계

11,994

539

671

여성발전기금

649

163

113

합계

12,643

702

784

#단위: 억원

#출처: 2007년도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8~2009년도는 여성부 자료.

#2007년도 결산에는 보육과 가족업무 포함돼 있음.


위상은 집행부처 아닌 ‘정책협력부처’


 여성부측은 이의를 제기한다. 정봉협 여성부 여성정책국장은 “그동안 성과를 거둔 인권이나 소수자 중심 정책이란 바탕 위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여성인력개발로 정책중심이 옮아간 것”이라면서 “정책전환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현상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변화라는 게 급격하게 올라가다가 어느 시기에서 정체되는 시기가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평가 나올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여성부 스스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정책 후퇴를 외부요인이 아니라 내부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성부는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여러 정책목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정책수단도 부족했다. 가령 여성인력개발을 내세웠지만 여성 경제활동인구 660만 가운데 441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대책은 아예 없었다. 목표로 했던 성평등기본법 제정도 결국 이루지 못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산다

 

올해 예산을 살펴보면 성평등정책 관련 예산의 증가폭은 미미하다. 지난해 9500만원 규모였던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보호 사업은 올해 전액 삭감됐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념사업도 6억원에서 1억원으로 83%나 깎였다. 집결지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사업도 54억원에서 21억원으로 줄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부 업무는 여성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정부차원의 협력이 필수”라면서 정부차원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은 보육서비스 공공성확보를 강조한게 특징이다.”면서 “3차 계획이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나 여성정책조정회의 등 부처간 정책조정이 내실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여성부의 영문명칭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여성부의 존재이유는 ‘성평등’이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평등보다 여성인력개발·여성일자리창출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편중되면 ‘중복업무’ 논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꼬집는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성평등을 위한 의제설정과 정책개발에 더 많이 주력해야 한다.”면서 “정부차원의 여성정책 후퇴에 대해 여성부가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Trackback 1 Comment 1
  1. BlogIcon 아이 2009.04.16 22:29 address edit & del reply

    스크랩 포스팅이지만, 트랙백하나 엮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