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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조선일보가 밝혀낸 대북 퍼주기의 진실

by betulo 200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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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의원(2008.9)10.4선언합의사업소요재원추계.hwp





새로 서울신문에 입사한 수습기자 세 명에게 물어봤다. “퍼주기 퍼주기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대북지원예산이 얼마나 될 거 같으냐.” 대북 퍼주기에 대단히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수습기자와 거기에 반론을 제기한 수습기자 모두 “글쎄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충 찍어보라고 재차 물어보자 한 수습기자는 “수십조원은 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다른 수습기자는 “10조원 가량일거 같다.” 또 한 수습기자는 “7~8조원”을 각각 찍었다.


북한과 관련한 문제에서 ‘퍼주기’는 대단히 강력한 인식틀 혹은 ‘프레임’이다. ‘퍼주기’라는 말 속에는 북한에 너무 많이 주었다, 그것도 별 실익도 없이 갖다 줬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에 얼마나 퍼줬는지 아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프레임은 ‘진실’이 아니다. 프레임은 프레임일 뿐이다.


오늘자(2008.9.19) 조선일보 1면 기사는 대북퍼주기의 실체를 밝히는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10․4선언의 합의 사업을 이행하려면 14조 4000여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통일부가 18일 밝혔다.”로 시작하는 조선일보 기사는 남북정상회담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 기사는 한나라당 의원 윤상현이 통일부에 요청해 통일부에서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자료를 근거로 나왔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려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19/2008091900024.html


내 관심은 조선일보가 거액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인용한 자료에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경제협력 대가 등으로 재정과 민자를 합해 북한에 모두 3조 50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는 대목이다.


1년에 3500억원 지원이 퍼주기?


10년간 3조 5000억원이란다. 1년에 3500억원꼴이다. 이 정도면 퍼주기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날 한겨레 1면에 이런 기사가 있다. “통화당국이 3조 5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건 퍼주기일까 아닐까?


액수는 같다. 한쪽은 10년간 지원하면서 국회, 언론, 시민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대북 ‘퍼주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예산낭비의 전형처럼 돼 버렸다. 그런데 다른 한 쪽에선 한 번에 그만한 액수를 지원한단다. 누구도 여기에 대해 ‘퍼주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민자유치 사업인 민자고속도로를 보자. 한겨레 보도(2008년 9월19일자)에 따르면 지난 7월 개통한 마창대교와 주변 연결도로(예정) 건설에 경상남도는 3800억원이 들어간다. 민간자본도 1900억원(차입금 포함) 투입된다. 민자사업자 수익보전을 위해 경상남도가 앞으로 30년 동안 부담해야 하는 돈도 1조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1년에 3500억원꼴로 하고도 ‘퍼주기’ 욕을 바가지로 먹는 데 다른 곳에서는 다리 하나 짓는데 3800억원을 썼다. 다리 짓는 건 퍼주기일까 ‘투자’일까?


한겨레 기사를 보려면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1061.html


한겨레 기사는 민자도로를 건설할 때 통행량 예측을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엄청난 예산낭비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창대교나 인천공항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등 국내 8곳의 민자도로에 투자해 운영 지분을 갖는 ‘맥쿼리 펀드’만 대박이 난다. “맥쿼리가 올 상반기 시설에서 벌어들인 수익 2470억원 가운데 1040억원이 우리 정부나 자치단체가 보전해준 금액”이라고 한다.


대북 ‘퍼주기’를 그토록 비판했던 정치권과 정부는 민자사업에 대단히 호의적이다. 심지어 학교시설물도 민자사업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한지 오래다. ‘퍼주기’ 비판의 선봉에 섰던 일부 언론이 민자사업을 환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멀쩡한 돈을 수익보전해줘야 하는 비용과 대북 ‘퍼주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예산낭비라고 보는가.


돈 빌려주는 것도 퍼주기일까?


조선일보 보도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북 ‘퍼주기’의 액수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계산법이다. 아까도 인용했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3조 5000억원” ‘지원’의 근거는 ①“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기반조성, 경제협력 대가 등”을 대상으로 ②“재정과 민자를 합해”라고 범주를 설정한 것이다. 당신이 보기에는 이런 논리전개가 합리적인가.


지난 ‘정부’ 10년간 ‘지원’을 따진다면서 재정과 민자를 합한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민자라는 건 말 그대로 민간기업이 북한과 상거래 한 것을 말한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10.4 선언 합의사업 소요재원 추계’를 보면 “민간기업 상거래 관련”이라고 하여 “국민의 정부 8억 6532만불(약 8653억원) 참여정부 1억 6516만불(약 1651억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359만불(약 436억원)”이라고 돼 있다. (현 정부 이후 민간기업 상거래 액수가  비율로 계산했을 때 노무현 정부 5년보다 2배나 된다는 건 논외로 치자.)


