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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3차 산업혁명이 다가온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by betulo 201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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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에서 실시한 논술승진시험에 참여해봤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3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1, 2차 산업혁명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3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기 위한 대한민국과 노원구 차원 과제에 대하여 논술하세요.

아래는 당시 내가 제출한 답안지다. 퇴고할 시간도 없이 작성한 문장이라 여기저기 거칠기만 하다. 그래도 기록을 위해 답안지를 올려놓는다.  


1.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

 

제러미 러프킨이 ‘3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를 1·2차 산업혁명과 구별짓는 구분점은 에너지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석탄과 철도, 전신과 우편이 추동했으며,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고속도로, 자동차, 전화 등이 중심을 이뤘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바로 재생에너지인터넷에 기반한 SNS’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와 인터넷에 기반한 3차 산업혁명이 제시하는 미래상은, 1~2차 산업혁명이 집중적 권력으로 귀결되고 개인을 파편화시키는 것과 달리, 수평적 권력구조와 협업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갖는 혁명적 성격은 석유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의 양상을 비교하기만 해도 분명히 드러난다. 세계 최대 원유소비국인 미국은 석유 수급을 위해 중동 등 원유 생산지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비와 소프트파워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한 비용증가가 미국 국내 사회복지예산을 감축하는 원인이 될 정도다. 세계 5대 대기업이 모두 석유 관련 회사라는 것에서 보듯 석유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향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으며 중앙집권형 조직구조와 관료적 관리를 특징으로 한다.

이에 반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분산형이고 협업적 경제시스템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 단일 지역에 태양광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과 주택과 대형건물마다 이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미니발전소구실을 하게 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2차 산업혁명까지 상식이었던 경제관념들을 전복시키는 토대가 된다.

인터넷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도
3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생히 목격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02년과 2008년 촛불집회를 촉발시키고 발전시킨 중심에도 인터넷을 통한 대화와 토론, 거기서 생성되는 집단지성과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 2차 산업혁명 기간에 있었던 중요한 세계사적 사건인 1·2차 세계대전 당시 커뮤니케이션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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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군이 제일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독일과 미국을 잇는 대서양 해저 통신선을 차단한 것이었다. 개전 초기 미국에선 독일에 우호적인 여론과 영국에 우호적인 여론이 공존하고 있었지만 영국이 취한 조치 이후 미국에선 독일측 입장을 대변해줄 소식을 직접 들을 방법이 없어져 버렸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1차대전에서 미국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는데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 매우 이질적인 역사적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유통은 통신선 하나를 차단한다고 해서 끊어지지 않으며
, SNS를 통해 끊임없이 토론을 통해 정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덕진(서울대 사회학과)은 최근 논문에서 트위터에 나타난 쟁점들을 분석한 결과 트위터가 선동과 자극적인 정보의 쓰레기장이 아니라 집단지성이 분출하는 용광로라고 결론내렸다.

 

2.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재생에너지와 인터넷이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으며 이 변화가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역사가 자동적으로진보한다는 믿음 또한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유산이다. 중세시대에는 역사가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면, 산업혁명 시대 마르크스 등 학자들 또한 역사에 정해진 경로가 있으며 세계사는 이 경로를 향해 나아간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발전은 역사에 정해진 경로는 없으며 반드시 진보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종말로 치닫는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한민국과 노원구 차원에서 만들어내는 실천들이 의미를 갖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좀 더 현실적인 맥락에서 보면 재생에너지는 한국으로서는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 냉정하게 말해 한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10년 보고서를 통해 1인당 피크오일생산을 이미 여러해 전에 초과했다고 추정한 것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 입장에선 매우 치명적인 국가안보 위기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정부는 국제기준과도 맞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라는 기준을 통해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수력발전을 포함시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조금이라도 높게 보도록 하는 착시효과를 유도하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 수력을 뺀 재생에너지 비중은 1%대에 머물고 있다. 러프킨이 책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마중물 구실을 하는 것으로 지적한 발전차액지원제도도 폐지됐다. 그나마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이나 시공을 기존 재벌기업이 주도하면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예산배분 원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 정부는 수요관리가 아닌 공급확대만을 내세우며 핵발전소 추가건설과 연장운행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단위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관련 대기업과 원자력 마피아만 살찌우고 핵위협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해마다 수천억대 예산을 에너지대기업들의 해외유전개발사업 지원에 사용하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는 대기업 특혜에 다름아니다. 감사원조차 예산낭비성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수력발전을 위한다며 대규모 댐 건설을 여전히 추진하는 것 또한 토건국가적 관행의 연장선에 다름아니다
. 석탄산업 유지를 위해 개별 공단까지 두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 덕분에 현재 연탄가격은 절반 이상이 보조금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수천억대 예산을 들여 석탄산업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시켜 주는 댓가는 석탄산업 기득권 유지와 연탄 주소비처가 화훼농가와 요식업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 뿐이다.

핵발전과 댐건설
, 해외유전개발지원, 석탄산업지원 등 죽어가는 2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정책을 위해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해마다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를 위한 투자는 인색하기만 하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공공발주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 같은 작은 발전소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제도를 강화하며, 에너지절감 기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적인 규제를 가한다면 재생에너지 경제를 위한 길을 조금씩이라도 열 수 있을 것이다. 신규 핵발전을 포기하고 과도하게 저렴한 산업용 전력요금을 인상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재생에너지 개발과 수요관리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과 시민사회에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최근 노원구는 에코센터 건립을 통한 시민교육, 탈핵선언 등 정책변화를 위한 조직화, 우산비닐 폐지 등 작은 실천 등을 통해 자치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해왔다. 최근 성북구청에서는 정릉4동 동사무소 옥상에 신개념 태양열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온수를 생산하는데 그쳤던 태양열발전을 이제는 온수 뿐 아니라 환기와 난방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비용은 50% 가량 절감할 수 있으며 대략 5년 가량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태양열 패널은 15가지 색깔을 입힐 수 있어 외장재 구실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원구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본다.

자치구 차원에서 본다면 인터넷시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작동양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서울시가 실험한 주민참여예산은 인터넷을 통해 위원을 직접 모집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통해 예산배정의 우선순위 자체를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해 행정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공유하는 단계를 지향함으로써 행정투명성과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이는 노원구 차원에서도 적극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핀란드에서는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아예 헌법을 개정해 인터넷 이용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자리매김했다
. 노원구에서도 구민들의 인터넷 이용권을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3차 산업혁명에도 부응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공용 와이파이 설치를 확대하고 정보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교육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덧붙여
, 구청 1층에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데스크톱 10~20대를 설치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일정 분량 이내는 출력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누리미디어나 KISS 등 학술자료검색과 다운로드도 가능하도록 한다면 대학생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 온라인 카페한켠에는 구 정책에 대한 스티커 설문대등을 설치해 시민토론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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