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평택 미군기지 이전

미 군사주의에 맞설 아시아 민중연대 절실 (2004.2.26)

by 자작나무숲 2007. 3. 11.
미 군사주의에 맞설 아시아 민중연대 절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연대로 3] 해외주둔 미군기지
한-오키나와 동병상련…미군기지반대 국제연대 관건
대중참여 프로그램 개발 필요
2004/2/26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아시아연대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나왔지만 정작 어느 단체가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게 한국 시민사회의 현실이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제연대 사안도 적지 않다. 부시낙선운동은 이와 관련해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시낙선운동은 한국시민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개발했으며, 해외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국제연대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다른 한편으로 국제연대가 절실함에도 정작 국제연대활동이 미비한 분야도 있다. <시민의신문>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연대로’라는 주제로 사안별 국제연대를 기획, 집중조명한다. [편집자주]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자본가에 맞서는 것처럼 아시아인들도 차이를 넘어 연대해서 미군기지에맞서야 한다.”

김용한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미군기지가 있는 아시아 모든 나라의 힘을 합쳐도 미국보단 약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연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전세계 곳곳에 자리잡은 미군기지는 군사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세계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장치이다. 특히 미국이 꾸준히 중국봉쇄전략을 추진하면서 미군기지가 가장 밀집된 아시아는 핵심주둔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오키나와·일본·필리핀은 그 중에서도 미군기지 문제가 가장 첨예한 지역이다. 미국의 패권전략에 맞선 아시아 민중의 공동연대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오키나와 연대 지속성 중심

미군기지반대운동가들에게 오키나와는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와 오키나와 단체들이 구성한 ‘오키-한 민중연대’는 이후 꾸준히 상호방문과 연대투쟁, 정보교환을 계속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주목한 녹색연합도 아시아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연대의 성과는 적지 않다. 축적된 운동경험과 정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이다. 지난달 27일 승소한 군산미군기지 소음피해소송과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가 평택 금각리에서 벌인 ‘1평 지주운동’도 오키나와 운동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2002년 여중생 압사사건 재판에서 미군의 재판권 포기 사례를 알려준 것도 일본평화위원회였다.


평통사 회원들이 2월24일 정오 서울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제34차 평화군축집회에서 용산기지 이전비용 전액 부담과 평택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 MD무기도입, 졸속적인 한국형다목적헬기사업추진 등을 반대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고유경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활동가는 “오키나와의 운동은 배울 게 많다”며 “풀뿌리운동이 활발한 점”을 오키나와 운동의 강점으로 꼽는다. 오키나와 활동가들은 한국운동의 역동성과 젊은세대 참여, 한국 활동가들의 헌신성을 높이 산다.
주한미군을 모두 반환받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는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미군기지 철수 이후에도 주변 주민들이 기형아를 낳을까봐 아이 갖는 걸 두려워할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활동가는 “미군기지 반환 이후 과제에 대한 필리핀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라손 미군기지정화를위한필리핀민중특별위원회 대표도 “미군기지를 반환 받은 이후 이를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필리핀에서 미군은 1994년 완전 철수했다. 그러나 필리핀 군부와 미국은 1998년 방문군지위협정과 2002년 상호병참지원협정을 통해 사실상 다시 돌아왔다.

한국과 필리핀의 연대는 오키나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활동가들이 한국엔지오아시안센터(www.asianngocenter.net) 등을 통해 필리핀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연대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녹색연합이 만든 녹색만원계는 필리핀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을 돕기 위한 꼭지를 만들어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미군기지반대 국제연대 활발

지난 1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미군기지반대 국제연대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왔다. 미군기지반대(No US Bases)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 평화운동가들이 실시간으로 정보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3.20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에는 각국 미군기지 앞에서 동시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별도로 날을 정해 미군기지반대 공동행동의 날을 조직하기로 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평화운동가들은 특히 아시아 주둔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아시아 민중들의 운동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주한미군 등을 집중폐쇄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군기지반대(No US Bases) 네트워크

