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친화적 수사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게 해야죠. 근데 솔직히 일이 너무 고되다 보면 건성건성 수사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1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수사경찰이 피곤하고 짜증나는 날은 피의자나 피해자에게 무뚝뚝하게 되고 반말도 하게 되죠. 국민들이야 경찰들 욕하겠죠.”
과도한 업무부담이 ‘인권친화적인 경찰수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력범죄를 다루는 한 수사경찰은 “마누라와 밥먹을 시간도 없다”며 “일선 경찰의 인권도 생각해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제팀은 그나마 주당 43시간(토요휴무제로 40시간) 일하지만 형사분야는 주당 평균 100시간 근무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한다.
한 지방경찰서 수사과 경장은 “일근 12시간, 당직 12시간, 비번 24시간으로 움직이고 장기 휴가도 없고 집에 들어가 제대로 쉴 시간도 없다”며 “과도한 근무가 인권을 등한시하는 원인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보통 새벽 2-3시 집에 들어갑니다. 비상이면 24시간 일해야 하죠. 연말연시, 명절에는 비상경계입니다.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어요. 지금은 주 46시간 일하고 매주 한 번 비번이라지만 그래도 별반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전직 수사반장의 증언이다.
한 수사경찰은 “자기 돈 들이고 사생활을 희생하면서 수사하는 게 수사경찰”이라며 “잠복근무할 때 먹는 야식도 다 자기 돈 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방경찰서 경제팀(옛 조사계)에서 일하는 한 수사경찰은 “1인당 적정 처리건수는 한 달에 8건인데 실제로는 한 달에 30건 이상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이나 서초는 1인당 처리건수가 월 평균 80건이 넘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근무여건도 열악하기만 하다. 한 지방청 수사과 간부는 “3년전 수사반장할 당시 사무실에 컴퓨터가 모자라 3명은 자기 컴퓨터를 사무실에 들고 와서 일했다”며 “지금도 교육청에서 버린 컴퓨터를 얻어 오면 우리에겐 중급 컴퓨터 대접받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경제팀 소속 경찰관한테 ‘사무실 전화비가 한 대당 9만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전화비를 초과하면 자기 돈으로 메꿔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면 인권침해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 스스로 여가도 즐기고 인권을 누려야 인권친화적 수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한 경찰청 관계자는 “주 40시간 근무제에 따른 근무시간 현실화와 시간외수당 현실화 방안을 경찰청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