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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추락하는 ‘부산갈매기’ 날개가 없다

by betulo 201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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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독재, 막개발, 관료주의 폐해 등 난맥
2004/7/23

꽤 오래 전에 썼던 글이다. 우연히 옛날 글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2004년에 썼으니까 6년이나 됐는데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현실 때문이다. 비단 부산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민 여러분, 공범 되기 싫으면 투표합시다.


부산은 역대선거에서 항상 몰표성향을 보여왔다. 88년 13대 총선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부산지역 의석 15곳 가운데 14곳을 차지했고 90년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자유당이 부산지역 51개 의석 가운데 50석을 차지했다. 지난 4월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18개 의석 가운데 17석을 독식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과 올해 17대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거의 유일한 무풍지대이기도 하다.

부산의 경우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권력 견제와 감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과 시의회가 항상 같은 정치세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유영국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일관되게 안정적 당선권으로 밀어주는 완고한 유권자 집단이 있는 한 부산의 지역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석과 광역의회의석의 거의 100%를 변함없이 특정정당에게 몰아주는 기이한 집단표심과 지역정서를 선택한 부산시민들이 돌려받은 것은 결국 막개발과 무책임행정, 부패와 타락,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뿐”이라고 역설했다.

막개발과 무책임한 재정운영은 동전의 양면이다. 막개발이 재정위기를 부르고 재정위기가 다시 새로운 막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민선단체장들은 자신의 정치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부채를 감수하며 개발사업을 벌인다. 일단 막개발과 부채의존 경영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단기성 부채의 원리금 상환 기일이 다가올수록 자치단체장은 자신이 서명하는 파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한다. 그 결과 세수증대를 위해 새로운 막개발과 부채차입을 계속 추구하고 이를 위해 대내외 민간업자들까지 동참하도록 각종 특혜와 편법을 준다. 결국 이는 조세부담 격증, 대규모 환경파괴, 사행산업 과다노출, 향락업소 난립, 지방자치단체 재정파탄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부산시의 △센텀시티 개발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특혜매각 시도 △동성 게이트 사건과 시장 수뢰사건은 모두 막개발과 무책임한 재정운영, 부정부패의 전형을 보여준다.

얽히고 섥힌 부패사슬: 동성 게이트

2003년 12월 부산 굴지의 버스회사인 동성여객 대표 이광태씨가 김운용 전 국제올릭픽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금품로비를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면서 이씨와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의 부산지역 정․관계 로비사건은 부산 공직사회를 크게 뒤흔들었다.

이광태 게이트, 혹은 동성 게이트로 불린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당시 이광태는 김 부위원장에 대한 혐의사실 외에도 부산지역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수년간 정기적으로 뇌물을 주었다고 자백하면서 사건은 부산으로 넘어와 올해 2월부터 부산지검에서 본격수사를 시작했다.

이때 이미 종합버스터미널 관련 수뢰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자신이 동성여객 로비에 연루됐다는 결정적 정황이 나오면서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산시 국세청 6급직원 1명도 같은 이유로 자살했다.

검찰은 부산시 조사에서 전?현직 교통국장과 교통국 간부 등 10명을 소환해 최고위 공무원인 이사관(2급) 1명과 관리관(1급)으로 퇴임한 전 교통국장 2명을 구속하고 허남식 부산시 정무부시장 등 6명의 비위사실을 기관통보 조치했다. 기관통보된 정무부시장은 결국 시 감사가 시작되기 전 보궐선거 출마를 이유로 공직을 사퇴했다. 그는 안 전 시장 죽음으로 궐석이 된 부산시장 6?5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첨단도시 대신 땅장사: 센텀시티 개발과 부채위기

센텀시티는 옛 수영비행장이 김해국제공항으로 옮겨 간 뒤 그 터에 첨단정보통신단지를 만들어 부산의 산업혁신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야심찬 구상으로 시작된 지방산업단지 건설사업이다. 안상영 전 시장 당시 센텀시티(주)를 설립하면서 부산시가 시행자, 센텀시티(주)가 분양대행사를 맡고 있다.

100% 완벽한 미래 첨단도시라는 뜻을 가진 센텀시티는 현재 최첨단 복합단지라는 애초 취지와 다르게 복합유통상업지역을 크게 늘려 땅장사에만 혈안이 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래 주거용지로 예정된 부분은 센텀시티에서 일하는 정보기술업체 노동자들의 배후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소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건축허가를 받아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는 총 5142세대나 된다.

주거시설로 바뀔 우려가 있는 주상복합건물들도 허가를 받았으며 분양 계약시 특약조건에 대한 특혜의혹과 용적률 변경, 시 고위간부의 압력으로 토지가격 할인분양 등 막개발과 특혜분양 의혹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무책임한 재정운용이다. 센텀시티는 사업비 전액을 지방채 발행과 은행차입금으로 충당했으며 차입금과 부채 이자 부담만 해도 엄청난 규모다. 2002년말 현재, 지방채 1천7백억원에 은행차입금이 2천1백여억원으로 무려 3천8백억원의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자만 해도 연간 2백36억원으로 하루에 6천5백만원씩 불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첨단산업단지보다는 아파트, 백화점, 호텔, 학교 등 지원시설 분양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각종 부대용지를 매각한 수익대금으로 2004년 1월에는 부채총액이 3천3백40억원으로 약간 줄긴 했다. 센텀시티는 지난 5월 “2010년까지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방채와 차입금이 계획대로 상환 이행되지 않으면 결국 부산시 채무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설령 지방채와 차입금을 모두 상환한다 해도 첨단미래도시라는 기본계획을 외면하고 분양에만 급급한 형태로 가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부산경실련 등은 “올바른 센텀시티 개발을 위해 부산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센텀시티 개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사업도 퇴색일로: 민주공원

1999년 개관한 부산시 민주공원은 2000년 예산 7억5천만원, 2001년 7억원, 2002년 6억5천만원, 2003년 6억원, 2004년 6억원으로 계속 삭감되는 추세다. 게다가 지난해 부산시의회는 민주공원의 2004년도 사업비를 전액삭감하기도 했다.