현대 포괄사업권, 금강산 관광, 금강산 교예단, 금강산 시설이용 등, 개성관광 사업권,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 개성공단 토지임차료 등은 기본적으로 조선일보가 말하는 ‘정부 지원’과는 관계가 없다. 그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토지를 구입해서 공장을 세우면서 중국에 내는 돈이 전부 중국에 퍼주는 돈이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간기업 상거래 관련 현황】(출처:통일부)

(단위 : 만불)

구  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08.7 현재)

현대 포괄사업권

45,000

-

45,000

-

금강산 관광

40,070

7,458

47,528

1,141

금강산 교예단

381.2

949.8

1,331

124.3

금강산 시설이용 등

1,081.1

3,758.3

4,839.4

613.5

개성관광

-

91

91

759

개성관광 사업권

-

300

300

700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

-

2,759

2,759

1,021

개성공단 토지임차료

-

1,200

1,200

-

총  계

86,532.3

16,516.1

103,048.4

4,358.8


그럼 조선일보가 말하는 3조 5000억원(김대중 정부 1조 5000억원, 노무현 정부 2조원)에서 민간기업 상거래 부분을 빼보자. 김대중 정부 약 6458억원, 노무현 정부 약 1조 8079억원, 두 정권 10년 동안 약 2조 3537억원 되겠다. 1년에 2353억원 꼴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여수엑스포(EXPO)지원만 해도 1700억원이다. 여수 엑스포 지원과 대북지원. 한쪽은 기획재정부가 자랑할 만한 사업이고 다른 한쪽은 정부가 부끄러워할만한 ‘퍼주기’일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305억원과 참여정부 시절 3866억원 합계 4171억원은 경협부문이었다. “남북경협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물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시설 건설 목적”이라고 돼 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필요해서 돈을 들인 ‘투자’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경공업 원자재 제공 800억원도 포함되는데 이건 차관이다. 다시 말해 빌려준 돈이란 뜻이다.


다시 첫 논의로 돌아가보자. 대북 ‘퍼주기’라는 건 ‘인도적 대북지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개성공단 사업으로 한국 기업들이 돈 버는 것을 두고 ‘퍼주기’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꺼다. 통일부 자료에는 인도적 대북지원 예산 총규모가 일목요연하게 나와있다. 바로 10년간 2조 366억원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6153억원, 참여정부 시절 1조 4213억원이다.


【과거 정부별 대북지원현황】(출처:통일부)

구   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정부무상

지원액

비 료

2,753억원

5,119억원

7,872억원

긴급구호

46억원

1,294억원

1,340억원

민간단체

161억원

691억원

852억원

국제기구

626억원

961억원

1,587억원

소 계

3,586억원

8,065억원

11,651억원

식량 차관

2,567억원

6,148억원

8,715억원

총 계

6,153억원

14,213억원

20,366억원

   * 식량차관은 10년거치, 20년 분할상환, 이자율 1% 조건으로 제공


여기에는 차관이라는 변수도 남아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국민의 정부 시절 식량차관이 2567억원, 참여정부 시절 6148억원, 합계 8715억원이다. 물론 식량차관은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이자율 1% 조건이다. 그냥 주는거라는 반론이 가능할거다. 그럼 과거 무상원조, 유상원조, 차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미국이 못먹고 못사는 한국에 식량지원한 것은 어떻게 평가할텐가. 한국은 미국의 ‘퍼주기’ 덕분에 보릿고개를 넘어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됐나?


통계가 거짓말이라도 하게 하자


생각해보면 세상은 거짓말투성이 통계가 넘쳐난다. 통계를 갖고 장난치는 세력도 많다. 미국의 어떤 문인이 말했듯이 세상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대규모 감세를 발표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에 절반 이상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대표적인 통계갖고 장난치기가 될 거다.


1년에 1억 2000만원 버는 이명박식 중산층을 인정하더라도 혜택은 중산층과 서민층이 아니라 대부분 부자에게 간다. 이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기사를 보시라.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916143102


가끔은 차라리 통계를 들이대는 거짓말이 고마울 때도 있다. 대북 ‘퍼주기’ 논란 와중에도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퍼줬는데?”라는 질문에 답을 할만한 통계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퍼주기’를 그토록 공격했던 어느 언론도 “지난 10년간 인도적 대북지원에 쓴 돈이 다리 하나 짓는 예산보다도 적은 1년에 2000억원 상당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북한에 지원한단다.”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2008년도 신재생 에너지 지원 예산이 5327억원이었다. 내년에 정부는 25%를 증액한 6670억원을 국회에 요구했다. 올해 새만금 개발예산은 1800억원이고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3367억원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만금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지원은 투자일까 퍼주기일까. 북한에 ‘퍼주기’ 하는 것과 새만금에 ‘퍼주기’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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