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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고액권 화폐초상 김구? 나는 반대한다

by betulo 2007.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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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5일 한국은행은 10만원권 화폐인물을 ‘백범 김구 선생’으로, 5만원권 활폐 인물을 신사임당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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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에 대해서는 여성계를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있지만 김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란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김구가 10만원 화폐인물이 된다는 데 반대한다. 신사임당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한국은행 이승일 부총재는 5일 김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통인 상해임시정부의 주석으로서, 독립애국지사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한편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지도자로서 미래의 바람직한 인물상을 제시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도 주요한 이유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밝힌 이유 중 ‘독립애국지사’ ‘애국심 고취’ ‘통일의 길을 모색한 지도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게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김구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특히 ‘미래의 바람직한 인물상’이라는 부분은 썩 동의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사실 상해 임시정부가 20년대 독립운동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1931년 이봉창 의거와 1932년 윤봉길 의거 이후 임시정부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개인의 ‘테러’라는 방식은 전민족적인 항쟁에 의존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사실 그것은 1920년대 조선의열단의 투쟁방식을 답습한 것이기도 하다.

상해 임시정부는 좌우합작이라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에 실패했다. 그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당시 임시정부 지도자였던 김구에게 있던 것이 사실이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이탈한 좌파 세력이 임시정부를 탈퇴해 이후 조선독립동맹을 구성한다.

광복군에 대해서도 거품이 많다. 광복군은 조선독립동맹이나 동북항일연군과 달리 실전에 투입된 적이 한번도 없으며 장개석 국민당정부의 통제를 받았다.

해방 이후 김구의 행적도 비판받을 부분이 많은게 사실이다. 김구의 한독당은 한민당과 연대하면서 극우적 노선을 걸었으며 임시정부 추대론에 취해 좌우합작을 비롯한 독립운동세력 통합노력에 등을 돌렸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김구는 이승만과 그의 추종세력인 한민당과 손을 잡으면서 간접적으로 친일세력과 연대했다.

그의 반공주의적 노선과 독단적 정치행보가 좌우합작에 부정적 여파를 미친 것과 함께 그는 해방공간에서 여러 정치테러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일 노력도 죽기 직전인 1948년에 보여준 것을 빼고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그가 죽기 전에 보여준 통일 노력과 삼팔선을 넘는 헌신성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여러 한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매진한 것 또한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가 과연 국가를 상징하는 고액권 화폐 초상인물이 되기에 족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의 통일노력을 많이 얘기하지만 사실 1946년부터 죽기 전까지 삼팔선을 넘나들며 남북협의를 하고 좌우합작을 통한 자주적 임시정부 수립에 매진했던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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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6일 해방을 축하하는 대중 앞에 선 여운형.여운형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였다. (사진 아래쪽 가운데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이 몽양 여운형이다)

바로 몽양 여운형이다. 김구의 통일노력과 독립운동 등을 높이 산다면 오히려 여운형이 화폐 인물로 더 적당할 것이라 본다. 물론 여운형이 사회민주주의 노선과 좌우합작 노력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59년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조봉암의 장녀인 조호정 할머니가 했던 증언도 참고가 될 듯 하다. “아버지는 한민당 쪽에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이승만, 김구 다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김구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라며 싫어했다.” (http://betulo.blog.seoul.co.kr/858)

2007년 11월5일 야근하면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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