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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순회특파원(2011)

파리에서 공연한 아이돌그룹 이름은? 'SM타운'

by betulo 201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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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파리 공연이 10일과 11일 하루 6000여명씩 1만 3000여명에 이르는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 속에 대중문화공연장으로 유명한 르제니트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5개 K팝 그룹이 유럽 데뷔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공연장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은 3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잠시도 멈출 줄 몰랐다. 열정적인 춤과 노래, 와이어를 이용해 무대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화려한 안무를 보여줬다. 동시 통역과 함께 어색한 발음이나마 프랑스어로 인사하는 정성까지. 공들인 무대 연출은 사회자 없이도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놨다.

 여기까지는 공식적인 관람기다. 이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가득한 관람기를 써보자.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공연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SM타운'이란 브랜드였다. 무대에 오른 소녀시대 9명은 "소녀시대를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인사하지 않았다. 다만 "SM타운을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할 뿐이다. 동방신기나 샤이니 같은 다른 아이돌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연 중간 중간 대형 화면에 나오는 광고영상도 "Always Yours SM타운"이었다. 유럽 팬들이 환호성에서도 SM타운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이날 공연의 주체는 SM타운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수퍼주니어가 그룹내 유닛시스템을 도입했듯이, SM타운이라는 아이돌그룹이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유닛 시스템을 가동하는 양상이었다. SM타운 유닛시스템은 꽤나 효율적이다. 소녀시대 유닛과 f(x)유닛으로 다양한 걸그룹을 보여줄 수도 있고 샤이니나 수퍼주니어처럼 색깔이 다른 유닛으로 관객층을 두텁게 할 수 있다.


 SM타운의 리더는 누구일까? 당연히 이수만 프로듀서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이수만 프로듀서는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단순한 비교이긴 하지만 각 그룹을 소개하는 게 한 장씩인데 이수만 프로듀서를 홍보하는데는 세 장이나 썼다.

"아시아의 대표 프로듀서...협소한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 아시아 대표 문화 아이콘과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 심지어 "샤또 무똥 로칠드에서 60년만에 처음 주최한 기사 작위식에 유일하게 문화계 인사로 와인 기사작위 받기도 하는 등..."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와인 기사작위' 수여까지 자랑할 정도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왜 작년부터 'SM타운'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샤이니라는 아이돌그룹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걸그룹이 아니란 걸 공연장 가서 처음 알았을 정도로 대중문화의 사각지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이러쿵 저러쿵 할 내공도 없다. 다만 최준호 프랑스 주재 한국문화원장과 나눈 대화에서 작은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아이돌은 수명이 길다. 80년대 아이돌이 지금도 활동할 정도다. SM 쪽에 그룹을 자꾸 바꾸지 말라는 얘길 해줬다. 아이돌 그룹을 소모품으로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SM에선 대중들이 새로운 걸 찾는 것에 맞추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그게 우리 문화기획의 수준이다. 문화가 일상을 바꾸지 못하고 따라가기만 하니까 자꾸 생명이 짧아진다. 대중 취향에만 영합해서 장사하고 빨리 바꾸는 경향이 심하다. 3년 투자해서 5년 가는게 지금까지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10년 20년 가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대중 취향을 핑계삼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최 원장은 "프랑스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그래서 (한국 음악 유행이) 더 오래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가 "과거 H.O.T. 경우처럼 그룹 몇 년 하고 해체해 버리는 식으로 해서 그게 될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위 인용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최 원장에 따르면 이제 SM엔터테인먼트도 과거처럼 그룹 함부로 없애긴 쉽지 않다. "세 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동방'만 남아버린 동방신기를 SM에서 없애지 않고 유지하는 건 해외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동방신기나 소녀시대나 해외에서 SM타운이란 브랜드 아래 활동하면 어떻게 될까. 동방신기가 동방이 되더라도 SM타운 수십명에서 세 명 빠진 것에 불과하다. 소녀시대가 6명이 되거나 12명이 되도 어차피 SM타운 속 유닛시스템의 미세조정일 뿐이다. 심지어 SM타운에 새로운 아이돌유닛을 포함시키거나 삭제하더라도 SM타운은 계속된다.


 좀 지나친 억측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연 내내 SM타운을 내세우고 보도자료에선 이수만 프로듀서를 강조하는 모습에서 나는 SM타운이라는 새로운 아이돌그룹의 모습을 봤다. 비록 리더 이수만의 얼굴은 무대에 안보였지만.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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