세계사회포럼에 모인 전세계 활동가들이 상호 정보교류를 위해 만든 온라인 네트워크이다.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날마다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미군기지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주한미군 관련 소식을 전세계 활동가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쌍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전세계 평화운동가들은 전세계적 범위의 미국 군사주의에 맞설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아시아평화연대(APA)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미군기지 아시아 국제회의에 참가한 아시아 활동가들의 메일 주소록을 취합했다. 남반구의 초점(Focus on the Global South)은 여기에 더해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 활동가들의 메일 주소록을 모았다. 이를 통해 전세계 미군기지반대운동가들의 메일링 리스트를 완성한 것이다.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하고 싶은 활동가는 기존 가입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주미본은 3월 26일 미군범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일본에서 3명이 방문한다. 그 가운데 미군·미군속에 의한 피해자 모임 회원 한명은 발제를 한다. 기지반환연대는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평택에서 열 예정인 평화축제를 아시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한마당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부문별 연대도 활발해지고 있다.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한국 필리핀 일본 오키나와 미국 푸에르토리코 여성 평화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여성평화네트워크는 1997년부터 2년에 한번씩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2002년에는 서울에서 열렸고 올해 11월에는 필리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한소리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개인과 단체들이 가입해 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2002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을 계기로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다루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작년 3월 오키나와에서 국제회의를 열었다. 장소는 정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7월에 열린다.

미군기지반대운동가들은 “오키나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의 연대도 굳건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유경 활동가는 “운동가만 모이는 수준을 뛰어넘어 미군기지반대운동을 아시아 민중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일반대중들이 참여하는 현장방문활동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우리가 너흴 감시한다" 

인터뷰: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

 

 “한국이란 테두리를 넘어 아시아인으로서 생각하자.”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는 “전세계에 걸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이 아시아”라며 “미국의 패권전략에 맞선 아시아 민중의 공동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도 한국 혼자만 할 게 아니라 아시아공동전선이 필요하다”며 “미군들에게 ‘우리가 너희를 감시하고 있다(We"re watching you)’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기지 이전한다고 하자 평택에서 난리가 난다. 그 밖에도 이전비용 부동산 가격 변동, 상인들의 동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등요인이 있다. 그렇다고 주한미군기지를 오키나와로 옮기자고 할꺼냐. 아시아의 다른 나라, 특히 필리핀과 오키나와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이 활동가는 “10여년 전엔 실제 학생들이 그런 구호를 외친 적이 있다”고 회상한다. 그는 “그게 바로 한국 운동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오키나와 활동가들이 왜 한국까지 와서 연대투쟁을 하는 줄 아느냐. 오키나와 주둔 미군기지가 없어지면 그게 다 한국으로 간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군기지 문제는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녹색연합에서 미군기지 환경문제 국제연대 분야를 3년째 맡고 있는 이 활동가는 해외 활동가들과 폭넓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미군기지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외국 활동가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실 1990년대까지는 오키나와를 빼고는 연대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미군 독극물 방류사건 등 주한미군 환경문제가 계속 터지고 투쟁이 격화되면서 이 활동가도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초청을 많이 받았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다양한 활동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다.

5년전 녹색연합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 활동가는 첫 2년은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맡았다가 “영어를 잘해서” 국제연대 담당이 됐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20곳이 넘는 나라를 다녀봤다는 그는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계를 배우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외국 나가니 좋겠다”는 식으로 제대로 몰라줄 때 무척 서운하다고.

이 활동가는 올해 처음 시작한 녹색만원계와 대학원 공부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민의신문에 기사가 실린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녹색만원계는 환경파괴로 고통 받고 삶의 터전을 잃은 아시아 사람들을 돕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지원하고 교류하는 활동을 한다. 이 활동가는 “회원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다”면서 “도움을 받은 현지에서 편지도 보내오고 회원모임도 있다”고 자랑한다. “이런 작은 활동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가 친구가 될 수 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2월 26일 오후 12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