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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6 18:58

청도 소싸움경기장 통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생각한다


[예산기사짚어보기]예타 완화로 자의적 예산집행 길닦는 재정부


경북 청도 소싸움경기장이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착공돼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월, 그러니까 2년전 준공된 소싸움경기장은 아직 개장도 못했다. 개장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란다.

이유는 “개장 비용 확보난 등 산적한 문제, 민간 사업시행자인 한국우사회와 청도공영공사간 정산액 분쟁” 등이다. 서울신문 2009년 2월 6일자 25면에 실린 내용이다.

910억 8100만원이 투입된 대규모 소싸움경기장이 개장도 못하고 있다. 소싸움 경기 시행을 위해 설립된 지방공기업 청도공영사업공사는 경영부실로 인해 2005년 8억 6900만원, 2006년 11억 4700만원, 2007년 9억 6300만원 등 영업이익 적자를 내고 있다.

보다못한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진단위원회는 지난 3일 “올해 말까지 경기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청도공영공사를 조건부 청산하는 내용의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자 생각해보자. 이 사업은 애초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애시당초 엄청난 경기장 건립․운영비용 등으로 인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은 아니었을까? 더구나 경륜이나 경정과 다를 것 없는 사행산업인데? 강원랜드로 인해 강원도 영월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뻔히 봤으면서도?

내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솔직히 누구라도 핵심관계자가 아니면 잘 모를 것 같기도 하다. 910억원이나 든 사업이니까 예비타당성조사라도 받았으면 단서를 알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사업 문제점을 사전에 지적받았으면 조금이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 많은 예비타당성조사가 필요하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각 부처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예산당국이 직접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1999 예산회계법시행령 제9조의2, 기금관리기본법 제8조의4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도입됐다.

제도 시행일인 1999년 4월 이후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 중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사업으로서 건설공사가 포함된 대규모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 제도는 당초 대규모 건설공사에 대해서만 개략적으로 심의․판단할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사실상 각 부처가 실시하는 타당성조사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시행주체인 사업과 민자유치사업은 국고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한하며, 예비타당성조사 시행일 이전에 이미 각 부처에서 타당성조사를 실시한 경우는 면제한다.

현행 예비타당성조사는 ①조사대상사업 선정기준의 구체성 결여 ② 집단사업에 대한 조사기준의 불합리 ③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사업비 추산액 축소 ④ 예비타당성조사의 특정연구기관 전담과 전담기관 연구진 및 조사용역업체의 각 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타당성조사나 사전용역에의 중복참여에 따른 객관성 및 신뢰성 문제 등 제도 및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이 있다.

이러저러한 문제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한 총사업비를 축소하는 문제다.

예비타당성조사가 사업계획 수립시의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사업계획 수립시 총사업비를 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일단 사업을 추진한 후에 사업비를 증액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사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다시 서울신문 기사를 보자. 사업에 투입된 910억원 가운데 국비와 지방비는 87억 81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자본이다. 민간자본이 무려 825억원이 된다. 이 경우 통상 적자가 날 경우 지자체가 민간자본에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당장엔 세금이 적게 들지만 나중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도군은 왜 재정은 10%도 투입하지 않고 민간자본으로 했을까?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할 근거는 내게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음으로 해서 청도군과 청도군 주민들은 사전에 검토해볼 기회를 잃었다.

기획재정부의 놀라운 시행령 개정안

기획재정부가 1월5일 예비타당성조사를 규정한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1월6일 논평을 냈다. “아무 제지없이 국민세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천문학적 예산낭비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더 인용해보자. “감사원에 의해 예산낭비로 지적된 상당수 예산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토건 건설공사를 난발하는 현실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천만하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경제활성화대책으로 내세운 30대 광역경제권 사업 중 10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참여연대도 1월28일 의견서를 내고 “모법인 국가재정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시행령 조항”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는 헌법 제75조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가 시행된 전체 335개 사업 중 147개 사업(44%, 사업비 기준 49%)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될 정도로 실효성 있는 제도란 점도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09년도 예산안분석보고서를 인용해 밝히고 있다.



기회는 이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가 2월 6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개최한 ‘예결산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를 상임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 예산안제출시기를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에서 ‘150일 전까지’로 앞당겨 예산심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 헌법 개정 사항이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검토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산심의 절차에 관해 “스웨덴의 사전예산제처럼 예산총액과 기능별, 부처별 상한액 등 예산안의 총괄사항을 먼저 심의하고 각 상임위는 총괄사항과 심의지침에 따라 세부내역을 심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이 토론회에서 보인 기획재정부의 반응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완섭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행정부 입장에서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하면 소관 상임위와 예산결산위의 심사결과가 다를 경우 일관된 정책수행이 곤란하다.”

여기까진 좋다. 예산심의 기간의 연장에 대해 한 말을 보자. “행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 절차와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는데 곤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기획재정부는 일하느라 바뻐 죽겠다. 절차 다 밟으려니 너무 힘들다. 그런 마당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해야 한단 말이냐?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4대강 ‘살리기’처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을 하겠느냐. 그러니 예비타당성조사를 완화해야 하는거다.

청도 소싸움경기장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어떻게 됐냐? 2007년 완공해놓고 여태 개장도 못하고 있다. 손실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단체장 선거를 치른 청도군민들이 1차적으로 부담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결국 국민 모두가 져야 할 부담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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