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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현무 낙탄 사고, 더 위험한 건 따로 있다

by 자작나무숲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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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서 연달아 미사일을 쏘니 남측 국방부가 본때를 ‘살짝’ 보여주려고 내놓은 게 현무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다’는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발사 직후 터졌다. 그날 오후 11시 현무를 발사하고 나서 10초 동안은 정상 비행했지만 그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비정상비행을 했다. 기지 안쪽으로 낙탄하기까지 3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빽도’를 한 것도 동네 창피한데 하필 파편이 민가 근처에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북측이 쏜 탄도미사일은 4500km를 날아가 태평양에 떨어졌다. 창피도 이런 창피가 없다. 그게 끝일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현무-2C’ 낙탄 사고가 발생한 건 4일 밤이었다. 당시 현무 발사를 하느라 강원도 강릉시 제18전투비행단에선 강한 불꽃과 소음, 섬광이 발생했다. 강릉 시민들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현무 낙탄 사고로 화재까지 발생해 불길이 치솟았다. 소방서나 시청에서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119상황실에는 4일 밤 11시쯤부터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 같은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강릉 시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군에서는 당초 예정했던 ‘오전 7시 엠바고(보도 유예)’를 이유로 7시까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혼란이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강릉시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 권성동까지 나서서 페이스북에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군의 경직된 태도를 꼬집었을까. 군에서는 나중에야 “사전에 주민 통보나 안전 점검 등을 철저하게 했지만 실시간대 우발 상황에 대해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놀라고 불안해한 점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합동참모본부에선 당초 “영내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졌다”고 했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탄두 추락 현장에는 길이 15m, 폭 1.5m, 깊이 1m 가량 파인 웅덩이가 보였다. 이 여단장은 “탄두가 수평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탄두 추락 장소에서 300m 떨어진 곳에는 병사들이 생활하는 생활관과 종교시설이 있었다.


분명 탄두는 골프장에 떨어진 게 맞다. 하지만 추진체 파편은 공군기지 유류저장시설로 떨어졌다. 파편이 떨어졌던 영향으로 유류저장탱크로 올라가는 계단 철제 난간은 산산조각나 있었고, 파편 흔적 바로 옆에는 유류 주입구와 송유관, 폐드럼통 보관 창고, 가스 배출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합참에 따르면 탄두는 발사지점에서 후방 1㎞, 미사일 추진체는 여기서 400m가량 더 후방에 떨어졌다. 탄두가 발견된 곳에서 남쪽으로 약 700m 지점에 민가가 있었다. 유류저장시설에 10만ℓ가 넘는 유류를 보관하고 있었다. 당시 민간인 피해 우려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살펴본 사고 위험성은 민간인 피해보다도 오히려 기지 내부 유류저장시설이 훨씬 더 심각했던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군 관계자조차 “천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민주당 의원들을 안내한 공군 장성은 “현무가 뒤로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면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1분 30초 만에 유류저장시설로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군 관계자 스스로 “천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의원들을 안내한 오홍균 18전투비행단장은 “현무 발사하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현장을 지켜봤다. 현무가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전속력으로 뛰어서 1분 30초 만에 유류저장시설로 달려갔다”면서 “혹시라도 잔불이 있을까 싶어 유류저장시설 주변을 두 바퀴나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군 관계자 설명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여단장은 ‘파편이 떨어진 뒤 산란효과로 1~2분 가량 화재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사고 영상을 직접 촬영해 최초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김희수씨는 “부대 바로 옆이 내 사무실이다. 밤에 일하다 화재를 목격하면서 보니 연기는 400m, 불길은 70~80m 치솟아 20분 가까이 탔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군 관계자들은 민주당 의원들한테서 “사고 규모와 위험성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군은 비밀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비공개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게 한두개가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지도를 통해 현무 낙탄 현장을 살펴보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제18전투비행단 구역 전체가 거대한 빈 칸이다.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면 커다란 숲 모양으로 덮어 버렸다. 군사기밀이니까 그렇단다. 부대 영내에 있는 골프장도 군사기밀인가? 골프장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하면 적화통일될 위험성이라도 있나?


 미국이 영국과 호주 등 일부 동맹국들과 함께 전세계를 감청하는 '애셜론'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라고 해서 큰 논란이 됐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좀 시끄럽다 잊혀진 적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감청기지 이름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어스로 해당 기지를 검색해봤다. 호주 한가운데 사막지역에 있는 기지가 보인다. 위성안테나와 건물까지 어찌나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지 비밀기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떤 면에선 그래서 더 무서웠다. 


 몇 달 전만 해도 네이버와 다음 지도에선 청와대 구역이 거대한 빈터같았다. 이제 청와대에 어떤 건물이 있고 길이 어떻게 있는지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용산 국방부와 주한미군지역은 여전히 거대한 빈공간이다. 하지만 알려고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구글지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서비스하는 위성사진은 차고도 넘친다. 실제 찾아서 위치를 확인해보면 겨우 이것때문에 숨겼나 우습기만 하다. 게다가 윤석열 사는 집을 빈공간으로 남겨놓지 않은 걸 보면 일관성도 없다. 


모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는 조직도는 물론이고 각 부서 관계자들 이름을 공개한다. 이름은 물론 맡은 업무와 사무실 전화번호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는 그렇지 않다. 국방부 홈페이지에선 이름을 찾을 길 없다. 장관과 차관을 빼고는 누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해놨다. 그렇다고 해서 알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관보도 있고 신문을 조금만 뒤져보면 인사 관련 정보를 얻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군사보안으로서 효과는 없이 그저 어제 했으니까 오늘도 한다는 편의주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물어보고 싶다. “이런 거 숨겨놓으면 재미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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