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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대는 없다2

“청년세대”라는 신기루, “기성세대”라는 허깨비 (10) (신진욱, 2022, 개마고원)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많은 이들이 추억에 젖었다. 그랬다고 한다. 나는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변두리, 그것도 한국민속촌마냥 그럴듯하게 취사선택한 숱한 ‘그때 그 시절’ 추억 가운데 나에게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거의 없었다. 어쨌든 그 드라마엔 비라도 내리면 진흙탕이 돼 버리는 비포장 흙길을 고무신 신고 다니는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읍내와 읍내를 연결하는 왕복 2차선 신작로가 막 공사를 끝내고 포장도로가 됐다거나, 솥단지에 밥을 짓기 위해 장작에 불을 붙이거나, 밤마다 천장에서 들리는 생쥐 소리 때문에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장면도 없다. 그렇다면 ‘응답하라 1988’을 보며 향수에 젖었던 내 또래들과 나는 같은 세대가 .. 2023. 7. 17.
아깝다 한 권, 독서로 되돌아 본 2022년 숫자라는 건 참 오묘합니다. 99와 100 사이에는 단지 1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99와 100을 굉장히 다르게 느낍니다. 99와 100은 98과 99는 물론이거니와 999와 1000과도 사뭇 달라 보입니다. 물론 0과 1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우리 머리는 특정한 숫자를 듣는 순간 그 숫자에 담긴 상징과 터부, 역사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4번과 44번 게이트가 없고 유럽 항공기엔 13번째 줄이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416이나 518, 미국인이라면 911, 대만인이라면 228, 버마인이라면 8888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즉각 특정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고 아무리 자기 세뇌를 걸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12월31일과 1월1일은 그냥 하.. 2023.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