민주공원은 올해 부마항쟁 25주년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어 지난 5월 추경예산으로 1억을 신청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추경예산을 상정도 안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21일 의회에 다시 상정했고 22일 추경예산이 통과됐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민주공원 설립 당시부터 부산시의 보수정치인?관료들이 품어 온 민주공원에 대한 견제와 비협조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보다 시의회가 민주공원에 대해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유영국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즉, 시장의 경우 부산시 전체가 자신의 선거구이기 때문에 설령 진보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배치된다 해도 그들을 노골적으로 배제하거나 적시할 때 나타날 정치적 위험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시장보다 훨씬 작은 지역이 선거구를 가진 시의원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에게 적대표시를 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미칠 정치적 악영향이 별로 없다고 계산할 수 있다.

민주공원은 부산시의 어떤 기관이나 사업처에 못지않은 시민통합과 민주주의 시민정치교육사업, 관광서비스 제공 구실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해 약 20만명이 민주공원을 방문했으며 10여종의 교육연수사업, 13종의 학술연구사업, 30여회의 공연기념사업, 10회 이상의 장단기 전시사업, 66회의 전시안내와 해설사업 등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민주공원은 보훈단체와 연합행사를 치르고 보훈지청한테 예산지원까지 받을 정도로 폭넓고 유연한 사업방향을 지향하기도 한다.

1999년 문을 연 부산시 민주공원은 민주화를 위해 독재정권과 투쟁해온 부산지역의 진보?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계승발전시키고자 문정수 초대 민선시장과 협력해 건설했다.

막개발 행정이 낳은 최악 통행료: 유료도로 천국

전국에 있는 14개 유료도로 가운데 7곳이 부산시에 있다. 거기다 새로운 유료도로 7곳이 이미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이다. 지난 6월 부산경실련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양원 양산대 교수는 “이대로 가면 2010년에는 부산시민 자가운전자 한 사람이 내야 하는 통행료가 하루 1만원 가량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백양터널과 수정터널의 경우 실제 교통량이 건설과정의 예측통행량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양터널은 2000-2001년 수입미달분 25억여원을 시비로 지불했으며 수정터널은 2002년 통행료 수입 미달분 약 29억원을 부산시가 보전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터널은 민자유치법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통행수입료가 미달될 경우 부산시가 공공재정으로 이를 계속 보전해 주어야 한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수정산터널이나 백양산터널, 구덕터널 등은 통행량산출이 현실과 맞지 않고 운영비에 대한 세부 산출내역이 없는 등 통행료 수입미달분에 대한 터널회사측의 주장을 부산시가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였다”며 “결과적으로 시민의 세금과 통행료 지출의 증가와 터널회사의 부당한 수입증대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행정정보공개한 자료를 보면 유료도로 통행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인 민자유치금액과 유료도로 운영비를 부산시가 정기적으로 점검조차 하지 않아 객관적인 자료 자체가 불충분한 상황이다.

유영국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부산의 지리적 특성상 민자유치를 통한 유료도로라도 많이 건설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와 실적위주의 공명심, 쉽고 편하게만 현안을 해결하려는 관료주의가 결국 ‘심해도 너무 심한’ 유료도로 천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부산관광개발(주) 부실과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특혜매각 시도

부산시는 부산관광개발(주)을 사업자로 삼아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일대에 2002년 아시안게임 골프 경기장으로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을 건설 조성했다. 부산시는 아시아드컨트리클럽 골프장을 건설할 당시부터 아시아경기대회를 빌미로 3백50억원에 달하는 대출보증을 섰고 정부도 아시아경기대회지원특별법 등으로 46만평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에 골프장 허가를 내줘 환경오염 시비가 일기도 했다.

원래 부산관광개발(주)은 부산시가 1997년 시민을 위한 공공관광사업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민간기업과 공동출자한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됐으며 자본금의 48%(72억원)를 출자한 부산시 이외에 현재 코오롱건설 등 15개 기업이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부산관광개발(주)은 그동안 방만한 운영과 부산시의 관리감독 부재로 해마다 심각한 적자를 기록해왔다. 부산경실련에서는 지난 2000년 2월 해상관광유람선 테즈락호 운영과 관련해 50억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한 부산관광개발(주)에 예산낭비기관에 주는 ‘밑빠진 독 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2002년 부산관광개발(주) 완전민영화를 결정했다. 그런데 부산시가 ‘주주당사자간 공개경쟁에 의한 부산시지분의 처분’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지역시민단체에서는 “시민들의 혈세로 조성한 사업을 특정 기업체에 특혜매각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부산시가 시의회에 상정한 ‘2003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의회측은 “2-3년 내 부산시의 출자금 회수가 가능한 흑자기업을 굳이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골프장 매각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시의원들의 입장변화에 따라 앞으로 언제든지 번복될 소지가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2004년 7월 23일 오전 4시 1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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