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륙별 유전사업 진출현황. 출처=시사IN 9호(2007.11.12)
사실 해외유전개발 융자금은 눈먼 돈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해 11월 시사IN 9호 기사에 구조적인 이유를 지적한 것을 인용해보자."유전개발 사업은 성공 확률이 10~15%로 매우 낮아 위험도가 높다. 정부는 업체가 유전 탐사에 실패했을 경우 최대 80%까지 비용을 부담하는 ‘성공 불융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탐사에 성공해 갚은 원금의 비중은 전체 대출금액(1조1000억원)의 9.7%에 지나지 않는다. 대출금은 지난 2006년 8월 말 현재 한국석유공사(6057억원), SK(1245억원), 대우인터내셔널(1110억원), LG상사(279억원) 등 국내 대표 에너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30여 개 업체가 받아갔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2007년 해외 유전 개발 지원 예산은 7126억원으로 지난해(3833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체 에너지 지원 예산은 4350억원으로 겨우 6.2% 증가한 데 그쳤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중 자금까지 개발 사업에 끌어들이고자 2000억원 규모의 유전 개발 펀드 1호를 출시한 바 있고, 내년에도 개발 업체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유전개발 관련 시사IN 기사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9
유전개발 어떻게 지원되길래
[서울신문] 2008-07-05 09면 총15면 1226자
검찰의 유전개발 사업 수사로 나랏돈 지원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이 제도를 만든 것은 1984년이다. 빈약한 에너지 자주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전개발이 절실하지만 정부(공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지식경제부(당시 상공부) 산하에 설치한 것이 ‘석유개발 융자심의위원회’이다.
위원회는 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장, 한국석유공사 담당임원, 대학교수 등 민·관 총 15명(위원장 성원모 한양대 교수)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12명이었으나 사업 경제성과 자금능력 분석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제도를 개선, 공인회계사·변호사 등 민간위원을 보강했다.
민간업체들이 정부에 융자금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3∼4주 전에 위원들에게 신청서를 보내준다. 미리 검토를 끝낸 위원들이 회의에서 토론을 거쳐 승인 여부를 확정한다. 찬반의견이 엇갈리면 다수결로 결정하되, 재심의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S사도 재심의에서 지원이 결정됐다.
심의를 통과하면 업체가 신청한 금액의 최고 80%에서 다시 최고 60%까지만 융자해준다. 예컨대 100원을 신청했다고 하면 80원을 기준금액으로 잡고 이 돈의 60%, 즉 48원을 빌려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재정이 넉넉지 못해 30원가량(약 40%) 지원한다고 지경부측은 설명했다.
유전개발에 성공하면 수익이 난 해부터 ‘원리금+α(성공보수)’를 15년에 걸쳐 갚아야 한다. 따라서 민간업체가 사업비를 부풀려 융자금을 따내더라도 결국은 나중에 자신들 부담으로 돌아온다. 거꾸로 유전개발에 실패하면 원리금 상환을 전액 면제해준다. 심의에서 ‘실패확률’과 ‘허위신청’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고스란히 나랏돈을 떼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생산하는 유전이 ‘과연 우리 것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월2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곽성문·이성권 두 의원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원유 9만5000배럴(하루 기준) 가운데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단 한 방울도 없다”라며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을 전폭 지원하는 정부 ‘자주 개발’ 정책의 실효성을 집중 질타했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개발한 자원은 꼭 우리나라에 들여와서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라고 반박한다. 산자부 이승우 유전개발팀장은 <시사IN>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발했다 하더라도 원유 판매는 국제 시장의 틀 속에서 볼 수밖에 없다. 운송비가 더 드는데 유전개발 업체에 억지로 국내에 반입하라고 하면 말을 듣겠나? 기업의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너무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협소한 시각’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은 정부라는 지적이 많다. “해외 개발 유전은 외국에 비축해 놓은 원유 물량이다”라거나 “평소에는 국내로 안 들어온다 해도 유사시엔 들여올 수 있다”라고 그간 사실과 다른 홍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제1차 국가에너지 자문회의’에서도 해외 유전 개발의 주 목표가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회의를 분수령으로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은 고유가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핵심 대책으로 떠올랐고, 노 대통령의 이른바 ‘에너지 순방 외교’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부가 석유·가스의 수급 위기 등 ‘유사시’ 해외 개발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해외자원개발사업법에 명시된 ‘비상시 반입명령 제도’이다. ‘명령’이 내려지면 국내 기업들은 반드시 이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해외 유전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있다고 강조한다. 만일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국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 또는 해당 국가의 기업과 어떤 계약을 맺었는가이다. 계약에 따라 국내에 들여올 수도 있고 못 들여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오만의 부카 유전과 카타르의 LNG(액화천연가스)전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LG상사의 장현식 중앙아시아지역본부 상무도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에너지 자원은 해당 국가의 소유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자원 개발을 해도 국내로 들여올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석유를 못 들여와도 기업이 자원 개발로 수익을 내고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밝힌 바 있다.
산자부도 반입명령이 강제성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 이승우 팀장은 이에 대해 “꼭 우리가 개발한 석유·가스를 갖고 올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물량을 다른 데 팔아 그 돈으로 사오든가 해서 기업이 원활한 수급에 기여하도록 하면 된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남는다. 해외에서 개발한 유전을 필요할 때 뜻대로 운용할 수도 없고, 그저 그곳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수급에 기여하도록 한 수준이라면 왜 굳이 7126억원(2007년 정부 예산)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걸까. 지금 상태라면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실 민철환 보좌관 말대로 “업체들 돈 벌어주고 마는 상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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