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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최대 재정적자 최저 세금부담, 미국 재정 딜레마

by betulo 2009.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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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은 적고 쓸 돈은 많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때문에 미국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재정적자 한켠에서 미국 시민들은 직접적으로는 전임 부시행정부에서 시행한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역대 최저 수준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 공공의료제도 전면도입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선 세금을 늘리려 하지만 공화당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최고 수준 재정적자와 최저 수준 세금부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현실을 진단해봤다.

(발화점: http://cretekorea.tistory.com/67).

오바마, "빚 못 줄이면 더블딥"

“미국이 중장기적이고 통제가능한 재정정책을 펴는 것은 달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이다(한겨레 09.11.15).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동안 환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자 중국은  ‘너나 잘하세요.’라고 ‘훈수’를 둔 셈이다.

미국이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2009회계연도(2008.10~2009.9) 미국 재정적자가 1조 417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9620억 달러나 늘었다. 미국 역사상 최고기록이지만 그나마 당초 예상했던 1조 5800억 달러보다는 적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국제금융센터 09.10.19 보고서). 우리 돈으로는 1641조원이 넘는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84.8%에 달한다. 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지탱하고 있고 그 가운데 중국은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갖고 있다(한겨레 09.11.15).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일 미국의 GDP대비 국가부채가 84.8%라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지금도 12조 달러 규모인데다가 앞으로 10년간 약 9조 달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9조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 8000억 달러(5542조원)가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이라는 점은 미국의 국가부채가 얼마나 심각한 단계에 달했는지 보여준다. 재정적자가 국가부채를 가중시키고 이는 다시 재정압박을 높이는 악순환이다.


2009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재정수지 (단위: 10억 달러)

 

 2008년

 실적

 2010년

예산안 

 2010년

예산안 중간수정

 2009년

실적 

2009년 실적 변동

2008년

실적대비

2010년 

예산안 대비

2010년

예산중간수정대비

 총세입

 2,524

2,157 

2,074 

 2,105

-419 

-52 

 31

 총세출

2,978 

3,998 

3,653 

3,522 

544 

-476 

-131 

재정수지 

-455 

-1,841 

-1,580 

-1,417 

-962 

424 

163 

GDP대비 재정수지 비율(%)

-3.2 

-12.9 

-11.2 

-10.0 

-6.8 

2.9 

1.2 

출처: 국제금융센터

내년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백악관 관리예산처(OMB)는 2010회계연도 재정적자를 올해보다 850억 달러 늘어난 1조 5020억 달러로 전망했다. 2011회계연도부터 점차 축소되어 7390억 달러에 이른 후 2016회계연도부터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증가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국제금융센터)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붓는 전쟁비용도 골치다. 올해 지출한 국방비가 662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에 아프가니스탄 전비로 1300억달러를 승인했다(서울신문 09111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증하는 정부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없으면 미국 경제는 더블딥 불황에 들어설 수도 있다.” 더블딥이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W형 경제모형이라고도 한다.

부시의 유산, 레이건 때보다도 낮은 세금부담

일차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는 지난해 가을 발생한 금융위기를 조기진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당장 금융기관에 지원한 구제금융만 해도 7000억 달러나 된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미국 재정건전성의 토대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한가지 있다. 바로 역대 최저수준 세금부담률이다

싱크탱크인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 센터(CBPP)’ 보고서(http://www.cbpp.org/files/4-10-07tax.pdf)에 따르면 중산층 가구의 세금부담수준은 최근 수십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최상위계층에서 세금부담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CBPP는 “소득 최상위 가구의 연방 세금부담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최근 부시 행정부에서 이뤄진 세금감면이 주된 원인이었다.”면서 “세금감면은 부유층 세금부담을 줄이고 그만큼 정부세입은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CBPP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적자의 이면에는 조세감면과 국방비 지출증대, 국토안보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활동비, 경기침체 등 요인이 있다.”면서 “이 가운데 감세로 인한 요인이 재정적자의 48%를 설명해준다.”고 주장했다. (CBPP, 2006)

 낮은 세금부담은 소득불평등도 악화시키고 있다. 미 의회 예산사무처(CBO)는 세금감면 혜택의 1/3이 상위 1%에게, 혜택의 2/3는 상위 20% 소득계층에게 돌아간다고 분석했다(바트라, 2006,『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258쪽).

CBPP는 세금감면액의 1/4이 연간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최상위 0.3% 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하위 60% 가구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전체 세금감면의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년만 해도 중산층 가구가 평균 1150달러씩 환급받을 수 있는 반면, 수입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가구는 평균 16만 8000달러나 된다.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증세 압박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증세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화당 반대 뿐 아니라 국민들의 광범위한 납세 거부 정서를 극복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문구를 주목해주기 바란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현행 35%인 최고 소득세율을 2011년에 클린턴 정부 당시인 39.6%로 되돌리려 한다. 고소득층이 모기지 이자와 자선단체 기부금에 대해 얻는 공제액도 제한하고자 한다. 문제는 공화당을 비롯한 납세자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4월15일 연방 세금보고 마감일을 즈음해 미국 전역에서는 세금납부에 항의하는 이른바 ‘티파티 저항(Tea Party Protest)’라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http://cretekorea.tistory.com/67).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economist.com 091119)는 “증세정책은 세금제도가 경제성장을 확실히 돕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후유증이 덜 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세금 공제를 없애서 세수의 폭을 넓히고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초부터 예산을 안정화하고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문제는 의회로부터 관련법 통과를 받는 일이다. 감세정책을 고수하는 공화당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금융위기 가능성 높인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유럽과 일본이 환율조정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낮고 막대한 전쟁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무역적자를 줄이면 세입도 늘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주의 완화 요구 등 공세적인 무역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중국 등 주요 무역대상국에 평가절상 등 환율조정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앞부분에서 언급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 논평의 발단이 바로 ‘중국 방문 동안 환율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 발언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이 국제경제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는 울퉁불퉁하다>의 저자인 김성해 언론재단 객원연구위원은 “한국처럼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불리해진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당장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일부 국가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다시 세계경제에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게 된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태국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 한국, 브라질, 러시아 등으로 이어진 금융위기 연쇄작용을 떠올리면 된다.”

2009년 11월24일자 서울신문 18면에 실린 기사(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1124018007&spage=1)를 보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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