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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경찰 개혁론

옛 남영동분실서 인권경찰 비전선포

by 자작나무숲 2007. 3. 25.
옛 남영동분실서 인권경찰 비전선포
[경찰개혁] 인권단체는 "인권 없는 인권경찰" 규탄
2005/10/5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드디어 '버티기'를 하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청와대는 "본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으니 판단에 따르겠다"며 수용의사를 밝혔습니다. 허 청장의 사퇴를 둘러싼 내외부의 시각은 다를 겁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 경찰개혁 '현안'을 놓고선 경찰 내부에서는 '수장의 낙마'가 가져올 파장을 걱정하겠죠. 그동안 각종 사건에서 경찰과 줄다리기를 하던 검찰은 '불청감래'의 모습일 겁니다. 우리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그들의 각오를 존중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지난 11월초 농민집회에서 경찰폭력은 더이상 있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200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스스로의 각오처럼 정말 인권경찰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2005년 12월 29일 지난기사 다시보기 편집자주>
과연 ‘검·경이 경쟁하면 인권은 올라간다’는 ‘수사권의 법칙’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옛 남영동 보안분실에서 ‘1004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을 열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 461호)과 ‘인권경찰 다짐서’를 발표하며 인권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인권단체들은 행사장 밖에서 ‘인권없는 인권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빈수레 개혁이 아닌 진정한 인권경찰을 촉구했다. 고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는 경찰청 행사에 불참했다.

경찰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였다. 오후 4시 옛 남영동보안분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장애인인권을 다룬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자를 무대 한켠에 배치했다. 4.19부터 시작해 민주화운동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고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영령을 위한 연주와 묵념이 뒤를 이었다.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에서 87년 6월항쟁 당시 모습과 고 박종철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정민기자 
인권경찰 비전선포식에서 87년 6월항쟁 당시 모습과 고 박종철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8년 전 이곳에서 꿈과 열정을 키워보지도 못한 채 민주화의 뜨거운 불꽃이 되어 산화한 박종철군의 영정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박종철군 부모님 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말로 이날 행사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성찰하면서 인권파수꾼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자 한다”며 “인권을 치안행정 최고의 지도이념으로 설정하고 국민에게 최상의 치안서비스를 실시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서명하고 선포한 경찰청은 ‘인권경찰 다짐서’를 발표해 박경서 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인권경찰 다짐서는 경찰활동에서 “성별·장애·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 않는다, 범죄피해자 인격 존중한다, 모든 피의자에게 임의수사 원칙을 지키겠다, 사건 관계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경서 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남영동분실을 국민에게 완전공개하고 인권경찰의 비전을 선포하는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오늘 행사가 대한민국 인권 역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행사라 믿는다”고 치하했다.

박정기 옹 불참, 인권단체 침묵시위

이런 외양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경찰의 오랜 갈등관계를 푸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비전선포식 직전 옛 남영동 보안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수레 개혁이 아닌 진정으로 거듭나는 인권경찰이 필요하다”며 “모든 보안수사대를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행사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인권운동가 5명은 허 청장이 연설을 하는 동안 ‘인권없는 인권경찰’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허준영 경찰청장이 연단에 오르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레드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허준영 경찰청장이 연단에 오르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레드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남영동 보안분실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고 박종철군이다. 남영동 보안분실에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들어서는 이날 행사장에는 정작 박종철군의 아버지인 박정기 옹이 참석하지 않았다. 박정기 옹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행사에 불참한 이유를 묻자 “내가 거기 왜 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기들이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잘못한 것을 돌이킨다고 하는데 실제 한 게 뭐가 있느냐”며 “생각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승영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범죄피해자대책계장은 “박정기 옹을 꼭 모셔오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0월 4일 오후 21시 4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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