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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노인보호시설 노인 학대 10년 만에 9배나 증가 왜

by 자작나무숲 2021. 8. 31.

 서울 종로구에 사는 최모씨는 지금도 할머니가 노인요양시설에서 학대를 받았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고령에 치매증상까지 있는 할머니를 시설에 모신 뒤 할머니가 사람을 자꾸 피하는데다 팔이나 등에 멍이 든 자국도 있는 걸 알게 됐다. 노인요양시설에선 처음엔 ‘넘어졌다’는 식으로 둘러댔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아 CCTV까지 확인한 끝에 구타를 비롯한 학대가 있었다는 걸 확인한 뒤 할머니를 옮기고 시설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최씨는 “가족들이 함께 돈을 모아 좋은 시설에 모셨던 건데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늘면서 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설 종사자 교육·훈련과 함께 인력부족과 과도한 근무시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임정미 부연구위원이 쓴 ‘시설 내 노인학대 현황과 대책’에 따르면 전국 34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617건(2019년 기준)으로 2009년(71건)과 비교하면 무려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노인학대 가운데 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09년 2.7%에서 2019년 11.8%로 증가했다. 전체 노인학대건수가 2009년 2674건에서 2019년 5243건으로 2배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시설이 노인학대 문제의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하는 셈이다. 


 학대 유형별로는 방임(352건)이 꾸준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163건), 정서적 학대(136건), 성적 학대(133건) 등이었다. 발생빈도는 ‘일회성‘이 2019년 기준 204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매일’ 역시 2018년 80건에서 2019년 213건으로 크게 늘어났고, 학대 지속 기간 역시 ‘1년 이상’이 2018년 113건에서 2019년 200건으로 늘어나는 등 좀 더 장기간에 걸친 상습적인 학대가 늘어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인과 요양보호사 14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원의 성격이나 자질’(23.8%), ‘노인의 기질과 행동’(23.1%), ‘인력 부족과 인원 배치 어려움’(14.2%), ‘직원의 교육·지식 부족’(13.5%), ‘직원의 스트레스’(8.4%) 등을 노인학대 원인으로 지적하는 답변이 많았다. 노인학대 예방책으로는 ‘충분한 교육과 훈련’(30.0%), ‘인력확충’(18.0%), ‘가해자 처벌 강화’(10.3%), ‘신속한 보고체계 마련’(10.1%) 등을 꼽았다. 


 임 부연구위원은 “시설 학대 피해자는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치매 노인이거나 신체적 의존도가 높아 상시 돌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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